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회사, 퇴근후 배달"…싱크홀 참변 30대 가장, 안타까운 사연
서울 강동구 명일동 도로 한복판에서 발생한 싱크홀(땅꺼짐) 사고로 숨진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 씨(33)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6시 29분께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사거리에서 길동생태공원 삼거리 방향으로 가고 있던 박씨는 갑자기 꺼진 도로 아래로 추락했다. 싱크홀은 지름과 깊이가 각각 20m에 달하는 대형 규모였다.
박 씨는 사고 약 17시간 만인 지난 25일 오전 11시 22분께 싱크홀 중심 기준으로 고덕동 방향 약 50m 지점에서 호흡과 의식이 없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박 씨는 헬멧과 바이크 장화를 착용한 모습 그대로 발견됐다.
25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박씨는 생계를 위해 낮에 광고업 프리랜서로 일하고, 퇴근 후 배달 일을 부업으로 했다. 2018년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후 어머니와 여동생을 부양하며 가장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박 씨의 친구 김모(33)씨는 박 씨를 일주일 내내 일만 하던 성실한 친구였다고 전했다.
고인과 초등학교, 보습학원을 같이 다녔다는 김 씨는 박 씨가 유쾌하고 긍정적인 성격이었다고도 했다. 어린 시절 박 씨가 애니메이션 코스프레를 하고, 학원에 와 친구들을 웃겨주기도 하는 유쾌한 성격이었다고 김씨는 떠올렸다.
장례식장을 찾은 박씨의 직장 동료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료 A씨에 따르면, 박씨는 오후 5시에 회사에서 퇴근하고 오전 2시까지 라이더 일을 한 뒤 다시 아침에 회사로 출근하곤 했다.
박 씨의 빈소는 25일 오후 8시께 차려졌다. 장례식장에는 강동구청 직원들이 나와 자리를 지켰다.
이번 싱크홀 발생은 노후 상수도관과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 구간 공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싱크홀이 생긴 원인,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과정 등을 조사하고, 박씨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정밀 종합 조사를 위해 관계기관과 협동 조사를 꾸린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