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진 경기 침체 먹구름…물가 불안에 ‘S의 공포’까지
한은·정부, 경기 방어 총력전…“추경 필요” 의견도 미국 관세 조치 시작되면 수출까지 위축될 우려 물가도 불안…“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배제 못해”
연초부터 경기 상황이 심상치 않다. 소비와 건설업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고,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과 미국발 관세전쟁이라는 불확실성 요인까지 부상하면서 경제 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1월에는 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의 관세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수출마저 위축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주요 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 중반까지 낮추며 경기 침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5일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2.7% 감소했다. 감소폭은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경제 충격이 발생했던 지난 2020년 2월 이후 가장 컸다.
정부는 긴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감소한데다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던 지난해 12월 지표의 기저 효과로 인해 생산, 소비, 투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한 달 단위로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등락을 오가는 경우가 잦아 아직 경기 침체를 걱정하기에는 이르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세부적인 지표를 살펴보면 불안한 점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미국의 관세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수출마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은 경기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8%를 제시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 1.4%, 2024년 2.0%(속보치)를 기록했다. 올해와 내년 1%대 성장에 그친다면 경제 주체들은 4년 동안 잠재성장률(2.0% 수준으로 추정)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기 부진 상태를 버텨야 한다.
한은은 연초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조짐을 보이자 기준금리를 3.00%에서 2.75%로 인하하면서 통화정책을 완화했다.
정부도 매주 물가 상황을 점검하면서 주요 생활필수품 가격 상승 요인을 억제하는 한편 투자와 고용, 수출 등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한 각종 대책들을 연일 내놓으며 총력전에 나섰다.
하지만 소비 위축으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고 지방 부동산 경기도 여전히 침체 상태에 있어 더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의 상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불안 요인이다. 금리 인하와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책을 사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최악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현재까지 경제 지표로 보면 물가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진 않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방위적 관세 부과 등 외부적 충격이 연일 발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계심을 늦춰선 안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