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제조업 10곳 중 8곳 노동법 위반…불법파견도 38%
229개소 중 190개소에서 법 위반 사항 948건 적발
전국 산업단지의 50인 미만 영세 제조업체 10곳 중 8곳 이상이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해 6월 발생한 '아리셀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불법파견도 38%나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불법파견 감독과 인사노무 종합컨설팅'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이번 감독은 지난해 6월24일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사고의 후속조치로, 전국 산업단지 영세 제조업체 229개소를 대상으로 같은 해 7월부터 11월까지 이뤄졌다.
불법파견 여부 감독과 함께 영세 제조업의 현실을 살펴보고, 고용구조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병행해 불법파견의 재발을 방지하고 파견근로자의 실질적인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
감독 결과 229개소 중 190개소(82.97%)의 법 위반 사항 948건이 적발됐다.
이 중 불법파견은 87개소(38.0%)에서 적발됐다. 불법파견은 아리셀 사건에서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던 문제로, 현행 법상 제조업체는 파견근로자 사용이 제한돼 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32개 업무만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는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2차전지 제조업체인 A사는 일시적이고 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없음에도 파견사업체 4개소로부터 근로자 12명을 파견 받아 직접생산공정업무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B사도 근로자 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하청업체 3개소로부터 근로자 18명을 파견 받아 직접 지휘·감독하면서 원청업체 소속 근로자와 함께 생산라인에서 근무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셀의 모기업인 에스코넥 역시 1차 협력업체 불법파견 사실이 확인됐다. 에스크모의 1차 협력업체(2개소)는 2차 협력업체와 외형상 도급계약(부품납품)을 체결한 후 164명의 하청근로자를 지휘·명령하는 등 무허가 파견을 받았다.
최저임금, 연장근로수당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곳도 118개소(51.53%)나 됐다. 이렇게 미지급된 임금은 근로자 총 1451명 몫의 12억4800만원 상당이었다.
기간제·단시간·파견 등 비정규직 근로자나 외국인 근로자, 여성 근로자를 차별한 사례도 13개소(5.68%)였다. 주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명절 상여금, 식대, 가족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근로계약서 미작성이나 연장근로 한도 위반, 취업규칙 미신고 등 노동법 위반 사건은 163개소(71.18%)에서 적발됐다.
고용부는 감독 후 적발된 사업장을 대상으로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종합컨설팅을 진행했다.
인쇄회로기판을 만든 C사의 경우 상시 인력난이 있어 생산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고용부는 직접 고용 시 임금이 상승(공정수당월 20만원, 근속수당 월 10만원 지급)될 수 있도록 지도·안내해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직접고용을 촉진했다.
또 탄력근로제 활용 등 장시간 근로문화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실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워라밸지원금'도 받을 수 있게 안내했다.
C사 관계자는 "컨설팅 지원으로 법 위반 소지가 있었던 근로시간을 단축했고, 몰랐던 정부지원금까지도 안내받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고용부는 불법파견이 적발된 15개소 원청 사업주 및 파견근로자와 심층면담을 실시하고, 영세 제조업체가 밀집된 경기 안산지역의 제조업체 115개소 관계자 의견도 청취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경기 물량 변동에 따른 유연한 인력 운영이 필요하고, 직접 채용 여력 부족으로 파견근로자를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외부업체 인력을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제도개선을 요청했다.
이들 업체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실제 원·하청 간 근로조건에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원청에 직접고용될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고, 직접고용보다는 임금 상승과 같은 실질적인 근로조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유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영세 제조업체의 경우 만성적인 인력난 등 구조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인력공급업체 등을 활용한 탈법적인 인력운영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앞으로도 근로감독뿐만 아니라 고용구조 개선 컨설팅 등 종합적인 개선책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인력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근로자파견제도를 포함해 이와 관련한 다양한 제도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