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일상' 제주항공 참사 유족…해체된 일상
항공참사 100일…'해체된 가족' 유족 트라우마 현재 진행 중 유족협의회 "추모공간·특별법 제정 촉구"
"혈육을 잃은 슬픔,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전과 같은 일상은 불가능하죠."
12·29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 A씨는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6일 참사 이후의 삶을 "붕괴된 일상"이라고 표현했다.
5남매 중 넷째인 A씨는 지난해 12월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 참사로 누나와 막내 여동생을 한순간에 잃었다.
집도 가깝고 나이 터울이 적었던 삼남매는 다른 형제들보다 유독 가깝게 지냈다. 누나 식구와는 매년 여행을 갈 정도로 우애가 돈독했다.
지난해 연말 개인 일정으로 함께 여정에 오르지 못한 A씨는 비보 소식을 접한 뒤 일주일간 공항 구호텐트에 머물며 온전한 수습을 기다렸다.
A씨는 장례를 치룬 지 석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들의 죽음이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무너진 일상 회복도 요원하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밀려드는 공허함과 과호흡 증상 탓에 온전히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휴대전화 화면을 켜는 것 조차 두렵다. 사진첩에 저장된 환하게 웃는 누나와 동생의 얼굴이 교차 편집돼 휴대전화 화면에 자동 재생될 때면 가슴이 쿵 가라앉는다.
A씨는 참사를 '공동체의 붕괴'라고 표현했다.
그는 여동생이 먼 길을 떠나면서 집에 홀로 남겨진 청소년 조카를 매주 챙기고 있다.
조카가 끼니를 거르지는 않는지 살핀다. 가끔 꾹 참아온 눈물을 터뜨리는 조카 옆을 말 없이 지켜줄 수 밖에 없었다.
A씨의 조카는 "여행을 떠난 엄마가 곧 돌아올것만 같다"고 울먹인다. 그는 갑작스런 모친의 빈자리를 실감하지 못하는 조카를 안타까워했다.
그는 경제활동을 하는 부모나 가장을 잃은 희생자 가정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또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아이들만 남은 가정은 특히 생계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며 "많은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사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외압 없는 독립적인 조사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도했다.
유족들은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과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또 참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기체 잔해인 꼬리 동체를 보존하거나 별도의 추모공간을 마련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관계자는 "엔진이 갑자기 꺼져 동력을 잃게 됐는지, 각 기관의 과실은 없는지 등 의문점을 면밀하게 살펴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위원회는 희생자 유족에 대한 지원을 담은 특별법안 통과를 위해 논의하고 있다.
무안공항 2층에는 유족들이 머물고 있는 구호텐트 41동이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 유족들은 진상조사 과정 확인 등 남을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순번을 정해 공항을 지키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29일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는 승객 175명·승무원 6명 총 181명이 탑승한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랜딩 기어를 펼치지 못하고 활주로를 벗어나 시설물과 외벽담장을 충돌했다. 이 사고로 179명이 숨졌다. 이 중 광주·전남 시도민 사망자는 157명(태국 1명 포함, 87.7%)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