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물가 2.1% 상승, 석 달째 2%대 '오름세', 가공식품·공공서비스 '들썩'

2025-04-04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내수가 최악인데도 높은 먹거리 가격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면서 지난해 하반기 1%대로 떨어졌던 소비자물가가 올해 들어 지난 3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1% 상승하며 3개월 연속 2%대 오름세를 기록해 서민들의 삶의 무게가 한없이 무거워지고 있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전방위로 들썩이며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데, 식품·외식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로 물가가 언제나 안정될지 기약 없고, 이를 핑계 삼아 식품업계 가격 인상도 줄을 잇고 있다. 먹거리 물가가 오르면 생계비 부담이 큰 서민들이 가장 크게 고통받는데도 관계 당국의 인식과 대처는 한가하기 짝이 없다. 물가를 잡을 능력도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는 정부 경제관료들이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커녕 오히려 리스크(Risk)를 키우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작금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9월 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1%대로 내려온 뒤 올해 들어 다시 2%대가 고착화하는 양상이다. 통계청이 지난 4월 2일 발표한 ‘2025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29(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가 상승했고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지난 1월(2.2%)과 2월(2.0%)에 이어 3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이다. 특히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이 3%를 돌파했다. 외식 물가도 3%대를 기록하며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1%대를 유지해온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7%, 2월 2.9%에 이어 지난달 3.6%를 기록하면서 석 달 연속 상승해 2023년 12월(4.2%)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커피(8.3%)·초콜릿(15.5%)·빵(6.3%)·햄 및 베이컨(6%)·치킨(5.3%)·양념 소스(11.5%)·돼지고기(6.5%)·수입 쇠고기(5.6%)·귤(15.4%)·배추(49.7%)·무(86.4%)·양파(26.9%)·김(32.8%) 생선회(5.4%)·치킨(5.3%) 등에서 도시가스(6.9%)·지역 난방비(9.8%)·상수도료(3.7%)·휘발유(3.2%)까지 가격이 안 오른 제품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올해 들어 가격을 올렸거나 인상을 예고한 기업이 40곳이 넘는다. 두 자릿수 인상률을 보인 업체도 적잖다. 기업들은 원재료비와 인건비 상승, 환율 급등 등이 겹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입장이라지만, 일부 기업이 정부의 물가 관리 기능이 약화한 틈을 타 무분별하게 인상 대열에 편승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동안 정부 눈치를 보느라 인상을 망설였던 기업들이 불확실성이 커지고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자 무더기로 가격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업체들의 가격 인상 배경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12·14 탄핵소추 접수, 1·26 대통령 구속기소에서 52일 만인 3·8 대통령 석방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불확실성이 누적되면서 내란사태 장기화 여파도 적지 않아 보인다. 우선 내란사태 영향으로 환율이 지난해 12월부터 급등해 최근에도 1,450~1,47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4월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3월 평균 환율(주간 거래 종가 기준)은 달러당 1,452원 91전이었다.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 1,596원 88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이렇게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된 것도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다 영남권을 덮친 역대급 최악의 동시다발 대형산불로 주요 농산물 산지가 큰 피해를 입어 농축산물 물가 상승 압력까지 커졌다. 먹거리 물가 상승은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더 위축시키고 서민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든다. 서민 생계를 위협하는 밥상 물가를 서둘러 안정시켜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국정 혼란을 틈타 부당하게 가격을 올리는 편법 인상과 가격 담합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불공정 행위를 엄단(嚴斷)해야만 할 것이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등 나름의 인상 요인이 있어 가격을 인상한 기업들의 고충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이 이를 명분 삼아 과도하게 가격을 올리거나, 정치적 혼란기에 정부 관리가 느슨한 틈을 타 슬그머니 가격 인상 대열에 편승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도미노 가격 인상은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경기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물가가 들썩이면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늪에 빠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 발(發)‘관세 폭탄’이 ‘R(Recession │ 경기 침체)’의 공포로 파란을 일으키며 미국의 경기침체를 포함한 ‘트럼프 스톰(Trump Storm)’으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는 내수 위축으로 빈사(瀕死) 상태에 이르고 1%대 성장률 쇼크는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무엇보다 어안을 벙벙하게 하는 것은‘2%대 물가 상승’을 두고 “물가 안정 목표에 근접한 수치”라는 당국의 안이한 인식에 매몰되어 있다. 