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충격적 성장률 하향 및 전격적 기준금리 인하, 추경 규모 키우고 서둘러야

2025-02-26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한국은행이 고환율·고물가 고착화 상황에서도 경기가 빠르게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0.3%포인트나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제 서둘러야 할 건 정부·여당의 신속한 추가경정예산 편성뿐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12·14 탄핵소추 접수, 1·26 대통령 구속기소 정국으로 늪에 빠진 한국 경제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기획재정부의 재정정책이란 두 바퀴가 맞물려 같이 돌아가야만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危機)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3.0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2022년 10월(2.5%) 이후 2년 4개월 만에 2%대로 되돌아간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성장률을 0.07%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지난 2월 25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려가면 가계 대출의 이자 부담은 연간 3조 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고 연간 1인당 15만 4,000원가량, 자영업자의 경우 1인당 55만 원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1인당 대출액이 더 많은 고소득층(상위 30%)이 저소득층에 비해 이자 경감 효과가 더 컸다. 이자 경감 효과는 고소득층, 비취약 차주, 4050세대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발표한 1.9%에서 3개월 만에 1.5%로 0.4%포인트나 대폭 내려 잡았다. 12·3 내란 사태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發) 관세전쟁이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말해준다. 한국은행이 이날 제시한 더욱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미국과 주요 교역국들이 올해 관세를 큰 폭으로 부과하고 그 이후에도 유지하는 비관적인 상황일 경우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1.4%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내년도 기존 전망치인 1.8%에서 1.4%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성장률 전망치 1.5%는 한국개발연구원(1.6%), 기획재정부(1.8%)보다 낮다. 1954년 성장률 통계 작성 후 2% 아래로 내려간 건 1956년 0.6%, 1980년 –1.6%, 1998년 –5.1%(외환위기), 2009년 0.8%(금융위기), 2020년 –0.7%(코로나19), 2023년(1.4%) 등 단 여섯 번뿐이다.

작금의 우리 경제는 역대 최악으로 백척간두(百尺竿頭)의 나락(奈落)에 내몰리는 상황인 데다 그 밑바닥조차 알 수 없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이날 “올해 1.5%의 성장 전망은 상당히 뉴트럴한(중립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관세정책에서 촉발된 무역갈등이 심화하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경제연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CE │ Capital Economics)는 지난 2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금융센터가 글로벌 IB 8곳의 성장 전망치를 취합한 평균치 1.6%보다도 크게 밑도는 수치인 데다 가장 낮게 내다본 JP모건의 전망치 1.2%보다도 밑도는 참담한 수치다.

이런 전망 속에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2.75%로 0.25%포인트 내렸다. 그만큼 현재 경제가 위중하다는 공감대가 큰 것이다. 금리를 낮추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오르고, 그 결과 수입물가도 올라 고물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기 살리기를 위해 금리를 낮춘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미국의 금리 차는 1.5%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더 벌어지게 됐다. 미국과 금리 차가 확대된 것은 국내 투자자금이 안전하면서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미국으로 빠져나갈 위험이 커진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원·달러 환율은 더 오르고, 높아진 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게 된다. 12·3 내란 사태와 12·14 탄핵소추 접수까지 겹쳐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 1,480원까지 돌파한 후 1,400원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후 5시 47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5.90원이 오른 1,433.30원에 거래됐다.

문제는 통화정책만으로는 빠르게 식어가는 경기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질 때는 재정이 함께 나서야만 한다.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인하하면 환율·물가·가계부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만으로는 당연히 역부족이다. 따라서 재정정책과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17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라며 완화적 통화정책과 함께 추가적 재정 지원을 주문했다. 금리를 인하하고 추가경정예산도 편성해야 한다는 권고다. 상황이 이러할 진데 여(與)권은 추경 편성 의지마저 미약하다 보니 한국은행으로서는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서둘러 금리 인하 카드를 뽑아 든 것이다. 지금도 서민과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생활고로 버겁다.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물가는 가히 살인적이다. 서민들에게는 이제 졸라맬 허리조차 없다. 물가를 잡아야 할 정부는 오히려 서민들을 잡고 있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그뿐만 아니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추경 편성의 ‘골든타임(Golden-time)’을 놓치고 있다. 오죽했으면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올해 1.5% 이상 성장하려면 재정(추경)정책과 공조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겠는지 이해하고 남음이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 논의는 하세월(何歲月)이다. 여(與)·야(野)·정(政) 국정협의회 4자 회담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전문가들도 추경 편성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추경 규모 키우고 서둘러야만 한다. 무엇보다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추경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여(與)·야(野)가 합의를 한다고 해도 정부 준비와 국회 승인까지는 통상 2개월 이상 소요됨을 감안할 때 하루라도 빨리 추경에 서둘러 합의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