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실업률 7.5% 최악, 기업 활력 높여 양질의 일자리 창출만이 해법

2025-04-13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극심한 내수 부진과 경기 한파가 장기화하면서 청년층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난 4월 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취업자 수는 2858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2839만6000명에 비해 19만3000명(0.67%↑) 늘었다.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 덕분에 60대 이상 취업자가 36만5000명이나 증가한 영향이 컸다. 보건복지, 공공행정 등 정부 재정에 기대는 분야에서 대부분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356만9000명으로 1년 전 377만6000명보다 20만6000명(5.45%↓) 줄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도 45만5000명으로 1년 전 40만3000명보다 5만2000명(12.9%↑)이나 늘어나 3월 기준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청년층 실업률은 7.5%로 치솟아 1년 전 6.5%보다 1%포인트나 치솟아 코로나 위기였던 2021년 이후 4년 만에 3월 기준 가장 높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청년 고용 악화의 주된 이유는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3월에도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 수가 439만9000명으로 1년 전 451만2000명에 비해 11만2000명(2.48%↓)이나 줄어 4년 4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나타냈다. 건설업 취업자도 193만2000명으로 1년 전 211만7000명보다 18만5000명(8.73%↓)이나 급감했다. 건설업 취업자는 지난해 5월부터 11개월 연속 줄었는데, 이 역시 최장 기록이다. 내수 위축에 수출도 둔화하는 가운데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까지 본격화하면 일자리 한파가 더 혹독해질 수 있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세 영향으로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고용 부진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중소·지방 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를 하고 있지만 보다 큰 문제는 청년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부족한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 도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자세히 보면 세금으로 충당하는 이른바 ‘관제 일자리’는 계속 늘고, 청년과 민간 일자리는 줄고 있다. 이런 상황이 1년 가까이 계속 어어 지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경기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봐야 맞다.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등 민간 일자리 감소는 더는 방치(放置)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제조업은 9개월 연속 취업자가 줄었다. 400만명 이상이 종사하는 제조업은 고용시장의 기둥이나 다를 바 없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까지 겹치면 일자리 한파는 더욱 거세질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을 넉 달째 유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국내 정치의 리스크는 줄었지만, 미국 상호관세가 현실화하면서 대외여건이 악화했다는 진단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11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 고용 애로가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대외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압력이 증가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건설업 사정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11개월 연속 취업자 감소라는 통계 작성 이래 최장기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다. 최근 시공능력평가 134위 건설사인 이화공영이 올해 들어 7번째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1월부터 3월까지 신동아건설, 대저건설, 삼부토건, 대우조선해양건설, 안강건설, 벽산엔지니어링 등 건설사 6곳이 이미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100일 남짓한 기간에 종합건설사 171곳이 폐업했다. 여기에 7월부터 시행될 DSR 3단계 규제로 미분양은 더 늘고,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는 한층 심화할 수 있다. 건설업계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중소건설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 문턱을 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 도급 순위 20위~50위 중견 건설사 8곳이 부채비율 위험 수준(200%)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충격을 더한다. 무엇보다도 국내 건설업계가 연이은 회생절차 신청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금융권이 보유한 건설업 ‘익스포져(Exposure │ 위험 노출액)’와 부동산 PF 익스포져의 합산 규모가 252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부동산 규제의 부작용을 촘촘히 따져, 실수요자 보호와 기업 유동성 완충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최근 몇 년간 지속한 고환율이 과거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하면서 산업계 곳곳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호황·불황 업종,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원자재 구매비 증가, 해외 투자비 급등, 환 헤지 실패 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4월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7원 내린 1456.4원에 거래를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만 뺀 모든 교역 국가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면서 환율은 전날 대비 진정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날에는 장중 환율이 1480원대 후반까지 치솟으며 과거 금융위기 수준을 넘나들었다. 이렇듯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수입 건설자재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공사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는 건설사가 속출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건설사의 공사 비용과 인건비를 구분토록 하는 조치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건설업의 임금체불 급증을 우려해서다. 건설경기 실사지수(CBSI)는 지날달까지 10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건설사가 더 많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 건설업 경기는 심각하다. 서울(82.3)은 8.5포인트 상승해 다소 개선됐지만, 지방(55.9)은 7.7포인트 하락해 격차가 더 커졌다.

무엇보다도 청년 고용 문제는 더욱 절박하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지난해 5월 ‘사회 이동성 개선방안 정책’과 지난해 11월 ‘맞춤형 취업지원 정책’을 내놨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이다. 공통적인 분석은 정책의 홍보 및 접근성 부족 등을 꼽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정부의 지원 정책에 대해 인지를 못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는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주요요인 중 하나다. 이렇듯 상황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기업 채용 위축 속에 청년들이 고용시장 밖으로 한없이 밀려나고 있다. 안일하게 기존 대책만 반복할 게 아니라 산업 변화에 맞는 기술 기반 일자리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AI·로봇·기후기술 등 신산업 분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 체계를 전면 재설계하고, 민간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유인책도 마련해야 한다. 청년 창업 생태계도 획기적으로 키워야만 한다. 공공이 초기 수요를 이끌고 사업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 일자리 문제의 근본 해법은 기업의 활력을 높여 질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 혁파와 노동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들이 채용을 주저하게 하는 경직된 고용 시스템을 손질하는 것이 급선무다. 무엇보다 획일적·경직적 노동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은 물론‘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 해소와 함께 유연성을 확대하는 ‘노동 개혁’과 성과·직무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이 화급하다. 특히 인공지능(AI), 로봇,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이 번성하는 나라로 탈바꿈해야만 한다. 특히 기업이 다시 역동적으로 뛸 수 있도록 규제 족쇄를 제거하고 세제·예산·금융 전방위적으로 지원에 나서는 등 특단 대책을 마련해 ‘피크 코리아(Peak Korea)’ 위기를 서둘러 극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