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동시다발 봄철 대형산불 막을 항구적 근본대책 강구를
초여름을 방불케 한 이상고온과 계속되는 건조한 날씨 속에 강한 바람으로 인해 경남 김해·산청과 경북 의성·울산·울주 등 전국 곳곳에서 대형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잇따라 발생하면서 진화 작업 대원 등 4명이 사망하고 5명이 중상, 1명이 경상을 입고, 주민 1988명이 대피하고, 총 산림 7778.61㏊가 불에 타는 큰 피해가 났다. 지난 3월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3월 21일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이날 오후 9시 기준 인명 피해는 총 10명으로 모두 산청군에서 발생했고, 대피한 주민은 총 1988명으로 의성이 1554명이며, 산청 316명, 울주 118명이다. 불에 탄 주택은 총 90개 동으로 산청에서 16동, 의성에서 74동이 불에 탔고, 축구장 1만895개에 달하는 면적인 7778.61㏊(산청 1379㏊, 의성 6078㏊, 울주 192㏊, 김해 90㏊, 옥천 39.61㏊)의 산림이 불에 탔으며, 산불이 확산하면서 이재민만 2430명에 달한다.
지난 21일 오후 3시 26분 경상남도 산청군 사천면 신천리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은 발생 3시간 만에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헬기를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전국에서 31건의 산불이 추가로 발생하자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총력 대응하고 있으나 강풍으로 인해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3월 22일 오후 6시를 기하여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위해 경상남도, 경상북도, 울산광역시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재난 사태 선포 지역에는 재난경보 발령, 인력·장비·물자 동원, 위험구역 설정, 대피 명령, 응급 지원, 공무원 비상소집 등 조치와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하게 된다. 산청과 의성, 울주엔 산불 대응 최고 단계인 3단계가 발령됐고, 김해와 옥천은 대응 2단계가 발령된 상태다. 지난 3월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중·대형 산불이 발생해, 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김해, 충북 옥천 등 5개 지역이다. 현재 산불 규모가 가장 큰 의성은 간판이 날아갈 정도의 바람인 초속 17.9m의 강풍을 타고 불길이 퍼지면서 진화율이 60%에 그쳤다. 현재 진화율은 산청 71%, 울주 72%, 김해 96%, 옥천 100% 등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봄이면 ‘남고북저(南高北低)’의 기압 속 기온이 높고 건조한 서풍이 거세게 불면서 산불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남쪽에서는 뜨거운 고기압이 발생하여 시계방향으로 강한 바람이 불고 북쪽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불다가 이들이 마주치면서 태풍급의 바람을 만들어 강한 서풍을 일으키게 된다. 이렇게 서풍이 불면 공기가 백두대간을 타고 오를 때는 차고 건조해졌다가 정상을 넘어 내려갈 때 다시 따뜻해지는 ‘푄현상(Föhn │ Foehn Wind)’이 발생해 산불을 일으킬 위험을 높인다. 건조한 대기에 강풍까지 겹치게 되면 불똥이 날아가 번지는 ‘비화(飛火)’ 현상도 나타나 산불 확산을 키운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도깨비불'처럼 불씨가 수백m씩 날아가게 되고 특히 소나무 가지나 껍질 등에 불이 붙어서 생긴 불똥이 강풍을 만나게 되면 최대 2km까지도 날아가서 산불을 확산시킬 수가 있다. 산불을 키운 건 바람뿐만 아니라 이례적으로 높아진 기온도 한몫했다. 어제 포항 구룡포는 28.1℃까지 올랐고, 동해안과 영남 지방을 중심으로도 5월 중순 수준으로 기온이 크게 올랐다. 울산, 울주 기온이 27.2℃까지 올랐고, 대구, 경주, 부산 등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는 오늘도 대부분 25℃를 웃도는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기온이 오르면 지표면이 빨리 달궈지는데, 공기는 뜨거울수록 가벼워서 위로 올라가게 되고 불똥이 위로 올라가는 공기들과 만나 떠올랐다가, 강풍을 만나서 불길이 순식간에 바람에 ‘비화(飛火)’ 현상을 일으켜 다른 산으로 확산하게 된다.
