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효율성을 최우선 한 경제 동력 살리기 추가경정예산 서둘러 추진을
민족 대명절 설을 앞두고 최장 9일의 장기 설 연휴가 시작됐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가라앉은 침체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무겁고 고단하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이은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국 쇼크’와 통상 환경 악화로 기업과 가계 심리는 꽁꽁 얼어붙은 상태에서 경제의 양 날개인 내수와 수출이 모두 어려워진 한국 경제가 3분기 연속 제로(0) 성장의 ‘저성장 쇼크’에 직면한 가운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백척간두(百尺竿頭)의 나락(奈落)에서 한없는 추락을 거듭하며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1%대를 간신히 모면한 2.0%에 가까스로 턱걸이해서다.
이렇듯 ‘정국 쇼크’에 ‘저성장 쇼크’가 겹친 데다 설상가상(雪上加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넘어 ‘미국 유일주의(America Only)’ 정책을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2기 행정부 출범과 미국·중국 갈등 격화로 이어지는 삼중고(三重苦)의 압박에 짓눌리며 한국 경제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풍전등화(風前燈火)에 직면하면서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危機)에 봉착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 147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최근까지도 146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관세 관련 발언과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닷새 연속 하락했다지만 지난 1월 26일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 1400원을 상회하는 1432.50원으로 여전히 고환율이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져 원화 약세를 부추길 우려가 크기에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기댈 수 없게 된 작금의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서둘러야만 한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1%대 저성장이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주저하고, 가계는 지갑을 닫고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멈추기 직전까지 식고 있다는 의미다. 민간 소비는 1.1% 성장에 그쳤고 건설투자도 -2.7%로 위축됐다. 성장률이 3개 분기 연속으로 0.1% 이하를 기록한 것은 외환 위기 직격탄을 맞은 1997년 4분기 -0.6%, 1998년 1분기 –6.7%, 2분기 -0.8%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현 상태를 방치(하면 자칫 장기 저성장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금은 재정과 금융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할 최적의 골든타임이다. 작금의 위기상황을 특단(特段)의 비상 대응 없이 방치(放置)하거나 방기(放棄)하면 한국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 단계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거대 야당의 주도로 적정 규모보다 줄어든 감액 예산이 편성된 만큼 재정 보강으로 15조~20조 원이 거론되는 추가경정예산은 조속히 시기와 규모를 정해야만 한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생사의 기로(岐路)에 위태롭게 서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정부가 민생 지원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21일 여(與)·야(野)·정(政) 국정협의회 가동을 전제로 “세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기본 원칙하에 국회와 정부가 (추가 재정 투입을) 함께 논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 취업자 수가 3년10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고 한국은행이 지난 1월 21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1.7%로 내리면서 추경 요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는 그동안 야당의 추경 편성 요구를 일축했지만, 계엄·탄핵 정국으로 내수 침체가 가속화하고 일자리가 줄어든 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외 리스크까지 커지자 추경 협의의 문을 열어둔 셈이다. 추가경정예산의 원칙과 방향은 너무도 자명하고 분명하며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정치 논리는 배제하고 재정 효율성을 최우선에 두고, 식어가는 경제 성장동력을 살리는데 국가 역량을 총 집중해야만 한다. 고도성장기를 거치고 나서 성장이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정국 불안과 저성장에 더해 무분별한 추경으로 재정마저 무너지게 된다면 바로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져 경제 위기를 피하기는 더욱 힘들고 어렵게 한다.
여(與)·야(野)·정(政)은 조기 대선을 의식한 현금 살포나 선심성 재정 확대를 원천 배제하고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핀셋 지원’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 등 신성장 동력 점화에 재정을 집중시키는 추경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오픈AI 등 미국·일본 기업 3사가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72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첨단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결코 안 된다. 지금 우리는 한정된 재원으로 민생과 첨단 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여(與)·야(野)·정(政)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더 강력한 실행력이 필요하다. 올해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신속·조기 집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나설 때까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서둘러 추경 절차를 가동해야만 한다. 특히, 서민·자영업을 선별 지원한다는 원칙을 갖고 의지적으로 인공지능(AI)·전력망 등 경기 부양 효과나 재정 승수가 큰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 효과는 작으면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포퓰리즘(Populism)을 경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닥치고 기업 우선주의’를 해야 경제가 저성장 절벽에서 탈출할 수 있다. 골든타임은 결코 기다려 주지 않고 쉼을 모르고 쏜살같이 흘러만 가고 있음을 각별 유념해 서둘러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 정부는 목전에 급박한 불확실성과 정치·경제 불안 요소를 제거해 금리 인하 여건을 조성할 책무가 있음을 엄중하게 생각하고 경기 회복의 마중물로 삼을 대규모 추경예산도 하루빨리 서둘러 편성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