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맞물려 ‘주택담보대출’ 급증, 집값 상승 및 ‘가계대출’ 관리 비상
새해 들어 서울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 강남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어서다. 지난 1월 제조업 생산지수(원지수 │ 2020년=100)는 103.7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감소했고, 전월과 비교해도 2%대 감소하며 내수·수출 출하까지 줄어 1월 제조업 제품 출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7.4% 감소하며 2023년 1월(-9.2%) 이후 2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고, 자체 생산한 제품을 국내 판매업자에게 판매하는 내수 출하는 11.8%, 외국에 판매하는 수출 출하는 1.2% 줄었다. 내수는 물론 수출 출하까지 동반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경제 근간인 제조업이 침체에 빠지며 산업 엔진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총체적 침체 가운데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는 사람이 늘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비롯한 일부 지역 부동산의 이상 과열로 자칫 가계 부채 증가와 버블의 붕괴 등 더 큰 위기를 촉발할 수 있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할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실물경제의 3대 축인 생산(전산업 0.3%↓)·소비(소매판매 0.4%↓)·투자(설비투자 5.8%↓)가 동시에 ‘트리플(Triple) 감소’하는 삼중고(三重苦)를 겪으며 내수 침체가 고착화(固着化)하면서 한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수출마저 전년 동월 대비 10.2% 감소한 491억 달러에 그치며, 1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쿼드러플(Quadruple) 추락’ 위기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월 12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GBC │ Global Business Complex) 인근 아파트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된 이후 강남 3구를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매매가 상승 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 부동산 정책 컨트롤타워 부재 등이 서로 맞물리면서 ‘영끌’이 이끄는 집값 폭등장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심히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3월 6일 발표한 ‘3월 첫째 주(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0.14% 오르며 전주(0.11%)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1주 전보다 0.16% 올랐다. 특히 송파구가 0.68%나 급등하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강남·서초구도 각각 0.46% 오르며 상승을 이끌고 있다. 집값 급등기인 지난 2018년 2월 첫째 주(0.76%) 이후 7년 1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더 나아가 마포·광진(0.09%→0.11%), 용산(0.08%→0.10%), 강동(0.09%→0.10%) 등 주변 지역으로 상승세가 확산했다. 특히 송파구 집값은 7년 만에 최대폭 상승이다. 이 여파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변 지역으로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다. 반면 노원, 도봉, 강북 등은 하락했다.
한편, 올해 매매된 서울 아파트 중 절반 가까이는 전고점 대비 90% 이상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구와 서초구는 전체 (매매) 거래 중 30% 이상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0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아파트 매매가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5,983건 중 2,759건(46%)은 종전 최고가(2006년~2024년 기준)와 비교해 90% 이상의 가격 수준에서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80% 이상~90% 미만 가격선에서 거래된 비중도 33%를 차지했다. 다만 지역별로 거래 가격이 종전 최고가 대비 90% 이상 수준에서 형성된 비중에는 뚜렷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서초구 87%, 강남구 86%, 마포구 73%, 용산구 70%, 양천구 65%, 송파구 63%, 성동구 63%, 광진구 56%, 종로구 52%, 영등포구 52%, 강동구 51% 순으로 거래 비중이 높았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자 연초까지 안정적 흐름을 보이던 ‘가계대출’도 다시 급증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3조 원 넘게 급증해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 4,501건으로 급증한 영향이 크다. 지난 3월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의하면 전날 기준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4,501건을 기록해 지난해 4월 이후 약 11개월 만에 4,000건 대로 진입했다. 지난해 7월 9,224건까지 치솟았던 서울 아파트 거래는 8월 6,537건으로 급감하더니 9월엔 3,177건으로 또다시 3,000건 이상 위축됐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등이 시행돼 수요가 급감해서다. 이후 10월 3,848건, 11월 3,422건, 12월 3,216건, 1월 3,353건 등 5개월 연속으로 3,000건 대의 거래량을 유지했었는데 지난달에는 4,500건을 넘어섰는데, 이달 말까지 2월 매매 계약의 거래 신고기한이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5,000건 돌파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금융당국이 한국은행이 지난 2월 25일 기준금리를 기존 3.0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하한 것을 은행권 대출 금리에 반영하도록 거듭 압박을 가하면서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인하하거나 만기 제한 조치를 푸는 식으로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지난 2월 한 달간 ‘가계대출’ 증가액이 5조 원에 달하며 4년 만에 최대 폭으로 늘어난 것은 이를 방증(傍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10일부터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대면 상품의 가산금리를 0.15%포인트 인하했고 신한은행은 이달 14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포인트 낮춘다. 앞서 우리은행은 가산금리를 0.25%포인트 내렸고 NH농협은행도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어서 가계의 금융 부담을 낮춰주는 조치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집값 상승세와 맞물려 ‘영끌’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게다가 극심한 경기침체 속 가계의 이자 부담을 경감 하기 위해 가계대출 이자를 낮추자, 연초 뒷걸음쳤던 금융권 ‘가계대출’이 주택거래 회복과 함께 지난달 4조 원 넘게 다시 늘어난 것도 집값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12일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 2월 ‘가계대출’ 잔액(1,672조 원)은 전월보다 4조 3,000억 원 증가했다. 지난 1월 10개월 만에 9,000억 원 줄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늘었다. 은행(+3조3,000억 원)과 2금융권(+1조 원) 모두 다 늘었고, 2금융권 중에서도 특히 상호금융권(+8,000억 원)의 증가 폭이 컸다. 특히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사이 5조 원 늘어 전월(+3조 2,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6,000억 원 줄었지만, 1월(-4조 1,000억 원)과 비교해 감소 폭이 축소됐다. 정부는 지난 5일 열린 정부 부동산 시장 점검 회의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 완화 이후 가격 상승을 보이는 ‘강남4구’와 ‘마·용·성’ 지역에 대해 합동 점검을 하기로 했다. 높은 가격에 거래 신고 후 계약을 해제하는 등 집값 띄우기 목적의 허위 거래 신고와 자금조달계획서 허위제출 등 부정행위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출을 다시 조이는 경우 경기침체가 가속할 수 있다. 이달 들어서도 금융권은 ‘가계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다. 여기에다 금융당국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은행권 대출 금리에 반영하도록 거듭 압박하면서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인하하거나 만기 제한 조치를 푸는 식으로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불황 속 일부 지역만의 집값 상승은 자산 불평등 심화 등 사회 갈등 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투기 심리를 자극하고 위험 수준인 가계 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계엄·탄핵 정국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와중에 빚을 내서 집을 사야 한다는 불안 심리가 확산할수록 한국 경제는 빚의 수렁에 빠지고, 저성장 탈출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는 집값 거품 붕괴로 경제 전체에 충격이 확산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다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시행 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까지 몰리면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도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일관된 부동산·대출 정책으로 집값 불씨를 서둘러 잡아야만 한다. 집값 상승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 만큼 상승 심리가 확산하기 전에 과감한 대책이 서둘러 나와야만 한다. 당연히 장기적으로는 시장 상황의 추이를 보아가면서 주택 공급 절벽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도 병행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