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 최악에 수출도 성장도 ‘회복 난망’, 내수 활성화 시급

2025-04-24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국내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이 코로나 19 팬데믹(Pandemic) 이후 최악인 가운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수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투하(投下)한 ‘관세 폭탄’이 한국 제조업의 안마당을 직격(直擊)한 가운데 지난해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데 내수가 기여한 정도를 나타내는 ‘성장 기여도’는 세계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내수진작책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경제성장률이 1%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작년 평균 영업이익이 재작년의 3분의 1로 줄어든 철강, 이차전지, 석유화학 등 핵심 ‘뿌리 산업’들이 관세전쟁까지 본격화하면서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재작년까지 고속 성장하던 이차전지 업종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8%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수출 주력산업인 철강, 석유화학도 이익이 각각 46%, 65% 줄었다.

지난 4월 23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 2.0% 중 내수 기여도는 0.1%포인트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GDP 성장률 잠정치 2% 중 내수가 0.1%포인트만큼만 성장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에 불과할 뿐이라는 의미다. 한은이 집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경제 규모 상위 20개국 가운데 관련 통계가 있는 10개국의 평균 내수 기여도는 1.6%포인트였다. 인도네시아가 5.5%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스페인 2.8%포인트, 영국 2.4%포인트, 스위스 1.7%포인트로 각각 상위 순이었다. 한국은 이탈리아 0.4%포인트, 독일 0.3%포인트, 프랑스 0.3%포인트 아래 꼴찌를 차지했다. 반대로 한국의 총 수출액에서 총 수입액을 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1.9%포인트로 10개국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그나마 2% ‘턱걸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수출 덕분이란 뜻이다. 1.9%포인트는 두 번째로 높은 프랑스의 0.9%포인트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그만큼 수출에 대한 성장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최근 4년간 점점 낮아졌다. 2021년 4.1%포인트, 2022년 2.7%포인트, 2023년 1.4%포인트였다. 같은 기간 성장률도 4.6%, 2.7%, 1.4%로 부진했다. 문제는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무역 갈등 여파로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내수와 수출의 격차가 큰 상태에서 우리 경제성장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이 관세전쟁 여파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이달 1~20일 수출이 전년보다 5.2% 감소했고, 특히 대미 수출은 14.3%나 줄어들었다. 관세청이 지난 4월 21일 발표한 ‘25년 4월 1일~4월 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38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57억4500만 달러보다 5.2% 줄었고, 올해 들어 연간(1. 1.~4. 20.) 누적 수출액도 1937억8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1990억5000만 달러보다 2.7% 감소했다. 무엇보다 대미(對美) 수출도 61억8200만 달러로 14.3% 급감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전방위적인 관세 압박이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특히, 유예된 상호관세 25%, 반도체 관세 등이 본격 부과되면 감소 폭은 훨씬 커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1.0%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도 기존의 전망치인 1.5%를 대폭 하향 조정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편 국내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도 코로나 19 팬데믹(Pandemic) 이후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난 4월 23일 밝힌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025년 5월 전망치가 기준선 100을 하회(下廻)한 85.0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4월 99.1 이후 38개월 연속 최장기 부진을 기록한 것이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긍정적인 경기가 전망되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경기가 전망된다는 의미다. 5월 BSI 전망치는 글로벌 관세 및 환율 등 주요 가격 변수의 변동성 확대로 4월 전망치 88.0 대비 3포인트 떨어지면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올해 들어 4번째 80대 전망치다. 특히 제조업(79.2)은 2020년 8월(74.9) 이후 최저치를 보였고, 수출(89.1)도 2020년 9월(88.5) 이후 처음으로 90 미만으로 하락했다. 한경협은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의 경영 악화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통상 리스크가 확대됨에 따라 제조업 대부분의 업종에서 기업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22일(현지 시각) 글로벌 경제를 직격(直擊)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발(發) 관세정책으로 올해 세계 성장률이 2.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IMF는 이날 미국발(發) ‘관세전쟁’ 여파로 “세계 경제가 중대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라고 경고하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도 1.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3개월 전인 지난 1월 전망치 2.0%에서 반 토막이 난 1%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주요 선진국 중 가장 큰 폭의 하향 조정이다.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대폭 하향 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한은은 2월에 제시한 성장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었다고 실토하며 지난 2월 말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1분기 성장 전망치를 석 달 만에 0.5%에서 0.2%로 낮췄는데, 두 달도 안 돼 다시 역성장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게다가 한은은 올 1분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국이 관세전쟁에 유독 더 휘청거리는 것은 높은 대외의존도 때문이다. 2023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한 비중은 38%로 미국(11%), 중국(14%), 일본(18%), 영국(23%), 캐나다(26%) 등 주요국보다 훨씬 높았다. 지난해 비중도 36%에 이른다. 2010년대 초반 50%대에서 낮아지긴 했지만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대로 내수 기반은 취약하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상실과 소득 감소 등의 피해를 입을 가계, 그리고 수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을 기업에 대한 재정·금융 지원을 확대해야만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돕기 위해 규제 완화를 서두르는 한편 세제·예산·금융 등의 전방위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대외 변수에 좌우되는 수출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우리의 정책적 노력으로 변화가 가능한 내수 진작에 더욱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우선은 국회에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안의 통과가 시급하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번 추경안에 대해 “내수와 건설 경기 부진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사업이 일부만 포함됨에 따라, 경기 안정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라고 지적했다. 국회는 심의 과정에서 현재 12조2000억원인 추경 규모를 증액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신속히 2차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지난 4월 23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펴낸 ‘2025년도 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보면, 이번 추경안의 집행 시점과 속도에 따라 올해 성장률을 0.13∼0.14%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앞서 기획재정부가 밝힌 성장률 제고 효과 추정치와 엇비슷하다. 따라서 실질적인 경기 대응책이 될 수 있도록 추경 규모의 증액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길 바란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가계의 소비 여력을 제고시키고 기업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도 힘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무엇보다 내수 활성화와 수출선 다변화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한다. 우리 경제를 거세게 밀어닥치는 외풍을 견딜 만큼 탄탄하게 만드는 방법은 수출을 견조(堅調)토록 유지(維持)하는 방법과 내수를 제 빠른 속도로 진작시키는 방법 외엔 없다. 새 정부에서는 내수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가는 종합 로드맵을 조속히 작성해 경제 체질을 완전히 탈바꿈시켜야만 한다. 그야말로 작금의 우리 경제는 기업 체감경기 최악에 수출도 성장도 ‘회복 난망’의 누란지위의 위기임을 명심 통찰하고 내수 활성화와 성장률 제고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