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수호" vs "부정선거"…'尹 모교' 서울대서 탄핵 찬반
찬성 측 "반대 학생들, 열사들 피 흘린 아크로폴리스 차지" 반대 측 "총학생회, 특정 입장 대변…부정선거 의혹 해소해야"
대학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찬성·반대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에서도 탄핵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이들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공동행동은 17일 오전 서울대 행정관 앞 아크로폴리스 부근에서 '윤석열 퇴진 쿠데타 옹호세력 규탄' 집회를 열고 캠퍼스 내에서 탄핵을 반대하는 학생들과 일부 시민단체를 규탄했다.
주최 측 추산 약 70명의 학생은 '내란수괴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쿠데타 옹호 웬말이냐 민주주의 지켜내자' '윤석열 즉각 퇴진 열사정신 계승하자' 손팻말을 들고 "민주주의 지켜내자" 등 구호를 외쳤다.
지난 15일에 이어 서울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주최는 이날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앞에서 탄핵을 반대하는 학생들을 규탄하며 과거 열사들의 뜻을 이어 민주주의를 지키자고 강조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학생 이시헌씨는 마이크를 잡고 "토요일에는 서울대 대첩으로 불리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며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등 트루스포럼이 서울대 아크로폴리스를 차지해 성조기로 학생들의 얼굴을 내리치고 현수막을 찢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어떻게 아크로폴리스를 감히 차지하려 하냐"며 "저희는 꿋꿋하게 학생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대학생들과 민주주의를 사수하러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 생명공학부에 다니는 한 학생도 "지난 토요일에 트루스포럼은 민주주의를 외치는 서울대 동문들을 폭력적으로 침탈했다"며 "빨갱이, 화교라고 비속어를 하며 위협한 이들은 상식을 파괴하는 이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다수가 탄핵 찬성을 의결했다"며 "극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외쳤다.
이은정 서울대민주동문회 사무처장도 "헌법을 유린하는 게 무슨 보수고 우익이냐"고 되물은 뒤 "아크로폴리스에서 피를 흘린 열사들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서울대 총장과 교수는 방관하지 말고 나와서 사태를 수습해달라"고 호소했다.
발언을 마친 이들은 "내란세력 물러나라" "민주주의 지켜내자" 구호를 외치며 학생회관 방면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학생들은 행진 대열을 막아세운 채 부부젤라와 확성기를 불거나 '탄핵 무효' '불법 탄핵' 구호를 외치는 등 맞불 집회를 펼쳤다.
약 100명의 학생은 학생회관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채 '부정선거 out 국회해산' '부정선거 검증하라' 손팻말을 흔들고 탄핵을 찬성하는 학생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마이크를 잡은 서울대 교육학과 김민섭씨는 "서울대 총학생회는 모든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대변할 뿐이며 서울대 전체 학생과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대 재학생 83명과 졸업생 478명을 대변해 우리는 이 자리에 섰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 무너져가는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을 지키기 위해 계엄 선포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사범대 대학원생인 민소연씨는 "헌법 77조 1항은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며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이 아니었다"고 했다.
같은 학교 영어영문과 소속 이서진씨는 "비상계엄의 표적은 국회가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라며 "선관위는 서버를 공개해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을 마친 이들은 꽹가리를 치거나 종교 음악을 트는 등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양측 학생 간의 설전이 오갔으나, 경찰 제지로 이날 오후 12시30분 기준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연행된 이들은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