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관세 대응 수출 바우처 도입…무역금융 366조 공급
최 권한대행 주재 수출전략회의…무역보험 지원 확대 유턴기업 해외 사업 축소 전 세금 감면…지원 비율도↑ ‘역대 최대’ 366조 규모 무역금융 공급해 유동성 지원
정부가 미국의 관세 조치로 피해를 입은 우리 기업을 위한 수출 바우처를 도입하고 수출보험 우대를 제공한다. 해외 사업에 차질이 생겨 국내로 유턴하는 기업들에게는 세제 지원을 확대한다.
또 고금리, 환변동, 관세 등으로 경영 불안정성이 커진 수출 기업들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역대 최대인 366조원 규모의 무역 금융을 공급한다.
정부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수출전략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범부처 비상 수출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 조치와 주요국의 보호무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우리 수출 중견·중소 기업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관세 대응 수출 바우처’를 도입한다.
수출 바우처는 법률, 세무, 마케팅, 물류, 인증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업이 필요한 전문가 컨설팅과 서비스를 골라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관세 대응 수출 바우처는 이번 무역 분쟁의 영향권에 있는 기업에 ▲중간재 조달 다변화 컨설팅 ▲물류·통관 지원 ▲신규 수출을 위한 시장 현황조사 ▲해외 거점 이전·유턴을 위한 마케팅 지원 등의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기존 수출 바우처 예산도 전체 금액 2400억원 중 90%를 상반기에 지원해 기업들이 관세 조치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피해 기업에 대한 무역보험 지원도 강화한다.
자동차, 가전, 이차전지 수출업체 등 미국의 관세와 무역 장벽으로 피해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서는 무역보험 지원 한도를 최대 2배 확대한다.
중소·중견 기업에 대해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단기수출보험료 60% 할인 적용하기로 했다.
통상 환경 변화로 인해 해외에서 국내로 거점을 옮기려는 ‘유턴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도 확대한다.
지금까지는 해외 사업 축소 완료 이후 국내 복귀한 경우에만 법인세·소득세·관세 등이 감면됐지만 앞으로는 사업 축소 완료 이전이라도 국내 복귀하면 감면을 적용한다.
관세조치 등으로 피해가 인정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2026년까지 한시적으로 국내 복귀 지원금의 지원 비율을 10%포인트(p) 높여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2월 중 코트라 내에 ‘관세 대응 119(통합 상담창구)’를 신설해 관세 대상 품목 여부 판단, 피해 가능성, 미국 정책의 영향 등에 대한 상담을 제공한다. 또 2~3월 중 장관급 방미 일정을 통해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접촉하고, 대미 민간 경제사절단을 파견해 우리 무역업계를 대변토록 할 계획이다.
고금리와 환율 변동, 관세 등으로 경영 불안정성이 확대된 수출 기업들에게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책도 마련했다.
올해 무역 금융은 역대 최대 규모인 366조원 규모로 공급한다.
수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는 100조원 규모의 무역보험을 공급한다. 올해 상반기까지 보험료와 보증료를 50% 할인하고, 연간 수출 실적 100만 달러 이하 중소기업 3만5000개사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90%까지 특별 할인한다.
원자재 수입 기업이 고환율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환변동 보험, 옵션형 수입환변동보험, 수입자금 대출보증 등 환변동 리스크에 특화된 무역금융을 8조5000억원 규모로 공급한다.
아울러 은행권과 협력해 수출 중소·중견 기업은 물론 소상공인과 지역기업, 협력사 등에 대한 무역금융 접근성을 확대한다.
시중 은행들은 중소·중견 대상 제작자금, 수출채권 조기현금화, 수입자금을 지원하는 ‘수출패키지 우대보증’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방 은행의 경우 지역 수출 기업들의 수출품 제작자금 확보,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이용 접근성 강화 프로그램을 신설키로 했다.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시도도 지속한다.
정부는 비서구권 개발도상국을 뜻하는 ‘글로벌 사우스’ 시장 개척을 위해 수출 지원 기관 14곳을 신설·강화한다.
코트라는 멕시코, 조지아에, 무역협회는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베트남에 해외 거점을 신설한다. 또 베트남 호치민, 하노이, 인도,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 9곳의 기능은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48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사우스 지역 무역 보험 규모는 올해 55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우리 수출 기회로 연결시키기 위해 재건 지역 수출 계약에 대해 중소·중견기업에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수출보험 특별지원을 실시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통상 협력·프로젝트와 연계해 아세안(ASEAN), 인도, 중동, 중남미, 체코 등에서도 수출 기회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2024년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등의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8.1% 증가한 6837억 달러의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올해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압박뿐 아니라 고금리, 환율 변동, 첨단 산업 경쟁 과열 등으로 인해 수출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IT 제품 수요 둔화, 메모리반도체 단가 하락, 산유국 감산 종료 등으로 인해 상반기에는 우리 주력 품목 수출이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가 수출 상승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