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협상 마지막 관문은 '국민연금 연계'
지난해 7월부터 9개월째 여야간 공방의 단골소재가 돼온 기초연금법 제정 협상이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란 마지막 난관에 맞닥뜨렸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매달 최대 20만원에서 최소 10만원을 주되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지급액수를 줄인다'는 내용의 정부 발의 기초연금법 제정안이 지난해 11월부터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여야간 줄다리기가 해가 바뀐 6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부안대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것만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교착상태에 빠졌던 협상은 지난 1일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연금 지급액을 65세 이상 수급자들의 소득과 연계해 차등지급하자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새 국면을 맞는 듯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소득 하위 60%까지는 20만원을 지급하고 소득 하위 60~70%에게는 15만원을 지급하자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를 주장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퇴짜를 맞은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해 7일까지 입장을 정리해 제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초연금 여야 논리대결 팽팽
기초연금 논쟁의 최전선에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팽팽한 논리대결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3일 TBS '퇴근길 이철희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우리당 입장에선 20만원이냐 15만원이냐가 핵심이 아니라 국민연금과 반드시 연계를 해야 한다는 부분이 핵심"이라며 "그 부분을 새정치민주연합이 전향적으로 생각해주면 나머지는 (우리가)상당히 많이 양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굉장히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을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에 기초연금을 주게 되면 나중에 젊은 사람들은 굉장히 줄고 어르신들은 굉장히 많아지기 때문에 미래세대가 상당히 많은 세금폭탄을 떠안게 된다"며 "그런 점을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당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정부와 새누리당은)더 어렵고 시급한 어르신들에게 우리가 도움을 주자는 것"이라며 "기초연금을 받는 분들 중에 많이 받는 분들은 국민연금에 아예 가입을 못 했거나 아니면 가입을 했어도 가입기간이 굉장히 짧아서 소득 재분배를 많이 못 받으시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하는 대신 몇개의 대안을 야당에 제시하고 있다.
기초연금 수급대상을 65세 이상 중 소득하위 70%에서 75%로 5%포인트 높이는 동시에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축소하는 '두루누리 사회보험' 사업도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장애인 연금을 제공하는 소득기준을 높여 수혜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물가상승률과 연동하면 수년 뒤 20만원의 가치가 낮아질 것'이란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을 감안해 기초연금액 적정성 평가 기간을 정부안의 5년에서 3년까지 줄이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연금 가입기간과의 연계만은 안 된다며 새누리당의 대안을 일축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은 지난 4일 같은 방송 인터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만 아니면 뭐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며 "정부 여당이 진전된 자세를 보이면 급속히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리는 어떤 형태의 연계나 차등도 받아들일 수 있지만 (국민연금)가입기간과의 연계는 성실한 납부자에게 거꾸로 손해를 주는 아주 악법 중에 악법이고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작년에 연계안이 발표됐을 때 수만명의 가입자들이 탈퇴했다. 그걸 보고도 정부 여당이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이)자꾸 미래세대 부담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노후보장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미래세대에 모든 것을 떠넘기겠다고 하는 그런 주장이다. 결국은 공적연금이 충분하게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자본에게 개인연금시장을 열어주겠다고 하는 의도"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고령 유권자 여론 동향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털어놨다. 그는 "사실은 노인세대 상당수는 야당보다는 여당을 지지하는 입장이고 우리가 굉장히 불리하지만 우리의 진정성과 우리 제도의 합리성들을 많은 어르신들이 이해해줘서 차별받지 않고 실질적으로 노후보장에 도움이 되는 제대로 된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내 제4당인 정의당도 국민연금 연계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4일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대표 발언에서 "국민연금 연계안은 가입자와 비가입자 형평성 논란, 이로 인한 국민연금 신뢰 저하의 문제를 넘어 10년 넘게 지체돼온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더욱 어렵게 할 우려가 크다"며 정부 여당의 안에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양쪽의 입장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에 양당 지도부와 보건복지부의 결단 없이는 기초연금법안 협상의 조기 타결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15일 전에 협상을 마무리 짓고 16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기초연금법 제정안을 상정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 역시 달성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