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선고 지연…헌재 의견 갈렸나 추측 난무
‘5대 3’, ‘4대 4’설…”사실관계 다투고 있다” 추측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예상보다 더 오래 밝히지 않으면서 배경과 이유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평의 내용이 보안에 부쳐지고 있어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20일은 국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지 97일째, 변론을 마친 지 24일째가 되는 날이다. 앞선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변론 종결 이후 각각 14·11일 만에, 탄핵소추 의결서 접수 후 63·91일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이미 최장 기록을 세운 것이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후 신속하고 공정하게 심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5일 변론을 11차례만에 종결할 당시만 해도 사건의 엄중함을 고려해 속도를 내고 있다는 해석이 많았다. 윤 대통령은 변론 종결까지 73일이 걸렸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17번의 변론을 마치는 데 80일이 소요됐다.
그러나 헌재가 예상을 깨고 선고기일을 밝히지 않으며 전직 헌법재판관들이나 헌법학자들의 해석도 엇갈린다. 하나는 헌법재판관들이 사실관계 확정에 시간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장원 메모’나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 윤 대통령 측이 신빙성을 문제삼은 대목이 거론된다.
한 헌법학자는 “(정치인 체포 지시가 배척되면) 윤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지 여부에 대해 가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가 위법·위헌의 정도가 중대하고 국민 신임을 배반했다고 판단해야 파면할 수 있다.
이런 해석은 ‘8대 0’이 아니라 ‘5대 3’, ‘4대 4’ 등 재판관 성향에 따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추측도 자아낸다.
이와 반대로 ‘8대 0’은 이미 굳어졌다는 해석도 많다. 계엄군이 국회 로텐더홀까지 진입한 사실이 있고 윤 대통령 본인도 군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내라 지시했다고 헌재에서 발언한 사실을 뒤집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헌재의 판단이 형사 재판 결과와 다르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원이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면서 결정문 속 법리를 더 치밀하게 다듬고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하나는 헌재가 다른 공직자들의 탄핵심판 사건을 함께 진행해 나가면서 물리적인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앞선 두 전직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할 당시에는 다른 탄핵심판이 헌재에 접수돼 있지 않았다. 반면 윤 대통령 사건의 경우 헌재는 한덕수 국무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심판 사건의 변론을 동시에 마무리한 바 있다.
한 총리 탄핵심판을 윤 대통령보다 먼저 내놓아야 할지, 아니면 동시에 내놓아야 할지도 함께 고심하느라 선고 시점을 잡는 데 애를 먹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평의 진행 단계나 선고 시점 지연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선고 2~3일 전 일정을 공지하는 관례를 고려하면 선고 시점은 빨라야 다음주 초라는 전망이 많다.
늦어지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일인 26일 이후가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