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종료벨 1분30초 빨라’…피해 학생들, 국가 상대 손배소 일부 승소
2024학년도 수능 당시 경동고서 타종사고 法 “주의의무 위반…정신적 손해 배상해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시 서울 성북구 경동고등학교 고사장에서 발생한 이른바 ‘타종사고’로 피해를 본 학생들에게 국가가 100만~3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김석범)는 27일 경동고 피해 수험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집단 소송을 제기한 학생 중 2명에 대해서는 국가가 인당 100만원을,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인당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타종사고와 그 후속조치는 시험장 책임자 및 타종 담당 시험감독관이 국가행정사무로 수능 관리 직무를 수행하면서 공평, 공정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수능이 수험생들에게 갖는 중요성과 의미, 시험 종료 시각의 준수가 지니는 중요성 등을 생각하면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이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이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위자료 산정과 관련해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에게 구체적 추가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시험이 조기 종료된 시간이 비교적 짧은 점 ▲2024학년도 수능 난이도 등을 고려해 금액을 정했다고 밝혔다.
다른 원고들보다 적은 위자료를 인정받은 학생 2명은 제2교시 수학 영역 시험 종류 후에 제공된 약 1분30초의 추가 시험 시간 동안 이전에 마킹하지 못한 답을 OMR 답안지에 작성해 제출한 만큼, 마킹을 못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점을 참작했다.
앞서 2023년 11월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시험 당일 경동고 시험장에서 1교시 국어 시간 때 시험 종료 벨이 예정 시간보다 약 1분30초 빠르게 울렸다.
당시 경동고 시험장 내 타종 방법은 방송 시스템 오류를 우려해 수동으로 설정됐는데, 담당 감독관이 시간을 오인해 1분30초 빠르게 타종을 했다는 것이 원고 측의 주장이다.
타종 직후 일부 학생들은 시험시간이 남았다며 항의했으나 추가 시간 부여 등의 조치 없이 시험지는 회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과정에서 학생과 감독관, 시험본부 간 언쟁이 발생해 시험장 내 혼란도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명진의 김우석 변호사는 이날 판결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취지는 피해 학생들의 1년 재수비용 정도는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것인데, 인당 100~300만원이라는 인용금액이 적절한지는 심각한 의문이 있다”며 항소 예정임을 밝혔다.
이어 “수능 타종사고는 이 사건 전에도, 후에도 있었다”며 “이런 식으로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올해도 타종사고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