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대치·청담·잠실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집값 앙등’ 불쏘시개 우려
그동안 대출 규제, 정국불안, 금리 인하 지연 등의 영향으로 주춤했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해당 지역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는 탓이다. 서울시가 지난 2월 12일 제2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GBC │ Global Business Complex) 인근 아파트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이 지난 1월 14일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전격적으로 밝힌 시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적극 검토 입장 후속 조치로 지난 2월 13일 공고 후 즉시 효력이 발효했다.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승인받은 대상은 삼성동 코엑스 주변과 잠실 종합운동장을 잇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4개 동(잠실·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 305곳 중 291곳이다. 2020년 6월 규제 지역으로 묶은 지 4년 8개월 만이다. 다만, 안전진단을 통과한 14개(1.36㎢) 재건축 아파트는 투기 수요가 집중될 우려가 있어 현행 규제를 유지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도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나 투기 억제를 위해 특정 지역 내 토지 및 건물의 거래를 제한하는 제도로 실제로 서울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대지면적 6㎡ 이상의 주택을 매입하려면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최소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또한, 매수자는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거나 1년 내 기존 주택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 서울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시 전체 면적(605.24㎢)의 10.78%에 해당하는 강남구 압구정동과 삼성·청담·대치동 일대, 송파구 잠실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등 65.25㎢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러한 규제로 인하여 사실상 매매와 전세의 가격 차액을 이용한 ‘갭(Gap)투자’가 불가능해져 시장이 위축됐었다. 하지만 해제 가능성이 제기되자 거래가 다시 활기를 띠고 ‘집값 앙등(仰騰)’의 불쏘시개 역할 우려를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주택 공급이 부족한 강남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검토하겠다”라는 입장이 나온 이래 최근까지 허가구역 해제 대상지로 꼽힌 삼성·청담·대치·잠실 등은 물론, 압구정·여의도·목동 등 정비사업추진단지까지 허가구역 해제 기대감에 아파트의 호가(呼價)는 올라가고, 거래는 늘어났다. 잠실에선 최근까지 매매 호가가 1억~2억원 이상 오르고 매물 회수 현상까지 두드러졌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됐다. 실제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던 잠실의 리센츠 전용면적 124㎡는 지난해 12월 최고가인 37억50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 37억원에 또 거래됐다고 한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14㎡도 올해 초 52억9000만원에 거래돼 기존 최고가를 새로 쓴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따라 후속 여파로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이후 5주 연속 보합권에 머물다 지난주부터 상승 전환한 서울 아파트값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고 들썩일 가능성이 높아진 양상이다.
아파트는 대출 규제와 경기 침체 등으로 실제 거래는 없고 호가 상승도 단기간에 그칠 수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휘발성이 강하다. 최근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해져 지역 대표 아파트 위주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중론이다. 당연히 이번 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는 허가 규제 자체가 재산권 행사를 임시로 막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규제 철폐 차원에서 풀겠다는 전제는 원칙적으로 옳다. 부동산 가격이 지난 2~3개월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고 오히려 침체할 가능성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도 있어 온 게 맞다. 일부 재산권 행사 제약으로 얼어붙었던 이들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 5주 정도 보합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합세는 직전 40주 연속 상승세와 대출 규제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일각에선 공급절벽 우려 등이 작용해 하반기 이전에라도 집값 상승세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걱정된다.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의 매매가가 오르면 주변 지역이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보인다. 따라서 이번 해제는 일부 지역에 국한됐다 하더라도 추가 해제 기대감을 자극하며 서울 집값의 전반적 상승세를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주요 단지 가격 상승은 주변으로 번지고 전이(轉移)되기 마련이고, 서울 강남권에서 들썩이는 집값은 외곽으로 퍼지고 확산(擴散)되기 마련이다. 섣부른 규제 완화로 인한 부동산 시장 불안은 지역 간·계층 간 자산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너무 성급하고 안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 동향과 거래량 등을 용의주도(用意周到)하게 모니터링(Monitoring)을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를 용인하는 듯한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도록 예의주시(豫意注視)하고 신중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더욱 주도면밀(周到綿密)한 영향평가와 추가 해제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 전달은 물론, 신중한 접근과 냉철한 추진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추가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차단하고, 이번 해제 조치 역효과가 나타나면 즉시 재지정에 나서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