사령탑 공백 속 살얼음판 걷는 위기의 한국 경제, 복합 전략이 해법

2025-05-08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행정부가 일으킨 ‘관세 전쟁’이 미국과 중국·일본 등 주요국들의 실물 경제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고(高)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과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통상 전쟁의 부메랑(Boomerang)을 맞은 미국 경제는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3%(연율 기준)로 감소해 3년 만에 처음으로 역(逆)성장에 빠지는 등 고관세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고용 시장이 냉각되면서 소비 둔화를 동반하고 있다는 지표도 나왔다. 실제로 미국의 3월 상품수지 적자는 1620억 달러로 전달 대비 9.6% 급증했다. 3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의 관세 집중 폭격에 중국의 제조업 경기도 꺾였다. 4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수출 주문이 급감한 여파로 기준선(50)을 밑도는 49에 그쳐 1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과의 ‘관세 전쟁’ 돌입 이후에도 한동안 선방해온 중국 증시가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4월 30일 전 거래일 대비 0.23% 떨어진 3279.03으로 거래를 마쳤다. 관세 치킨게임을 벌여온 미국과 중국은 이 같은 후유증을 의식한 듯 무역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 이 밖에 일본도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지난 5월 1일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애초 1.1%에서 반 토막 수준인 0.5%로 대폭 낮췄다. 내년 전망치도 기존 1.0%에서 0.7%로 내렸다. 일본은행이 성장률 전망을 낮춰 잡은 건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중 간 관세·교역 분쟁 등으로 수출이 줄어들 수 있는 데다 공급망 차질까지 빚어지며 기업과 가계의 심리 악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핵심 교역국들이 속속 경기 부진에 빠지는 가운데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는 더 심각하다. 우선 미국발 관세 폭탄과 내수 침체로 경제위기가 가중되는 시점에 대한민국 ‘경제 사령탑’이 비어 있는 공석 상태다. 내수 부진 속에서 수출 여건도 악화하는 복합 위기 중에 ‘한·미 2+2 통상 회담’을 지휘해야 할 경제 사령탑마저 공석이 됐다. 관세 전쟁 본격화로 올해 0%대 저성장이 기정사실화(旣定事實化)하는 와중에 경제 수장을 맡아온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전격 사퇴로 통상·경기 대응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미 통상 협의의 고위급 채널이었던 최 전 부총리의 사임은 우리 측의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공산이 클 수밖에 없다. 침체의 기로(岐路)에 놓인 경기 방어를 위한 정책 대응력도 당연히 약화(弱化)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제 사령탑’ 공백에 따른 불확실성이 금융·외환 시장을 뒤흔들고 있어 대외 신인도에도 치명상을 입힐 우려가 크다.

실제로 ‘관세 전쟁’의 후폭풍은 예상보다 컸다. 지난주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급등락하며 불안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 5월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05.3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이날 하루 등락 폭이 34.7원에 달해 2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변동 폭을 보였다. 지난 한 달 새 환율 등락 폭이 80원에 이를 만큼 외환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 시장뿐 아니라 실물 경제도 침체가 심해지고 있다. 올 1분기에 수출·투자·내수 모두 총체적으로 부진해 전(前) 분기 대비 –0.2%로 역(逆)성장을 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1년 내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3% 깜짝 성장 이후 작년 2분기 -0.2%로 역(逆)성장을 기록한 뒤 3분기 0.1%, 4분기 0.1%에 이어 올해 들어 다시 –0.2%로 뒷걸음질 쳐 성장엔진마저 꺼진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0.2%의 역성장 충격에 표류(漂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지난 4월 대미 수출은 6.8% 감소했다. 자동차(-16.6%), 일반기계(-22.6%), 반도체(-31%) 등 주력 상품이 곤두박질했다. 관세청은 지난 5월 1일 발표한 ‘2025, 4월 수출입 현황’에서 4월 수출이 전 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582억 달러, 수입은 2.7% 감소한 533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49억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지만 1~4월 누적 수출액은 2,180억 달러로 전년 대비 0.6% 줄었으며, 같은 기간 수입은 2059억 달러로 1.8% 감소했다. 이에 따른 누계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21억 달러로, 전 년 동기 98억 달러 대비 24%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가 예고한 25%의 자동차 품목 관세는 지난 5월 3일 부과가 시작됐다.

지금은 관세 충격과 글로벌 경기 위축이 우리의 실물 경제를 뒤흔들지 않도록 경제 리스크(Risk)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야만 할 때다. 이주호 교육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어 경제를 포함한 국정 전반을 총괄하게 됐지만, 경제 부처와 금융 당국이 비상 체제를 가동해 위기를 관리해가는 방법밖에 없다. 특히 김범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이 이끄는 경제팀은 ‘한미 2+2 통상 협의’ 틀에 따라 서두르지 말고 ‘국익 최우선’ 원칙을 지키는 협의를 이어가야만 한다. 수출 시장을 미국·중국·일본 외에도 동남아·인도·중동·유럽 등으로 확대하고 수출 품목을 다변화해야만 한다. 초격차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을 전방위로 지원해 국제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것은 한국 경제가 감당해야 할 숙명으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사령탑 공백 속 살얼음판 걷는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위기의 한국 경제를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치밀하고 정교한 복합 전략과 흔들림 없는 일관된 정책 운용으로 글로벌 무역 전쟁과 국내 정치·경제 불확실성의 누란지위(累卵之危)의 고빗길을 슬기롭게 넘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