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는 청년’ 50만 명 역대 최대, 지속 가능한 청년 일자리 안전망 구축을

2025-03-16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직업도 없고, 진학 준비나 적극적인 구직 활동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었음’ 청년 인구가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서면서 청년층의 경제활동 포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3월 12일 발표한 ‘2025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50만 4,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 44만 3,000명 대비 6만 1,000명(13.8%↑)이나 늘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50만 명을 넘어선 것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초다. ‘쉬었음’은 일을 하거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고 있는 상태로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청년들은 취업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 2월 쉬었다는 20대(20~29세) 인구는 46만 명으로, 전년 동기 39만 명 대비 7만 1,000명(18.1%↑)나 급증했다. 올해 2월 전체 고용률은 68.9%로 작년 2월보다 0.2%포인트 상승했는데, 15~29세 청년층의 고용률은 전년도 2월 46.0%(전체 825만 명 중 379만 2,000명 취업)에서 올해 2월 44.3%(전체 803만 5,000명 중 355만 7,000명 취업)로 오히려 1.7%포인트나 하락했다. 2021년 1월 이후 4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가장 왕성하게 일해야 할 20대(20~29세)가 쉬고 있다는 건 그만큼 청년 취업 한파가 심각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고, 그마저도 신규가 아닌 경력직 위주로 뽑고 있다.

올해 1월 구직자 1명당 구할 수 있는 일자리 수를 의미하는 ‘구인 배수’는 0.28을 기록하며 1999년 이후 26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는 구직자 100명당 일자리 28개만이 존재한다는 뜻으로,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취업난을 보여준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7.0%로 전체(3.2%)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국내 실업자 가운데 20대 후반(25~29세) 비율은 2023년 2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가장 높았다. 실업자 5명 중 1명꼴로 20대라는 얘기다. 이를 방치(放置)하고 방기(放棄)한다면 산업인력 구조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 활력을 떨어뜨려 저출생 같은 다른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청년들이 일할 의지가 부족하다고 치부해 버리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만 한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대기업 채용시장에 찬바람이 불며 혹독한 한파가 예상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61.1%는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채용계획 미수립 기업은 41.3%, 채용이 없는 기업은 19.8%였다. 기업은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및 기업 수익성 악화 대응을 위한 경영 긴축’을 51.5%로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와 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부진(11.8%) ▷고용 경직으로 인해 경영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구조조정 어려움(8.8%) 순으로 답했다. 12·3 비상계엄과 도널드 트럼프 발(發) ‘관세 전쟁’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영향이다.

한번 쉬게 된 청년의 쉬는 기간이 장기화하는 것도 문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1년 이상 ‘쉬었음’ 경험이 있는 청년 3,1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3월 11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의 쉬는 기간은 평균 22.7개월에 달했고, 10명 중 7명은 쉬었음 이 기간을 불안하게 인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쉬었음’을 택한 이유로는 10명 중 4명이 ‘적합한 일자리 부족’을 꼽았다. 세부적으로는‘적합한 일자리 부족(38.1%·중복응답)’과 ‘교육·자기계발(35.0%)’이 1, 2순위를 차지했다. ‘번아웃(27.7%)’, ‘심리적·정신적 문제(25.0%)’가 뒤를 이었다. 경력이 없을수록, 미취업 기간이 길수록, 과거 일자리가 저임금·저숙련일수록 ‘쉬었음’ 상태일 확률이 높았다. 일 경험이 없을수록, 미취업 기간이 길수록, 과거 일자리가 저임금·저숙련·불안정할수록 쉬었음 상태로 남아 있는 비중이 컸다.

