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법무장관 탄핵심판 기각…"계엄 가담 입증 증거 부족"
헌재,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 국회, 비상계엄 관여 의혹 등 이유로 탄핵소추 계엄 가담 관련 소추 사유 모두 인정하지 않아
헌법재판소는 10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119일 만에 박 장관은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박 장관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국회는 박 장관이 지난해 12월 3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적극 막지 않았고, 계엄 해제 직후 '삼청동 안가 모임'에 참석하는 등 내란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같은 달 12일 탄핵했다.
국회는 박 장관이 계엄 당시 서울 동부구치소에 체포한 정치인이나 언론인 등을 구금할 시설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는 등 내란에 적극 가담했다고 봤다.
또한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 제출을 거부해 국회증언감정법 등을 위반하고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하는 본회의에서 표결이 끝나기 전 퇴장한 점도 탄핵 사유로 제시했다.
박 장관 측은 계엄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을 적극 만류했고, 삼청동 안가에서 비상계엄 후속조치 논의는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동부구치소에 구금시설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고,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며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헌재는 지난달 18일 첫 변론에 변론 절차를 마치고 재판관 평의에서 박 장관 탄핵 사건을 심리해왔다.
이날 선고는 전날 취임한 마은혁 재판관을 제외한 8인의 재판관이 의견을 내면서 이뤄졌다. 평의 과정에 참여한 재판관들이 종국 결정을 선고한다는 취지다.
헌재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가담했다는 의혹 관련 소추 사유에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헌재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 또는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계엄 전 국무회의 참석에 대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취지를 설명하는 자리에 참석했다거나 비상계엄 선포를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결의를 강화하거나 그 실행을 용이하게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헌재는 동부구치소 내 구금시설 마련 부분에 대해선 지난해 12월 4일 법무부 교정본부장이 교정시설 기관장들과 회의를 하며 '수용 여력을 확인하라'는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박 장관이 구금시설 마련을 지시를 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헌재는 삼청동 안가 회동에 대해선 "회동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피청구인이 내란행위에 따른 법적인 후속조치를 논의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함으로써 내란행위에 관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국회 자료 제출를 거부해 국회증언감정법 위반했다고 지적한 관련 소추 사유에 대해선 일부 위법 행위를 인정했지만 중대하지 않다고 했다.
헌재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의 서울구치소 출정 기록 제출을 거부한 것은 국회증언감정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전지검의 특수활동비 사용내역 관련 자료 제출에 대해선 적법한 요구가 아니기 때문에 위법한 행위는 아니라고 봤다. 국회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한 내재적 한계 분석 문건을 작성해 배포한 행위, 국회 본회의 중 퇴장한 행위도 위법 행위는 아니라고 했다.
헌재는 장씨 관련 자료 제출 거부는 국회증언감정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면서도 "피청구인이 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도로 법률을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법위반의 정도가 중대해 피청구인에게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하여야 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박 장관 측이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는 취지로 각하 결정을 내달라고 주장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 필요한 법정절차가 준수되고 피소추자의 헌법 내지 법률 위반 행위가 일정한 수준 이상 소명됐다"며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 법률 대리인인 김재훈 변호사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대로 된 절차, 법리, 증거도 없이 오로지 장관의 직무정지를 위한 터무니없는 탄핵소추였다. 국회의 권한 남용이라 생각했다"며 "각하 결정까지 기대했는데 그렇게 안 돼서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