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트럼프발 ‘R 공포’ 힘 모아 한국으로 전이 차단하고 방파제 구축해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R(Recession │ 경기침체)’의 공포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3월 10일(현지 시각) 나스닥 지수가 4%나 급락하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08% 하락,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2.70% 하락하는 등 뉴욕 3대 지수가 ‘R의 공포’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전방위로 투하한 ‘관세 폭탄’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운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관세 부과와 유예를 반복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시장이 기피하는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증시 충격은 곧바로 아시아 등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다. 일본 대만 증시는 한때 2%가량 떨어졌다. 지난 3월 11일 한국 증시도 32.79포인트(1.28%) 떨어졌고 원·달러 환율은 5.9원 오른 1,458.2원으로 마감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미국에 부(富)를 다시 가져오는 과정”이라며 “일정한 과도기적 시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관세 전쟁을 멈출 생각이 전혀 없고, 이로 인한 경기침체까지 감내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면서 단기 경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폭탄은 이미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2.8%로 추락할 것이란 예상까지 제기된 바 있다.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0% 상승했고 골드만삭스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7%로 낮췄다.
미국의 경기침체 공포는 미국·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폭풍을 몰고 온다. 미국 경제가 추락한다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 1%대보다 더 낮은 0%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 환율도 더 불안해질 수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12일부터 적용되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는 우리 수출 기업들에 ‘관세’와 ‘경기침체’라는 두 가지 리스크를 동시에 안겨주게 된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3월 10일 발간한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과 수출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경고하며 석 달 연속 우리 경제에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 확대의 영향이 점차 확산하면서 수출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침체를 불사하고서라도 관세 정책을 고수하겠다”라는 입장을 천명한 만큼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이은 경기침체는 우리 경제를 장기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는 관세 못지않게 미국 경기침체가 주는 타격도 큰 만큼 이중고(二重苦)가 예상된다. 가뜩이나 우리 경제는 대내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내수 부진이 지속한 탓에 장기 불황에 운영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최근 두 달 동안 폐업을 한 자영업자가 20만 명이 넘게 급증하고 있고, 고용 절벽으로 실업급여 청구도 급증하고 있다. 정치 혼란마저 장기화할 경우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 총체적 복합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백척간두(百尺竿頭)의 나락(奈落)에 선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누란지위(累卵之危)의 경제 위기(危機)에 봉착한 현시점에서도 경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권은 탄핵을 놓고 당리당략의 정쟁만 벌이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서둘러 경제 리더십을 복원해 미국과의 협상 전략을 정비하고, 우리 경제에 경기 ‘마중물’ 역할을 할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내수 살리기에 총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그러잖아도 한국 경제는 내수 위축으로 빈사(瀕死) 상태다. 1%대 성장률 쇼크는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지난 1월 제조업 생산지수(원지수 │ 2020년=100)는 103.7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감소했고,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실물경제의 3대 축인 생산(전산업 0.3%↓)·소비(소매판매 0.4%↓)·투자(설비투자 5.8%↓)가 동시에 ‘트리플(Triple) 감소’하는 삼중고(三重苦)를 겪으며 내수 침체가 고착화(固着化)하면서 한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정교한 협상 전략을 마련하고 경기침체 심화를 막기 위한 치밀한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만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월 11일 “상호 관세 부과를 앞두고 한·미 간 ‘협상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라고 언급했다. 이제는 한·미 양국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산업 협력 방안을 포함한 패키지 딜을 마련해 도널드 트럼프 측을 설득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는 현시점은 우리에게 마지막 ‘골든타임(Golden-time)’일지 모른다. 정치가 경제를 지키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작금의 경제위기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각별 명심해야만 한다. 정부와 여(與)·야(野)는 국정협의회를 조속히 재가동해 실기하지 않고 신성장 동력 점화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서둘러 합의해야만 한다. 반도체특별법 등 경제 활성화 입법도 더는 방치(放置)나 방기(放棄)해선 안 된다. 미국의 경기침체를 포함한 ‘트럼프 스톰(Trump Storm)’이 우리 경제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한국으로의 전이(轉移)를 막고 여(與)·야(野)·정(政)이 힘을 모아 높고 튼튼한 방파제를 구축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