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 1.6%로 추락, 저성장 고착화만은 막아야

2025-02-12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한국 경제가 날개 없는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월 11일 ‘2025년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인 2.0%보다 0.4%포인트 낮춘 1.6%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12일 전망한 2.0%에서 불과 3개월 만에 무려 0.4%포인트나 낮춰 잡은 것이다. 정부(1.8%), 한국은행(1.6∼1.7%), 피치(1.7%) 등의 전망치보다 낮은 참담한 수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급격한 수출둔화 등을 이유로 성장률 전망치를 6개월 만에 0.4%포인트 낮춘 1.8%로 제시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1월 20일 블로그에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두 달 전인 작년 11월 전망한 1.9%에서 1.6∼1.7%로 내려 잡았다.

새삼스러운 일도 놀랄 일도 아니다. 이미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의 한국에 대한 경제성장 기대치는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2월 4일 발표한 ‘12월 경제전망’에서 2025년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을 지난해 9월 전망치 2.2%보다 0.1% 포인트 낮춰 2.1%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월 17일(현지 시각)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0월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제시한 전망치 2.2%보다 0.2%포인트 하향한 2.0%로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가운데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지난 1월 23일 발표한 ‘최소한의 성장(Growing at Bare Minimum)’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가 전망한 성장률 1.5%는 앞서 국제금융센터가 글로벌 IB 8곳의 성장 전망치를 취합한 1.6% 전망을 밑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글로벌 주요 8곳의 투자은행(IB)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도 1.6%로 한 달 전(1.7%)보다 추가 하향됐다. 한편 씨티(Citi Group)는 1.5%에서 1.4%로, JP모건(JP Morgan)이 1.3%에서 1.2%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모건스탠리보다 더 낮게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러한 하향 조정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에 대한 국내외 기관들의 눈높이가 속속 낮아지고 있다는 방증(傍證)이다.

각종 경제 지표는 이미 온통 잿빛투성이로 최악이다. 내수 부진 지속과 악화하는 글로벌 통상 여건을 반영한 결과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12·14 탄핵소추 접수로 ‘연말특수’가 실종되며 2003년 ‘카드대란’ 후 21년 만에 최악의 소비절벽이 나타나는 등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세가 지난해 전(全) 산업생산을 끌어올린 가운데서도 지난해 12월 숙박·음식업 생산이 3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고꾸라지는 등 소매 판매·건설·서비스 생산을 포함해 내수와 직결되는 지표는 줄줄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2월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은 2.2% 줄며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22년 -0.3%, 2023년 -1.5%에 이어 하락 폭도 키워가는 양상으로 2003년 -3.2% 이후 최대 폭 감소다. 생산 부분은 괜찮은데 지출이 따라가지 못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15개월 연속 호조를 보이던 수출 증가율은 올해 1월 -10.3%로 돌아선 데 이어 2월에 들어서도 1~10일 기준 0.8%에 그쳤다.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 수가 2년 연속 감소하는 등 고용 시장의 한파도 매섭다. 지난해 300인 이상 대기업 월평균 취업자 수가 5년 만에 최소 증가에 그쳤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도 모자랄 339개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도 처음으로 2만명 선이 무너졌다. 고용의 선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 실물 경제 곳곳에서는 위기 경보음이 요란스럽게 울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저성장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심각성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2기 행정부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하고 장기화하면 성장률 감속은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WB)은 지난 1월 16일(현지 시각) 발표한 ‘1월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는 지난해와 같은 2.7%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공약 사항인 10% 보편 관세로 통상전쟁이 벌어지면 세계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2월 10일(현지 시각)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예외 없는’ 25% 관세 부과 조치를 다음 달 4일부터 시행한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곧바로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도 공식화했다. 하나같이 한국의 대(對)미국 주력 수출 상품이라는 게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보다 근본적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에서 비롯됐지만 그러한 저변에는 저출생·고령화와 생산성 저하 등 구조적 하방 압력도 작용하고 있다. KDI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이 이미 1%대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1%대 저성장이 고착화(固着化)하는 것은 물론 머지않은 미래에 ‘성장률 0%대’라는 암울한 전망이 현실화할 의구심마저 커지며 국가 경제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나락(奈落)에서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危機) 상황에 봉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예고한 대로 지난 2월 10일(현지 시각)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와 자동차는 한국 수출 최(最) 주력 상품에 해당하는 만큼 철강 관세보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크다. 지난해 한국 자동차 전체 수출액의 49.08%인 347억 달러어치가 미국에서 팔렸고 반도체는 수출액의 7.53%인 106억8000만 달러가 미국으로 나갔다. 기업 차원에서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겠지만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 너무도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미국의 자국 물가를 자극해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는 지난 1월 28∼29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동결하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지난 1월 16일 새해 첫 통화 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정치적 불확실성과 환율 변동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3.00%로 동결을 결정한 바 있어 한국(3.0%)과 미국(4.25~4.50%) 간 금리 격차는 상단을 기준으로 1.50%포인트로 유지됐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한국·미국 금리 역전 폭이 확대돼 원화값은 떨어지고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은 선택폭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제약이 발생한다.

정부·국회의 각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엄중한 시기다. 지난해에도 30조8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세수 결손 사태가 빚어졌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10일 “지난해 국세 수입은 336조5000억원으로, 예산(367조3000억원) 대비 30조8000억원 감소했다”라고 밝혔다. 2023년(56조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대규모 세수 결손이다. 초유의 감액 예산으로 재정의 운신 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민생·내수 부양에 쓸 돈이 말라가고 있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결코 아니다. 잠재성장률 2.0%를 밑도는 저성장이 장기화로 고착화(固着化)하면 극심한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질 게 불을 보듯이 뻔하다. 물가를 핑계로 내수 진작을 미루는 건 득보다 오히려 실이 클 수 있는 치둔(癡鈍)의 우(愚)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국회는 서둘러 추가경정예산(안)부터 편성해야만 한다. 우선 여(與)·야(野)·정(政) 국정협의회부터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추가경정예산(안)을 국정협의회 핵심 안건으로 서둘러 상정하여 지체하지 말고 즉각 실행에 옮겨야만 한다. 2월 임시국회에 반드시 정치색을 뺀 민생 추경안부터 다루는 것이 화급한 급선무다. 추경·금리 인하 등 재정·통화 수단 가릴 것 없이 경기 부양에 총력 대응에 속도감 있게 나서야만 한다. 구조 개혁과 초격차 기술 개발, 고급인재 양성에도 속도를 내야만 한다. 구조 개혁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대책을 내고 국회가 뒷받침해야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정치 정상화를 발판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정치력을 해소하고 경제 체질 개선과 신성장 동력 육성을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하고 저성장 고착화(固着化)만은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