산청 산불은 인근 농장에서 잡초 제거를 위해 예초기를 사용하던 중 불씨가 튀며 발생한 것으로, 울주 산불은 용접 작업 중 불씨가 튀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성 산불은 성묘객이 실수로 인해 불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작은 부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한다는 점을 이번 산불이 여실히 보여준 것으로 사소한 부주의가 대형산불로 번진 것이다. 또 농사철을 맞아 논둑 등 소각 행위도 자칫하면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 작은 불씨에서 시작됐더라도 일단 불이 번지면 많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한다 해도 진화가 어렵고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발생한다.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원인을 분석해보면 연평균 발생 535.4건 중에서 32.57%인 174.4건이 입산자 실화였고, 12.79%인 68.5건이 쓰레기 소각이었으며, 5.62%인 30.1건이 담뱃불 실화였고, 5.58%인 29.9건이 주택화재 비화(飛火) 순으로 발생하였다. 소방 당국과 지자체는 임야 주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등산객이나 국민들은 사소한 부주의가 산불로 확산할 위험이 있다는 경각심을 크게 갖고 작은 불씨 하나라도 취급·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갈수록 봄철 산불에 취약해지고 있다. 정부는 신속하게 상황을 수습하고 추가적인 산불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응 체계를 서둘러 정비해 해마다 연례적으로 반복되는 동시다발 봄철 대형산불을 항구적으로 막을 수 있는 근본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만 한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강원 지역에서 잦았던 봄철 산불이 이제는 전국 어디에서 발생할지 모를 정도로 그 발생 가능성이 전방위로 널리 확산하고 있다. 지난 3월 22일 하루 동안에만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산불이 31건에 이른다. 하루 산불 발생 31건은 최근 10년 새 봄철 산불 가운데 2023년 4월 2일 발생한 산불 35건에 이어 2015년 3월 22일 발생한 산불 31건과 같은 두 번째로 발생 건수가 많은 2위 기록으로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하고 남음이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여름에 비가 많이 내리고 겨울과 봄에는 고온 건조한 날씨가 반복되는 탓이다. 비가 많이 올 때 자라난 풀들은 메마른 날씨를 만나면 산불의 가연물이 된다. 작은 불씨가 대형산불로 번지기 쉬운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차제에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가 많은 우리나라 숲 특성도 대형산불 발생원인 중 하나다. 내화력(耐火力)이 강한 활엽수를 심고 숲 가꾸기를 통해 나무 사이 간격을 떨어뜨려 안전 공간을 확보하는 장기적 플랜도 생각해봐야만 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연평균 546건의 산불이 발생해 4,003㏊의 산림이 소실됐다. 특히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2월부터 5월 중순까지 피해 건수의 57%, 피해면적의 58%가 집중됐다. 해마다 대형산불이 봄철에 빈발하는 데는 산을 찾는 사람들의 부주의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 10년간 산불 원인은 입산자의 실화가 32.9%, 쓰레기 소각이 12.6%, 논·밭두렁 소각이 11.9%를 차지했다. 대부분 인위적 실수로 산불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갈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진 봄철 산불은 대형화·장기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기후위기와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겨울 가뭄이 산림을 메마르게 만들고 기후위기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상대습도가 낮아지면서 봄철 산불 발생과 대형화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논리다. 전 지구적으로 커져만 가는 산불의 예방대책은 기후재난의 시각에서 접근해야만 한다.
