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각해지는 서민부채 개선을 위한 서민정책금융 공급 확대를

2025-03-01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정부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소득 하위 20%의 서민들의 부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1조8000억원의 서민정책금융을 공급한다. ‘햇살론 119’와 같은 정책금융 상품을 신설하고 기존 상품 대출 한도는 늘리는 방식이다. 당초 목표 10조8000억원에서 1조원이나 늘린 규모다. 특히 연체 등으로 제도권 대출이 어려운 금융 취약계층이 은행권 대출을 이용해 채무 상환 부담을 낮춰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당연히 환영하고 반길 일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28일 밝힌 ‘서민금융지원 강화 방안’에 의하면 올해 안정적인 서민정책금융 공급을 위해 총 11조8000억원 규모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우선 정책금융 상품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먼저 은행권 채무조정 중인 취약 개인사업자를 상대로 ‘신규 운전자금 보증부 대출’을 하는‘햇살론 119’를 신설해 6000억원 규모로 공급한다. 연 6~7%대 중금리로 10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저소득 청년층을 대상으로 최대 1200만원을 빌려주는 ‘햇살론 유스’ 규모도 애초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50%나 상승했다. 최근 피해가 급증하는 불법 사금융을 예방하는 대출 상품 자금도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2배나 늘어난다.

특히 원리금을 성실하게 갚는 채무자에게는 시중은행 대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서민 특화 신용평가 모델’을 적용해 상환능력을 심사하고, 검증된 인원을 은행에 추천하기로 했다. 또 연체자 등이 불법 사금융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소액 생계비 대출 증액 대책도 마련했다. 장기연체 중인 노령층 등 취약계층의 채무 감면과 자영업자 원리금 감면도 확대한다. 여기에 금융권 중금리 대출 공급을 확대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도 늘릴 계획이다. 사업자 햇살론 공급도 15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2배나 늘리고, ‘근로자 햇살론’과 ‘햇살론 15’ 대출 한도도 각각 2000만원까지 높인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이런 주요 정책서민금융 상품 공급율을 60% 정도까지 조기·신속 집행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서민 금융 대책은 대출 기한을 연장하거나 추가 대출 위주여서 과도한 빚 때문에 제도권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빚을 지게 만든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번에 발표된 서민 금융지원은 취약계층의 부채 부담을 낮추는 대책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고무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는 서민부채 증가 추세를 되돌리기에는 매우 부족한 규모라는 게 중론이다.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의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불경기 탓으로 서민 경제 어려움이 점점 짙어지면서 최근 은행 대출, 카드론 등을 연체한 개인 차주 수는 600만명을 넘었고, 연체 잔액은 50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12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신용정보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누적 집계된(10월 말 기준 연체가 해소된자 포함) 연체 개인 및 연체 개인사업자 차주 수는 614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연체 건수는 2146만 건, 연체한 잔액은 총 49조4441억원 수준이다.

게다가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이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이 지난 2월 27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1만3000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3.0% 증가했다. 재산소득(25.8%)과 이전소득(7.8%)은 늘었지만, 근로소득(-4.3%)과 사업소득(-7.9%)은 감소했다. 여기에다 경기 침체가 지속하는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을 우려해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전국의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5 소비 생활 및 경제상황 전망 관련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4.6%는 작년 한 해 동안 경제적 어려움이 증가했다는 데 동의했다. 해당 응답은 2020년 47.2%, 2023년 52.8% 등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물가 상승으로 필수생활비가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11조8000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라 하지만 서민정책금융 지원으로는 많은 부족함을 넘어 초라해 보인다.

물론 장기화와 고착화하는 내수부진에 ‘트럼프 관세 폭탄’까지 겹치며 우리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가운데 현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원 감소로 재정 적자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서민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2023년 56조4000억원에 이어 2024년에도 30조8000억원이 예산보다 덜 걷히는 대규모 ‘세수 펑크’가 2년째 이어지며 지난 2년간 무려 87조2000억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이 발생한 가운데 올해도 내수부진에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세입 여건 악화로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체 증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빠르게 악화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공격적인 특단 대책을 서둘러야만 한다. 취약차주들의 신속하고 안정적인 부채 청산을 위해 ‘채무상담-채무조정 시스템’을 완비하고 재기 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금융지원 확대와 함께 서민 취약채무자의 소득에 따라 상환액을 책정하여 갚아가는 ‘소득-부채 연동형 부채상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도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보다 적극적인 고려로 어렵고 힘든 서민 취약계층을 품고 보듬어야만 할 것이다. 가뜩이나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 계층이 연체누적으로 고리대에 빠져 상환 부담에 시달리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