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대면 대출 편취해도 사기죄 적용할 수 없어"

카드사 비대면 대출 다수 받아 편취한 혐의 1·2심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범행 의도 인정 대법 "사람 기망행위 없어 사기죄 해당 안해"

2025-04-21     박두식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시스

사람이 개입하지 않은 비대면 자동심사 방식의 대출을 받아 편취해도 사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 취지를 따른 판단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같은날 동시다발적으로 카드대출을 받는 경우 대출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카드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3450만원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다수의 카드사에서 1억원이 넘는 금액을 대출을 받으려고 시도했고, 거래처·지인에게 빌린 돈이 약 3억원에 달했다는 사실을 고려해 대출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보고 사기죄를 적용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돌려막기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과 2심은 대출금을 편취하려는 의도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인용해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회사 직원이 대출신청을 확인하거나 대출금을 송금하는 등 개입했다고 인정할 사정 보이지 않아 사람을 기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으므로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사기죄에서 기망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