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한미 실무급 회의…협상으로 푼다
산업부, 이번주 실무급 협의…통상본부장 방미 한미FTA로 무관세지만…‘韓 4배 높다’ 주장 “실무협의체에서 관세 따져보고 협상해야”
통상 당국이 시시각각 급변하는 미국 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실무협의체를 본격 가동한다. 실무급 소통을 개시한 상황에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해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만날 예정이다.
9일 산업부에 따르면 정부는 한미 실무협의체를 통해 다음 주 초 본격적으로 미국 정부와 협의에 나선다.
산업부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실무 협의를 한다”며 “통상본부장 방미 전 실무급에서 직접 만나서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미국 정부와 조선, 에너지, 알래스카, 관세, 비관세를 논의할 수 있는 5개 분야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미 실무협의체를 꾸리기로 하자마자 발 빠르게 협의체를 가동한 셈이다.
여기에 정 본부장도 다음 주 미국 워싱턴 D.C를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등 미국 통상 당국과 직접 만날 계획이다.
산업부가 분주하게 협상을 준비하는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표가 하루 만에 뒤집히는 등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 시간) 멕시코·캐나다에 물리기로 한 보편관세 25%의 상당 부분을 1개월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전날 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 관세를 유예한 데 이어 품목도 확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휘둘리는 상황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연방의회 의사당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평균 관세는 4배 더 높다”며 상호관세를 염두에 둔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양국은 대부분의 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으며 지난해 기준 대미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0.79% 수준이다.
상호관세는 미국 기업이 외국에 상품을 수출할 때 적용받는 관세와 동일한 관세를 해당 나라에 매기는 제도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한미 FTA로 대미 교역 품목 대부분이 무관세이기에 상호관세 도입에 대한 우려가 없던 상황이었다.
미국 정부가 부가가치세 등 비관세장벽까지도 관세로 고려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그럼에도 평균 관세 4배는 과도하다는 해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철강·알루미늄 등 품목에 부과하는 관세뿐만 아니라 상호관세까지 부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우리 정부가 미국 측과 협상을 통해 풀어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미국과의 협상에 활용할 수 있는 카드도 존재한다. 한미 조선 협력,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 등이 협상의 지렛대로 꼽힌다.
이에 정부가 실무협의체를 활용해 미국 측에 우리 의견을 설명하고, 협상하는 게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멕시코·캐나다를 보면 협상에 따라서 결과가 하루 만에 달라질 수 있는 여지는 있다”며 “한국 관세 4배 역시 대중에게 선동적으로 한 얘기라서 실무협의체에서 항목별로 따져보고, 함정 건조 협조나 알래스카 사업 투자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세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