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15조 불법도박 자금 방조…제도 개선 시급
원주·대구 등 신협 3곳, 뒤늦게 가상계좌 전체 가맹점 업무정지 김승수 의원 "신협, 허위매출 인식하고도 방조해…심각한 사안"
합법 금융기관이자 서민 금융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신협은행이, 실상은 불법도박 자금의 거대한 유통 창구로 전락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단 3개 지방 신협에서 1년간 15조원이 넘는 검은돈이 가상계좌를 통해 흘러갔으며, 금융기관으로서 최소한의 내부 통제조차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의심된다.
29일 김승수 의원(국민의힘, 대구 북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원주 S신협은 2024년 3월부터 1년간 PG(결제대행사)를 통해 발급한 가상계좌로 최소 9조원 이상의 불법자금을 유통시켰다.
대구지역 2개 신협(S신협, C신협) 역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두 개 PG사를 통해 5조2020억원 규모의 불법자금 거래를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신협과 수협 등이 PG사가 가상계좌 체결내역 및 이용현황 ▲가맹점별 가상계좌 최근 3년간 연도별 거래금액 이용실적 등의 자료를 요구한바 있다.
김승수 의원실은 공인회계사와 함께 자료 분석을 통해 원주 S신협은 약 29개 가맹점을 통해 9조883억6699만원의 불법자금을 유통한 것으로 파악했다. 원주신협의 가상계좌 발급건수는 35만 계좌다.
또 대구 S신협·C신협도 각각 6개, 5개 가맹점을 통해 8만개의 가상계좌를 발급한 가운데 최소 수백억~최대 1조원, 총 5조2020억원 이상 거래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불법 자금이 오갔다.
특히 이번에 추가로 확인된 내용은 원주 S신협와 가맹점 계약을 맺은 29개 가맹점 가운데 11개 가맹점은 지난해 7월~9월부터 대구 S, C신협의 가상계좌로 자금거래를 계속했다는 점이다.
원주와 대구에서 가장 거래 규모가 많은 M가맹점 단 한 곳의 경우 원주에서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1조3446억원을 유통하고 대구에서도 지난해 8월부터 올 3월까지 2조9801억원을 추가로 거래했다.
이처럼 원주와 대구신협 두 곳의 신협을 통해 자금을 거래한 11곳의 동일한 명칭을 사용한 가맹점의 거래 금액만 대구 5조2020억원, 원주 4조4655억원 등 총 9조6675억원 규모에 달한다.
원주신협의 29개 가맹점 거래규모 9조원도 정밀한 조사가 진행되면 더 증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가상계좌는 본래 임시 결제용 수단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협은 이를 이용해 실질적인 자금 세탁 창구를 제공했고, 내부 감시 기능은 사실상 마비 상태였다.
특히 시중은행과 달리, 신협은 지역 본점 차원에서 가상계좌를 발급할 수 있어 구조적 관리 부실이 불법자금 범람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승수 의원은 “소규모 쇼핑몰이나 배달대행업체를 가장한 가맹점이 하루 수억, 월 수천억원의 허위매출을 기록하는데도 신협은 (불법자금으로) 인식하고도 방조했다”며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금융기관이 불법거래를 인지하고도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며 “향후 법적 책임은 물론,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 조호연 교장도 "신협은 불법도박 자금이 충전·환전되는 통로로 기능하면서 천문학적 이익을 올리는 불법시장을 사실상 지원했다"며 "이번 사태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금융권 부패의 실체를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 교장은 “이대로라면 신협은 더 이상 서민 금융기관이 아니라 ‘검은 돈 창구’로 인식될 것”이라며 "해당 신협에 대한 즉각적인 영업정지, 관련 임직원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커지자 원주 S신협은 “현재 해당 가맹점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으며, 불법자금 의심 가맹점은 사법당국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도박없는학교가 가상계좌 번호를 알려주면 고발하겠다는 추가답변도 했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 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또한 신협중앙회 역시 “불법자금 거래 여부를 조사 중”이라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신협의 해명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사후 대응만 반복하는 태도는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며 "이미 1년간 15조원이 유통된 상황에서 신협이 '몰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김승수 의원은 “차기 임시국회에서 이번 신협의 가상계좌 사태에 대한 문제를 집중 확인하겠다”며 “원인과 대책을 금융당국에서 강구토록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원주와 대구 신협 3곳의 불법자금 거래가 금융감독원에서 확인돼 국세청의 탈세조사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신협 가상계좌는 99.9% 온라인 불법도박 자금의 파이프라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원주와 대구 등 3곳의 신협은 지금까지 거래해온 40곳의 해당 가맹점 모두에 대해 지난해 12월13일 첫 업무정지 처분에 이어 올해는 이달 5일, 15일자로 업무정지 처분을 추가로 내렸다.
이에 은행권 관계자는 “신협이 1년간 거래해온 가맹점 전체를 대상으로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스스로 불법행위를 자인한 셈”이라며 “감독기관의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