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후폭풍에 수출마저 둔화, 암울한 어두운 터널 지날 대응책 시급
지난 4월 1일부터 20일까지 우리나라 수출이 338억 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줄어들며 ‘트럼프 발(發) 관세전쟁’ 후폭풍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달부터 본격화한 미국 관세의 영향으로 전 세계 교역량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미(對美) 수출이 61억 8,200만 달러로 14.3% 급감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전방위적인 관세 압박이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이달부터 미국이 25% 자동차 관세를 매기고, 모든 국가와 품목에 일괄적으로 붙는 10% 기본 관세도 부과하면서 미국으로 수출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내수 침체 속에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이 관세전쟁 초입부터 휘청이기 시작하면서 마이너스(-) 성장 공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 4월 21일 발표한 ‘25년 4월 1일 ~ 4월 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38억 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57억 4,500만 달러보다 5.2% 줄었다. ,올해 들어 연간(1.1. ~ 4.20.) 누적 수출액도 1.937억 8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1,990억 5,000만 달러보다 2.7% 감소했다. 품목별 수출 실적은 더 심각했다. 이달 20일까지 10개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를 제외한 9개 품목 수출이 감소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시작된 승용차(6.5%↓), 자동차부품(1.7%↓), 석유제품(22.0%↓), 철강제품(8.7%↓)의 수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64억 7,300만 달러로 10.7%나 늘었으나 조만간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어서 결코 안심할 수 있는 형국이 아니다. 미국뿐 아니라 1위 수출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도 66억 2,200만 달러(3.4%↓)나 줄어 경고음은 더 크게만 들린다.
지난해 전체 경제성장률의 약 94%를 수출이 차지했을 만큼 우리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다. 경제가 수출 외 바퀴로 굴러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4월 9일 발표한 ‘2024년 수출의 국민경제 기여 효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2.04% 가운데 수출 기여도는 1.93%포인트로 나타났다. 수출이 생산, 부가가치, 고용 유발 등에 크게 기여하면서 한국 전체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36.3%에 달해 2020년대 들어 가장 높았다. 지난해 한국 수출의 생산유발액은 전년 대비 6.9% 증가한 1조 3,012억 달러로 추정되며, 이는 2020년대 들어 최고치라는 분석이다. 생산유발액이란 직접적인 생산과 연관 산업까지 포함해 발생하는 총생산액을 말한다. 수출 감소는 기업 실적 악화와 일자리 축소, 국민 실질 소득 감소로 직결된다.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은 한국 경제를 위기로 내몰 메가톤급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인출기)’으로 지칭하면서 무역 흑자 축소, 알래스카 LNG 개발 투자, 방위비 추가 분담 등 전방위적 부담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지난 4월 17일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말하며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대폭 하향 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한은은 2월에 제시한 성장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었다고 실토하며 지난 2월 말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1분기 성장 전망치를 석 달 만에 0.5%에서 0.2%로 낮췄는데, 두 달도 안 돼 다시 역성장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올해 연간 성장률도 2월에 예측한 1.5%를 크게 밑돌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사이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오는 상황이다. JP모건이 최근 1.2%에서 0.7%로 더 낮췄고, 리서치 전문기업 캐피털이코노믹스는 0.9%로 낮췄으며 씨티와 노무라도 1%대 턱걸이 수준인 1.2%를 제시하고 있다. 한은도 “4월 10일 현재 주요 40여 개 IB 등 시장 참가자들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중윗값은 1.4%, 하위 25%는 1.1%”라고 소개했다.
갑갑한 상황이지만, 주어진 조건에서 최적의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90일 유예된 상호관세의 적용이 시작되고 베트남 등 제3국 생산기지를 통한 우회 수출까지 타격을 받게 된다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오는 4월 24일 시작될 ‘2+2 한미 통상협의’에서 관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야만 한다. 이미 협상을 시작한 일본이 ‘협상 타결을 서두르지 않겠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부재 상황에서 협상 타결 시점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넘기는 것이 첩경이자 지혜롭고 현명한 대응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저성장 고착화를 막기 위한 수출 시장 다변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 등 중장기적인 대응 전략 마련에도 국가적 역량을 총력 결집해야만 한다. 기업들도 관세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미국·중국 대신 유럽·중동·남미·동남아·인도 등지의 수출 비중을 늘리는 수출 다변화에 심혈을 기해야 한다. 아울러 관세전쟁에 비켜나 있으면서 수출 확장 잠재력이 큰 방산·원전·조선 산업을 더 키워 수출 기반을 확대하는 전략을 민관 공동으로 추구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수출 감소에 따른 성장률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내수 진작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펼처 나가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경기 부양에는 무엇보다 기준금리 인하가 특효약(特效藥)이자 즉효약(卽效藥) 임에도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쓸 수 없을 정도로 작금의 우리 경제는 총체적 난국에 봉착해 있다. 금리를 낮추면 당장 원·달러 환율 상승에 부딪혀 두렵다.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 규모인 1,927조 3,000억 원으로 불어나는 가계부채와 정부의 실질적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지난해 104조 원가량에 달한 것도 기준금리 인하를 막고 있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인 미국(연 4.25~4.50%)보다 기준금리가 1.75%포인트나 낮은 상태다. 금융 및 물가 안정의 대가는 오롯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귀의한다. 한국은행은 ‘경제 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1분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라고 했지만, 문제는 2분기 이후로 귀결된다.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직전 반짝 증가했던 수출이 4월부터 급격히 축소되고 있어서다.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영향이 생산 둔화로 먼저 나타나고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산불과 일부 건설현장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 등 일시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내수·수출 모두 하방 압력이 커졌다. 수출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수출 품목 다변화와 수출 시장의 다각화를 통한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중소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 확대 및 산업 생태계 강화 등의 노력이 긴요(緊要)하다. 암울한 어두운 경제 터널을 서둘러 지날 대응책 강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