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흔든 중국발 ‘딥시크’ 쇼크, 기술 혁신·정부 지원 타산지석 삼아야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Start-up) ‘딥시크(DeepSeek │ 深度求索)’가 미국의 ‘AI 패권’을 위협하며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설립한 지 2년도 안 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는 최근 미국 빅테크(Big-tech │ 거대기술기업)의 10분의 1에 불과한 저비용으로 미국 오픈에이아이(AI)의 최신 모델 챗 지피티(Chat GPT)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내는 생성형 AI 모델 ‘딥시크 R1’을 출시했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라는 위기에도 ‘엔비디아(NVIDIA)’의 고사양 AI 칩 없이 오픈소스(Open-Source │ 개방형) 기반의 AI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압도적 기술 우위를 자랑해온 미국이 중국의 역공에 허를 찔리자 일각에서는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Sputnik Moment) │ 기술적 우위를 확신하던 국가가 경쟁국의 예상치 못한 기술적 진보에 충격을 받는 순간)’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옛 소련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첫 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 것처럼 후발 주자가 기술적 우위국을 앞지른 순간을 의미한다.
중국이 미국의 자존심에 흠집을 내면서 미국·중국 기술 패권 전쟁의 격화는 불가피해졌다. 취임 직후 AI 인프라 합작사 설립을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1월 27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의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진행 중인 공화당 연방하원 콘퍼런스에서 행한 연설에서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 AI를 개발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일”이라고 평가하고 “중국의 일부 기업은 더 빠르고 훨씬 저렴한 인공지능 방법을 개발하기를 원한다. 그렇게 되면 돈을 많이 쓸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좋은 일”이라며 “미국 산업에 경종(Wake up call)을 울려야 한다”라며 경각심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조 바이든(Joe Biden)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도입한 인공지능 행정명령을 폐기했다. 과감한 AI 규제 철폐와 대(對)중국 추가 제재 등의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직원 180명에 불과한 연구 인력 139명뿐인 중국 신생 기업 ‘딥시크’가 몇 년째 이어진 미국의 엄격한 반도체·인공지능 수출 통제 속에서도 이런 뛰어난 혁신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를 매우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중국은 전통 제조업에서 이미 한국을 추격한 데 이어 첨단산업에서도 우리를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커다란 경종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딥시크’가 최근 공개한 인공지능 모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해 말 출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 Large Language Model │ 거대언어모델) ‘V3’이고, 다른 하나는 올해 1월 20일 출시한 추론 모델 ‘R1’이다. 특히, ‘R1’ 모델은 수학·과학·코딩 등 고도의 추론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미국 빅테크들의 최상위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AI 굴기(崛起 │ 우뚝 일어섬)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중국 AI 굴기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10년 전인 2014년 이른바 ‘대중창업 만중창신 전략(혁신창업 진흥 정책)’ 목표 중의 하나로 나온 ‘전략성 하이테크 분야 기술 연구개발(R&D)의 도약적 발전’ 계획이 출발점이었다.
2023년 설립된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지난 1월 20일 내놓은 AI모델 딥시크 ‘R1’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2022년 챗GPT 출시 때와 맞먹는 충격이란 평가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딥시크’는 1985년생 중국 광둥성 출신의 AI 전문 헤지펀드 매니저 ‘량원펑(梁文鋒 │ 40세)’이 설립한 AI 연구개발 회사다. 량원펑은 2016년 설립한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High-Flyer │ 幻方量化)’에서 AI 연구부서를 분리해 2023년 5월 ‘딥시크’를 출범시켰다. ‘딥시크’가 기존의 10분의 1 비용으로 개발한 AI 모델이 오픈AI의 최신 모델(o1)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기록한 놀라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첨단 칩을 적게 쓰고도 고성능을 구현했다는 소식에 AI 업계에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해온 엔비디아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 빅테크들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자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폐쇄성을 유지하는 데 반해, ‘딥시크’는 개발 과정에 관한 내용을 오픈소스로 개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놀랍다. 세계 인공지능 생태계의 중심에 중국이 우뚝 서겠다는 야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기술개발을 주도해 온 미국 AI기업들의 고비용 구조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저비용 고성능’ 모델이 미국·중국 간 AI패권 경쟁을 격화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에서 개발된 저비용 인공지능 챗봇인 ‘딥시크’는 지난 1월 20일 출시된 이래 미국 애플스토어에서 가장 다운로드가 많은 앱으로 ‘챗GPT’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딥시크’ 쪽은 자신들의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시키는 비용으로 단지 557만 6,000달러(약 81억 원)만 썼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선두 주자인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Samuel Harris Altman)’은 자신들의 최신 인공모델인 ‘지피티-4’의 훈련에 1억 달러 이상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공지능 관련 조사회사인 ‘앤스로픽(Anthropic)’의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는 지난해 방송에서 일부 기존 인공모델의 훈련에 1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딥시크’는 엔비디아가 개발한 인공지능 관련 고가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고도 우수한 성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들은 ‘딥시크’가 대규모언어모델(LLM) 훈련에 사용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규모와 비용이 미국 빅테크들과 비교해 훨씬 적어 효율성을 보여줬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반도체 인프라 효율을 극대화한 ‘딥시크’ 성공은 적은 컴퓨팅 파워로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실험적 기법을 적용한 덕분이라고 한다. ‘딥시크’는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고사양 칩(H100)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자 저사양 칩(H800)을 사용했다고 한다. 참고로 엔비디아의 고사양 칩인 H100은 1개당 약 4천만 원에 달한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첨단 칩 수출 통제의 벽을 혁신으로 극복한 셈이다. 아울러 개발 인력이 빅테크 대비 10분의 1 수준이지만 중국 국내파 연구자들이 창의성과 열정을 바탕으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간 국내를 비롯한 다른 나라 AI 업체들이 비용과 인력 확보 측면에서 고성능 AI 모델 개발에 한계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의 이러한 쾌거(快擧)는 우리나라로서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한 대목이다.
