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과 첫 공식회동한 이재명 “삼성 잘살아야”…친기업 행보

2025-03-20     박두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역삼 SSAFY 서울캠퍼스에서 마중 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처음으로 공식 회동했다. 이 대표는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산다”고 했다. 주요 화두는 ‘청년 일자리’였지만 이 대표는 대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을 강조하는 등 친기업 메시지를 내며 중도 확장 행보를 이어갔다.

이 대표와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역삼동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싸피)에서 열리는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 위기 속 청년들의 취업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싸피는 삼성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든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CSR) 프로그램이다. 취업 준비생에게 소프트웨어 역량 향상 교육과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번 회동은 탄핵 정국 속에서 야권의 유력 주자와 재계 서열 1위 삼성 그룹 총수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정치권과 경제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 대표는 20대 대선의 민주당 후보 시절이던 2021년 말 삼성경제연구소(SERI)를 방문했을 때 이 회장과 만난 적은 있지만 공식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삼성이 경제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는 “경제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우리의 역량과 의지로 잘 이겨낼 것으로 본다”며 “일자리든, 삶의 질이든 다 경제활동에서 나오는 만큼 글로벌 경쟁이 격화한 상황에서 대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그 과정에서 훌륭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이 과실을 누리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회동에서 ‘청년 일자리’를 비롯해 정부 지원과 기업 투자 등을 폭넓게 다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등 잇따른 압박에 관한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다만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특별법과 최근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 등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앞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있어서는 정부의 적극적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스마트 공장이 코로나 시기 극복에 매우 큰 역할을 해 가장 큰 보람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며 “이 대표는 그 사례가 삼성 같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라고 평가했고 그런 역할을 많이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일본과 우리를 비교했을 때 공공외교에서 많이 부족하다”며 “기업과  정부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야겠다”고 말했다고 조 수석대변인은 덧붙였다.

이 대표가 이 회장과 만난 건 중도층 공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최근 재계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며 경제 정책 행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도와 실용 노선을 띄우며 “경제 리더”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