지난 10년간 산불 피해면적이 100㏊ 이상인 ‘대형산불’은 32건에 달해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산불 발생 건수 대비 평균 피해면적은 10.62㏊로 이전 5년(2014∼2018년) 1.18㏊보다 무려 9배나 늘었다. 봄철에 발생한 산불이 연간 전체 산불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로 인한 피해면적은 전체의 8할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23일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최근 10년간 3월과 4월에 발생한 산불은 251건으로 전체 산불의 46%를 차지했다. 이로 인한 산림 피해면적도 3,424㏊로 전체 피해의 86%에 달했다. 그만큼 봄철에 산불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방증(傍證)이다. 또 동해안 중심의 산불이 내륙으로 번지며 ‘산불 안전지대’의 개념도 희석되고 있다. 과거보다 건조한 날이 늘고 바람이 거세지는 등 기후변화가 심각해진 탓이다. 실제 지난해 1∼4월 강수량은 평년 대비 69%에 불과했을 뿐만 아니라, 건조일수는 16%, 강풍 특보는 50%나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이달 22일까지 전국 누적 강수량은 77.6㎜로 평년(104.5㎜)의 76.1% 수준에 그친다. 현재 산불이 이어지는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은 강수량이 예년 대비 67.4%(61.3㎜)와 54.2%(73.5㎜)에 불과하다. 오는 3월 27일 전까지는 백두대간 동쪽을 중심으로 대기가 매우 건조하다고 한다. 대형산불로 막대한 재산·인명 피해가 발생한 외국 사례들을 더는 남의 나라 일로 방관(傍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은 경각심을 갖고 철저한 대비책 마련은 물론 산불 재앙을 막기 위한 총력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불이 발생하면 인명과 재산에 직접적인 막대한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자연에도 깊은 생채기를 남긴다. 산림은 이전 상태로 회복하기엔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산불은 바람이 불면 불씨가 날아다니거나 다시 살아나 진화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산불은 진화보다도 예방을 우선한다. 산림청은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의 입산을 통제하고 감시원을 배치해 성냥이나 라이터 등 화기 소지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단속엔 한계가 있다. 국민 스스로가 각별한 주의와 경각심을 높게 갖고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 산불 예방은 아무리 지나쳐도 부족함이 없다. 봄만 되면 겪는 산불 악몽을 불가항력적 천재지변이라고 치부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당연히 소방·산림 당국은 진화 장비와 시설을 확충하고, 방재·위험예보 시스템과 재난 대응 체계를 더욱 철저히 구축해야만 한다. 산불 진화 매뉴얼도 촘촘히 가다듬어 진화 도중 인명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하고, 조기 발견해 신속 진화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해 매년 되풀이 반복되는 봄철 대형산불 발생 악순환의 고리를 근원적으로 끊어야만 한다. 산불은 어느 한 시점이나 어느 한 기관이 나서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가적 차원의 범국민적 산불 예방이 첩경이다. ‘산소기지(山消氣地 │ 山림청·消방청·氣상청·地자체) 공조’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산소기지(山消氣地)’ 중심의 공동대응·합동작전의 유기적인 협업으로 소중한 산림자원으로 보호하고 지켜야만 한다.
산불 발생 시는 신속하게 신고하고, 초기 진화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산림청과 소방청, 기상청, 지자체는 유기적으로 협력해 산불 비상대비체계를 갖추는 게 필수적 선제 대응이다. 유사시 ‘산소기지(山消氣地)’의 기관별 연락관을 행정안전부에 파견 상황 전반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통제·관리하는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로 작동하는‘산불 워룸(War room)’을 설치하여 즉각 가동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수립하여 신속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By failing to prepare, you are preparing to fail)”란 ‘벤자민 플랭클린(Benjamin Franklin)’의 선각(先覺)을 떠 올리고 곡돌사신(曲突徙薪)의 심정으로 거안사위(居安思危)와 초윤장산(礎潤張傘)의 지혜 그리고 유비무환(有備無患)과 상두주무(桑土綢繆)의 혜안으로 봄철 산불 동시다발에 선제 예방과 효율 대응에 총력 경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