통계청이 정의하는 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조사대상기간 동안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하여 실제로 수입이 있는 일을 한 취업자와 일을 하지는 않았으나 구직 활동을 한 실업자의 합계를 말한다. 따라서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와 실업자는 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실업자는 어찌 되었든지 구직이라는 경제활동을 한 것으로 간주한다. 육아, 가사, 재학·수강, 연로, 심신장애 등에 따른 비경제활동인구와는 구분된다. 이 중 ‘쉬었음’은 구직이나 경제활동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를 가리킨다. 아예 일할 의욕을 잃어버린 것으로, 단순 실업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작금의 정치권 리더십 부재 상황에서 당연히 정치적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불안하기 이를 데 없는 정국이지만 불확실성을 없애는데 국가 역량을 총 집주(集注)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구조개혁 추진도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준엄한 명령이자 엄중한 책무임을 각별 유념하고 실행으로 답해야 한다. 다음으로 구조개혁만이 위기의 국가 운명을 바꿀 수 있다. 무엇보다 획일적, 경직적 노동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은 물론‘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 해소와 함께 유연성을 확대하는 ‘노동 개혁’이 화급하다. 무엇보다도 규제 개혁을 서두르고 인공지능(AI), 로봇,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이 번성하는 나라로 탈바꿈해야만 한다. 특히 기업이 다시 역동적으로 뛸 수 있도록 규제 족쇄를 제거하고 세제·예산·금융 전방위적으로 지원에 나서는 등 특단 대책을 마련해 ‘피크 코리아(Peak Korea)’ 위기를 서둘러 극복해 나가야 한다.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50만 4,000명에 달하는 통계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우선 기업 투자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14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고용 애로가 지속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3개월째 “경기 하방압력이 증가하고 있다”라는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 판단과 유사하지만. ‘수출 증가세 둔화’도 경기 하방 요인으로 추가됐다. 지난 1월 산업활동동향 주요 지표는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2.7% 줄어 2020년 2월(-2.9%) 이후 4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세를 기록했다. ▷광공업 생산(-2.3%), ▷서비스업 생산(-0.8%), ▷소매판매(-0.6%), ▷설비투자(-14.2%), ▷건설투자(-4.3%) 등에서 모두 하락했다. 특히 2월 고용은 취업자 수가 2개월 연속 13만 명대 증가 폭을 나타내는 등 전체적으로는 양호한 모습을 보였지만 건설업, 제조업, 청년층 등에서는 부진이 지속됐다. 올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를 기록해 전월 2.2% 대비 상승세가 둔화했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소비자물가는 1.8% 상승했다. 2월 수출은 조업일수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다만 일 평균 수출액은 23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9% 감소했다. 그야말로

문제는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성장하고 새로운 사업을 확장해야 만들어진다. 그러나 한국은 기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6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67개국 중 20위를 기록했으나, 기업 여건은 47위에 그쳤다. 게다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징벌적인 대주주 상속세, 투자 세제 지원 부족 등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이 켜켜이 산적해 있는데 다 주주 충실 의무 「상법」 개정, 파업 조장 「노란 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2기 행정부는 ‘관세 전쟁’을 촉발하고 미국 투자를 압박하며 본격적인 포성(砲聲)을 동시다발적으로 울리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의 충격에 국제 교역 위축 우려가 커지고 수출 등 통상에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삼성,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국내 투자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엎 친데 덮친 격으로 노동계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더디기만 하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춰야 하는 상황과 맞물린 계속 고용도 노동시장 유연화가 전제될 때야만 가능하다.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는 건 결국 기업이란 점에서 정부는 과감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정려(精勵)해야 한다. 또한 ‘쉬었음’ 기간이 길어지면 대인관계가 단절된 ‘고립(孤立)’이나 거의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은둔(隱遁)’ 청년이 되기에 이르러 더 큰 사회문제를 야기(惹起)시킬 우려가 크다는 데 주목해야만 한다. 정부와 여당은 보여주기식 단기 일자리 창출 사업보다 청년들이 경력으로 내세울 만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만 한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경력직뿐만 아니라 신입직원도 채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Incentive)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여(與)·야(野)는 망국적·소모적 당리당략(黨利黨略)에서 서둘러 냉큼 벗어나 국가의 미래를 걱정해야만 한다. 전 국민 현금 지급 같은 선심성 추경을 고집할 게 아니라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줄 근본 대책을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야만 한다. 사실 ‘쉬었음’ 청년 인구 증가는 진즉에 했어야만 할 산업 구조조정이 미뤄지면서 신성장 동력이 나오지 못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제공도 이뤄지지 못한 측면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획일적 규제를 없애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한다면 기업들의 투자가 늘고, 자연스레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과 신념을 굳게 갖고 청년 실업의 구조적 요인을 면밀히 분석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청년 일자리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국가 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