실물경제의 3대 축인 생산(전산업 0.3%↓)·소비(소매판매 0.4%↓)·투자(설비투자 5.8%↓)가 동시에 ‘트리플(Triple) 감소’하는 삼중고(三重苦)를 겪으며 내수 침체가 고착화(固着化)하면서 한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등 그야말로 풍전등화(風前燈火)로 백척간두(百尺竿頭)의 나락(奈落)에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 총체적 복합위기)’이라는 누란지위(累卵之危)의 경제 위기(危機)에 봉착하고 있는데, 정부의 긴장감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만 하는데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곤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다. “수치상 안정적 흐름”이란 해석을 내놓다니 안일하고 한가하다 못해 태평스럽다. 지난해 3월(3.1%)과 재작년 3월(4.1%) 누적 물가를 고려하면 작금의 소비자물가는 서민들에겐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4월에도 라면 등 일부 품목의 출고가 인상이 예정돼 있다. 경각심을 높이고 비상대책을 내놓아도 모자랄 판에 ‘숫자 놀음’이나 하고 있으니, 서민들의 불만은 비등하고 한숨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렇듯 물가 고삐가 풀린 건 환율과 국제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데다 식품·외식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선 탓이 크다. 당연히 고물가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더 위축시키고 서민의 삶을 팍팍하게 한다. 소득이 낮을수록 물가 상승에 따른 살림살이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에서 지출 비중이 높은 식료품의 물가 상승률은 전체 물가 상승률의 두 배에 달했다. 지난 4월 2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최근 10년간(2014∼2024년) 소득분위별 ‘소비자 체감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빈층인 소득 1분위의 체감물가 상승률이 23.2%로, 고소득층인 5분위 20.6%보다 무려 2.6%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부담을 높인 주요 요인은 식료품비와 난방비 등 주거 관련 비용 상승이었다. 보통 저소득층일수록 처분가능소득 대비 식비와 주거비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최근 10년간 저소득층의 지출 비중은 ▷식료품ㆍ비주류 음료(20.9%), ▷주택·수도·광열(20.0%), ▷보건(12.6%) 등 생존과 직결된 영역에 집중돼 있었다. 이 기간 저소득층 지출이 많은 식료품물가는 무려 41.9%나 올라 전체 물가상승률 21.2%의 2배에 달했다. 정부는 부당한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서둘러 농산물 수급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고 유통 규제를 개선하는 한편 농산물 수입 다변화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선 환율 안정이 최우선이다. 고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마당에 국제 곡물 가격과 맞물리면 물가 안정은 요원하다. 현 정부 경제수장이 지난해 환율이 오를수록 유리한 ‘30년 만기 미국 국채’에 2억 원 상당을 투자했다니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고환율 시대 경제수장으로서의 자격과 신뢰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공직자라면 이해 상충을 피하는 게 당연한 도리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망각하고 미국 국채를 사들이며 원화 가치 하락에 베팅했다니, 더구나 2년 전,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대통령실 수석 시절 매입한 1억 7,000만 원 상당의 미(美) 국채가 논란이 된 바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경제수장으로서 과연 물가를 안정시킬 정책을 이끌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정국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고환율 압박을 줄이는 것만이 결국엔 먹거리 부담 완화와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당연히 정부는 할당 관세 등을 통해 수입 원재료 가격 부담을 낮춰주되, 업체들의 경쟁적인 가격 인상이 과도한 측면이 없는지 면밀한 모니터링을 하고, 더 촘촘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시장 개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꼼수 가격 인상과 가격담합 등 물가 불안을 부추기는 행위는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만 한다. 여(與)·야(野)와 정부는 민생의 기본인 물가부터 서둘러 잡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의료와 주거 복지 등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야 한다. 추락하는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조속히 정치 불안을 해소하고 기술력 향상과 시장 다변화에 전방위적 총력 대응으로 사생결단(死生決斷) 나서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