‘딥시크’의 성공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중국은 그간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AI 등에 막대한 배후 투자를 해 왔다. 개발 인력에는 연구보조금을 주고 산학협력도 적극적으로 장려해 왔다. AI 기술을 연구하는 국가공정실험실과 각종 국가 지원 프로그램도 전문가 양성에 도움이 됐다. 기술 패권 경쟁에서 국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딥시크’의 성공은 미국이 동맹국들의 팔까지 비틀어 가며 AI 반도체와 제조 장비 수출을 통제해도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 셈이다. ‘딥시크’가 AI 모델을 누구나 수정·배포할 수 있는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한 것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다. ‘딥시크’의 ‘AI’ 모델을 개발한 인력은 해외 유학 없이 중국 내에서 훈련받은 자국 국내파 엔지니어들이라고 한다. 중국이 배출하는 AI 전문 인력은 전 세계의 47%를 차지해 미국의 18%를 29%포인트나 압도하고 있다. 중국은 양과 질 모두 세계 최고급인 인재풀을 활용해 미국의 AI 주도권을 넘볼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렇듯 충격적 기술 전쟁이 불붙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강 건너 불구경’이어서 아쉬움이 크다. AI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양강(兩强) 구도가 고착화하고 반도체에서도 중국이 시시각각 한국과 기술 격차를 좁혀오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와 기업에서는 위기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있다. 연구개발(R&D)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은 여(與)·야(野)의 막무가내(莫無可奈) 치열한 정쟁에 막혀 여전히 표류(漂流)와 교착(膠着)만을 거듭거듭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기초과학과 인프라 투자, 인재 육성, 벤처 생태계 활성화 등에 주력하고, 기업들은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꿀 인공지능 투자에 공세적으로 나서야만 할 것이다. 기술개발을 서두르지 않고 이대로 가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자연스레 도태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글로벌 AI 3강’ 구호만 외치고 있는 사이에 미국·중국의 AI 기술력은 이미 한참 앞서가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격차가 더 벌어진다면 ‘3강’ 목표의 의미도 사라질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이러다가 반도체마저 중국에 추월당하는 ‘모멘트’를 맞을 가능성마저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 생존이 AI·반도체 무한 경쟁의 성패(成敗)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過言)이 아니다. 기업은 고급 인재 육성과 혁신·도전에 사활을 걸어서라도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고, 노조도 공생을 위해 이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 특히 미국의 중국견제는 더욱 심화일로(深化一路)를 치닫게 될 것으로 보이고 중국은 홀로서기에 매진(All in)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최첨단분야는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로 우리에겐 오히려 기회일 수 있고, 미국 견제에 판로가 막힌 중국으로선 재고 정리를 위한 저가 공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로선 최첨단분야 석권과 첨단분야 저가 경쟁의 양면(Tow track) 전략을 구사해 승기를 잡아야만 한다. 중국의 수많은 젊은 공학도가 지금도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해 잠을 줄이고 있음을 명심해야만 한다. 수능 고득점자순으로 전국 의대가 채워지는 나라가 중국을 이길 수는 결단코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나 정치권의 역할은 많은 아쉬움을 준다. 글로벌 기술 경쟁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 수립이나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있어 미흡한 점이 적지 않아서다. 국내 최고 기술자들은 기회만 생기면 미국으로 넘어가고, 그게 안 되면 중국으로 나가려는 최근 추세부터 돌려놔야만 한다. 전 세계가 ‘칩(chip) 전쟁’ 중임을 각별 유념하고 정부와 국회는 과감한 규제 혁파와 세제·예산 전방위 지원, 신속한 입법 등으로 전략산업 육성을 뒷받침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