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 최악의 양극화, 노동시장의 구조개혁 시급

2025-04-30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사회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의 근원적 뿌리인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사상 최악 수준의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29일 발표한 ‘2024년 6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2만7703원이고 비정규직은 1만8404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1.7%, 4.7% 증가해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66.43%에 그쳤다. 전년 70.9% 대비 4.5%포인트 하락했는데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낙폭이다. 이는 정규직이 100만원을 벌 때 비정규직이 받는 돈은 66만4300원 정도로 무려 33만5700원이나 덜 받는다는 의미다.

작년 6월 기준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 1인당 시간당 임금총액은 2만5156원으로 전년 동월 2만2878원보다 10.0% 증가했다. 월 임금총액은 이 기간 2.7% 증가했는데 시간당 임금총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전년 대비 월력상 근로일수 2일 감소로 인해 근로시간이 10.8시간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대비 시간당 임금총액 비율은 2020년 이후 줄곧 70%를 넘었으나 지난해에는 2019년(69.7%) 이후 5년 만에 60%대로 다시 떨어졌다. 비정규직 근로자 중 시간제 근로자는 전년보다 9.9% 늘었다. 특히 시간제 비중이 높은 보건사회복지업, 숙박음식업, 여성, 60세 이상 등에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6월 기준 월평균 총 근로시간은 146.8시간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8시간 줄었으며 정규직의 근로시간 감소가 두드러졌다. 비정규직은 5.1시간 감소로 상대적으로 적게 줄었다. 비정규직에선 기간제 근로자, 용역근로자의 근로시간 감소가 컸다.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추세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비중은 2011년 처음 60%를 넘은 후 2021년 72.9%로 최고치를 보였다. 이후 2022년과 2023년 각각 70.7%와 70.9%를 기록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차이는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에 따라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의 2024년 정규직 시간당 임금(4만2548원)을 100이라고 가정할 경우 300인 이상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2만6524원)은 62.3 수준이다. 같은 방식으로 300인 미만 사업체의 2024년 정규직 시급은 2만4565원으로 57.7에 불과하고, 300인 미만 비정규직 시급은 1만7644원으로 41.5까지 떨어진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중소기업 비중이 99%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수 근로자의 시급이 대기업 정규직 시급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성별 임금 격차도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근로자의 임금(전체 2만8734원)을 100으로 가정할 경우 여성 임금(전체 2만363원)은 70.9 수준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청년과 서민이 직면한 팍팍하고 잔혹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정규직은 걱정 없이 높은 임금과 복지 혜택을 누리지만 비정규직은 고용 불안과 저임금, 빈약한 복지를 버텨내야만 한다. 정규직은 각종 사회보험 가입률이 94%를 넘겼지만, 비정규직은 68~82% 수준으로 고용보험은 0.3%포인트 높아졌고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각각 0.2%포인트, 0.9%포인트 떨어졌다. 퇴직연금 가입률은 정규직은 60%, 비정규직은 28.8%로 격차가 더 크다. 비정규직은 빈곤한 노후를 보낼 위험이 그만큼 큰 것이다. 이 같은 과도한 격차는 청년들을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좁은 문을 향한 지옥 같은 경쟁으로 몰아넣는다. 또 부모 세대는 이런 자식을 돕기 위해 막대한 교육비를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연히 저출산의 근본 원인으로 귀결(歸結)하게 된다. 높은 임금과 후한 복지를 보장하는 정규직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고용 불안이 상존하는 비정규직으로 양분된 이중구조는 능력이나 노력과 관계없이 보상이 차별되는 폐해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이 모든 병폐는 정규직 과잉보호에서 비롯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정규직 해고를 극도로 어렵게 만든다. 여기에 연공형 임금 체계가 얹혀 고령 정규직의 인건비가 생산성 대비 과도하게 높다. 기업은 그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규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렸다. 20대 비정규직 비율이 2013년 31%에서 2024년 43%로 치솟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통계청이 지난 4월 9일 발표한 ‘ 2025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25년 3월 15세 이상 전체 취업자는 2858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2839만6000명 대비 19만3000명 늘었으나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356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377만6000명 대비 20만6000명이나 줄었다. 작금의 양극화 심화의 문제는 정규직 과잉보호를 깨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 비정규직 문제도, 청년 실업도, 저출산도 정규직 기득권과 과보호의 틀을 깨트리지 않으면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생산성과 무관하게 정규직을 과잉보호하는 구조를 서둘러 타파해야만 한다. 연차만 쌓이면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부터 깨고, 성과와 직무 중심의 임금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생산성이 같다면 고용 안정성이 낮은 비정규직이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게 오히려 정상적일 것이다.

더불어 청년 실업 문제의 근본 해법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하고 경제 활력을 높여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로 개편하는 등 노동시장 유연화 개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로 개편하는 등 노동시장 유연화 개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획일적, 경직적 노동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은 물론‘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 해소와 함께 유연성을 확대하는 ‘노동 개혁’이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규제 개혁을 서두르고 인공지능(AI), 로봇,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이 번성하는 나라로 탈바꿈해야만 한다. 특히 기업이 다시 역동적으로 뛸 수 있도록 규제 족쇄를 제거하고 세제·예산·금융 전방위적으로 지원에 나서는 등 특단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피크 코리아(Peak Korea)’ 위기를 서둘러 극복해 나가야만 한다. 특히 청년의 절망 위에 세워진 정규직 성(城)을 더는 방치(放置)하고 방관(傍觀)하며 방기(放棄)할 수 없는 문제임을 깊이 인식·통찰하고 구조개혁에 나서야만 한다. 정규직에 대한 과잉보호를 풀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고, 연공서열 기반의 호봉제 임금 체계는 생산성을 높이는 직무·성과 중심으로 바꾸는 등 기업의 일자리 창출 부담을 덜어주는 데 국가정책 방향이 선회(旋回)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