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100만 시대 돌입, 가족 돌봄 부담 경감을 위한 국가책임 더 높여야

2025-03-16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급격한 고령화로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지난해 10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 환자가 내년엔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라는 충격적 추계가 나왔다. ‘치매(Dementia)’는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하여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임상 증후군으로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이라 불리는 노인성 치매와 중풍 등으로 인해 생기는 혈관성 치매가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정상적인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이상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면서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신경 질환으로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병이다.

치매는 기억 장애, 말이나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 언어 장애(실어증), 일상적인 생활 동작이 어려운 실행증, 사물을 구별하지 못하는 실인증, 방향 감각이 떨어져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는 시공간 능력 장애, 판단력 장애, 가족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행동 증상, 우울 증상, 감정 상태 불안정, 밤이 되면 안절부절못하고, 이리저리 배회하며, 난폭해지고 흥분하여 공격적인 야간 착란 등 노인들이 암보다 더 무서워하고 가장 두려워하는 병이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주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13일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에 따른 치매 환자 수 및 경도인지장애 진단자 수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 수는 올해(2025년) 97만759명(치매 유병률 9.17%)에 달한다. 내년(2026년) 101만4865명, 2030년 121만2315명, 2040년 179만5287명, 2044년에는 200만7848명으로 200만명을 넘길 것으로 추정했으며, 2050년에는 225만8915명으로 추정됐다. 치매로 악화할 위험이 큰 ‘경도인지장애’도 올해 298만명에 육박하고, 2033년 400만명에 진입할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고령자가 지속적인 증가로 계속 늘어나면서 치매 환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가족의 돌봄 부담은 여전하다. 현재 치매 환자의 상당수는 가족 돌봄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치매 환자는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탓에 가족이나 다른 돌봄 인력의 보살핌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한 가족의 부담이 적잖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설이나 병원에 가지 않고 지역사회에 머무는 치매 환자의 가족 45.8%는 ‘돌봄 부담’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전체의 40% 가량은 ‘신체적·정신적·경제적 변화를 포함한 삶의 부정적 변화’를 경험했다고 한다. 특히 경제적 부담은 치매 환자 가족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국가의 돌봄 관리 체계 바깥에 있는 치매 환자에 대한 돌봄은 오롯이 가족 몫이 되고 있음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지역사회 환자 가족의 38.3%, 시설·병원에 있는 환자 가족의 41.3%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음도 기억해야만 한다. 비동거 가족의 경우 주당 평균 돌봄 시간은 18시간, 외부 서비스(장기요양서비스, ‘치매안심센터’, 유급 간병인 등) 이용 시간은 주당 평균 10시간이었다. 가장 시급한 게 비용 경감인 만큼 치매 환자 가족들이 돌봄 부담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가족들의 신체적·정신적 부담은 참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자택 등 지역사회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45.8%가 돌봄 부담을 호소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부담이었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지역사회에 머무는 경우 1733만9480원, 시설·병원에 있는 경우 3138만1940원이 든다고 한다. 이렇듯 치매 환자 급증으로 가족과 사회의 ‘돌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치매 환자 돌봄과 치료를 개인이나 가족에게만 맡겨놓을 순 없다. 가족이 장기간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지어 ‘간병 지옥’이니 ‘돌봄 지옥’이니 ‘간병 퇴직’이란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치매에 걸린 배우자나 부모를 살해하는 ‘간병 살인’까지도 벌어지고 있다. 70대 치매 아내를 4년간 돌보다 살해한 80대 남편이 지난 1월 10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형을 확정받기도 했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선제 대응에 나서서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책임을 한층 더 높여야만 한다.

치매는 오롯이 가족만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인식전환이 화급하다. 정부는 치매 조기 검진과 예방 역할을 담당하는 ‘치매안심센터’를 전국 보건소 256곳에서 운영 중이다. 하지만 환자 치료와 돌봄을 위해 필요한 시설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치매 환자를 돌볼 간병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는 데다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이직률도 매우 높다. 외국인 간병인 조기도입 등 돌봄 전문인력 양성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또한, 돌봄 시설 확충과 함께 재가(在家) 돌봄 제도도 정비해야만 한다. 치매의 조기진단 부문에서는 이전보다 성과가 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치료와 돌봄서비스로 연계하는 데는 여전히 미흡하다. 치매의 고통은 환자 본인이나 가족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시설·병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머무는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52.6%)이 1인 가구였고 27.1%가 부부 가구, 19.8%가 자녀동거 가구였다. 환자가 시설이나 병원에 들어간 경우에도 입소 전 평균 27.3%를 가족이 돌봤는데, 결국 ‘24시간 돌봄의 어려움(27.2%)’이나 ‘증상 악화로 인한 가족 불편(25.0%)’ 탓에 입소를 택했다. 치매 환자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만큼 혼자 살든, 같이 살든 가족이나 다른 돌봄 인력의 도움만은 절실하다. 실제로 치매 환자와 같이 살지 않는 가족도 주당 평균 18시간을 이들의 돌봄에 썼다. 지역사회에 머무는 경우 돌봄비 비중(67.0%)이 보건의료비(25.3%) 보다 월등히 커 전체 비용의 3분의 2에 달했다. 시설·병원 환자도 전체 비용의 절반 가까이(48.9%)가 돌봄비였다. 이 때문에 치매 환자 가족은 우선 필요한 정책으로 경제적 비용 경감을 꼽았다. 따라서 치매 환자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조치 역시 화급하다. 재원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치매 환자 100만명 시대를 앞두고 국가책임 강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목전의 절박한 과제다.

지난해 노인성 질병 급여비는 2019년 대비 28% 늘어난 6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사회 전체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대응은 필수 불가결한 문제다. 우선 치매 검진과 예방, 사례관리, 환자 가족지원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지역 치매 관리 기관인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치매 조기발견과 초기 집중관리를 위해 ‘치매안심센터’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만 한다. 가족의 돌봄 부담 경감을 위해선 장기요양 재가(在家) 서비스 확대를 추진해 돌봄 필요도가 높은 중증 수급자의 재가(在家) 급여 월 한도액을 시설입소자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보건복지부 계획은 환영한다. 아울러 노인요양시설 등에 ‘치매전담실’ 운영을 확대하고 보호자 긴급 상황으로 인한 돌봄 공백 지원을 위한 장기요양 가족 휴가제를 종일 방문 요양 연간 이용 가능 횟수는 현재 연 22회에서 24회로 확대하고 단기 보호 연간 이용 가능 일수도 현재 연 11일에서 12일로 확대하는 계획도 서둘러서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치매 검사·예방 교육 서비스를 계속 추진하고 홀몸, 부부 치매 등 돌봄 사각지대 위험이 있는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사례관리를 대폭 강화해야 함도 물론이다. 가족이 치매에 대한 과도한 공포나 우려로 불필요한 부담까지 지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만 하는 것도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