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땅 꺼짐·공사장 붕괴사고, 발밑 지하 공간 안전 조속 담보되길

2025-04-14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최근 한 달여간 지하 공간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고로 발밑 위험이 커진 가운데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와 잇단 싱크홀(땅 꺼짐) 사고 빈발로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지난 4월 13일 새벽 5시 30분쯤 부산 사상구 학장동 ‘사상~하단 선’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 횡단보도 옆에서 또다시 가로 5m, 세로 3m, 깊이 5m 규모의 대형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했다. ‘사상~하단 선’ 공사 현장에서는 지난해 9월에도 대형 싱크홀이 생겨 트럭 2대가 8m 아래로 추락했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 2번 출구 옆 차도에서 직경 약 40㎝, 깊이 약 130㎝ 규모의 땅 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11일 오후 3시 13분께에도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에서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자 2명이 매몰됐고, 이 가운데 20대 작업자 1명은 13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50대 노동자 1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마지막 실종자 구조를 위해 특수대응단과 광명·군포·안산·안양소방서 등 5개 구조대와 350t급·500t급 크레인 2대와 소방드론 등을 투입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신속한 구조 작업과 함께 빈발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만 한다. 이번 사고는 아치형 구조의 터널을 떠받치는 콘크리트 기둥이 파손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지하 터널 공사 현장이 무너지면서 그 여파로 왕복 6차선 한가운데 지상 도로와 공사 시설물까지 무너졌다.

신안산선은 서울 여의도와 경기 안산·시흥을 연결하는 복선전철로,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민간 투자 사업이다. 사고 전날 밤, 시공사가 국토부에 위험 요인을 보고한 뒤 작업을 중단했지만, 안전진단 및 보강공사는 그대로 진행했다. 당시 보고에는 터널을 떠받치는 기둥이 여러 개 파손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붕괴 우려가 큰 상황에서 작업자가 투입된 경위가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게다가 사고가 난 구간은 감사원이 2023년 ‘지반 상태가 매우 불량한데도 터널 설계에 인버트(Invert │ 지반이 솟아오르는 것을 막는 시설) 설치가 반영돼 있지 않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사고는 붕괴 17시간 전 이상 징후가 확인됐는데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인재(人災)이자 ‘안전불감증’이 초래한 사고다. 이번 사고와 연관성이 있지는 않은지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할 대목이다.

지난 3월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3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고로 숨진 지 20일도 안 돼 지난 4월 13일 부산 사상구와 서울 마포구에서도 도로 한복판에 땅 꺼짐이 발생하는 등 벌써 여러 건의 땅 꺼짐이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지반 약화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집중호우가 내리는 장마철이 아닌데도 봄철에 대형 싱크홀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지하 안전정보 시스템(JIS)’에 따르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싱크홀 사고는 1337건으로, 연평균 200여 건가량에 이른다. 같은 기간 지역별 지반 침하 발생 건수는 경기도에서 289건이 발생해 가장 많았고 광주광역시 155건, 부산광역시 132건, 서울특별시 112건, 충북도 111건, 강원도 107건 등 지역 순으로 나타났다. 부산 사상구의 경우,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인근 도로에서 땅 꺼짐이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은 다행히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언제 어디서 큰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서울은 2024년 땅 꺼짐 신고가 2년 전(2022년)과 비교해 3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국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전국 싱크홀 신고·처리 자료’를 보면, 지난 3년간(2022~2024년) 전국 땅 꺼짐 신고는 모두 1727건이었다. 지난 3년간 ‘전국 싱크홀 구조 처리(인명 구조·차량 통제·안전 지도 등)’ 건수도 2022년 72건, 2023년 166건, 2024년 153건 등 모두 391건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북부 제외)가 11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이 87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연도별로는 2022년 19건, 2023년 31건, 2024년 37건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매해 반복되는 사고에도 지하 안전 대책은 지난 2018년 1월 1일부터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처음 시행한 이후 지반 침하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서 지하 안전평가, 지하 안전점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안전 점검 계획을 반복 수립해 점검만 반복했을 뿐, 근본적인 예방책은 여태껏 나온 적이 없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렇듯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가 안전 대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지 의문이 없지 않다. 시민단체 분석에 따르면, 교량·터널 등 안전 관리가 필요한 시설물 가운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제3호의 “중대시민재해”로 정부 관리 대상은 14.2%에 불과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4월 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중대시민재해 대상 현황 분석’을 발표했는데 경실련이 조사한 결과 중대시민재해 대상으로 관리되는 것은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7조(시설물의 종류)의 제1~3종 시설물에 등록된 전체 17만8897개 중 14.2%에 불과한 2만5499개로 나타났다. 아쉬운 대목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처벌 위주여서 예방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테면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기관에서 실질적인 시민 안전을 확보하기보다는 처벌을 피하기 위한 과도한 문서생산, 외부 컨설팅 의존, 보여주기식 안전 행사 등으로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땅 꺼짐이 끊임없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도 도로 역시 포함되어 있지 않다. 서울시는 작년 8월 연희동 싱크홀 사고 이후 부랴부랴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만들었지만, 정작 집값 영향 우려 등으로 비공개하고 있다. 불과 3, 4개월 만에 만들다 보니 내용도 부실하다. 기껏해야 지표면 레이더 조사만 했을 뿐, 지하 10m 이상을 파악할 지질조사는 담기지 않았다고 한다. 지반 침하 위험도를 고려한 지하 공간의 상세 지도를 만드는 작업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상·하수도관과 가스·통신관 등의 정보를 종합한 ‘우선정비구역도’란 자료가 있지만, 정확성이 떨어져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보여주기식 안전점검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예방 대책을 강구하여 조속 시행하는 것이 급선무임을 각별유념하고 총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땅 꺼짐 현상은 노후(老朽)한 상·하수도관에서 누수가 발생해 땅속 구멍이 커지는 경우, 지하철 등 각종 공사로 인한 지반 스트레스, 건설사의 부실 공사 등 다양한 이유가 작용한다. 우리나라 도시는 1970~80년대 고도 성장기에 만들어진 상·하수도 시설의 노후화가 심해 대도시 어디도 발밑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도로 구간 6863㎞ 중 26.95%(약 1850㎞)가 지반 침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땅 꺼짐 사고를 예방하려면 지하 시설에 대한 보다 철저하고 체계적인 관리와 조기 경보 시스템 마련이 필수이자 절대적이다. 지하 시설물이 노후화된 지역에서는 신속하게 보수가 서둘러 이뤄져야만 한다는 이유다. 도시 관리에서 지하 공간은 그 중요성에 비해 자칫 소홀히 다루기 쉬운 영역이다. 평상시 유권자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치적으로 내세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평상시 눈으로 보이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치적으로 내세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특히 공사 현장 인근은 더 자주 누수 여부를 확인하고 지반 상태를 점검해야만 한다. 지하철 공법, 지반 구조 파악 여부, 누수 차단 시공 현황 등 지하공사 전반에 대한 철저한 감독도 필요하다. 땅 꺼짐은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이다. 시한폭탄과 다름없는 발밑 위험을 더는 방치(放置)하고 수수방관(袖手傍觀)해서는 안 된다. 발밑 지하 공간 안전이 조속 담보되도록 도시시설물 안전 관리에 총력을 경주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