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와 추경예산 편성 서둘러 최적 정책조합 효과 극대화 해야

2025-01-31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민족 고유의 대명절 설 연휴 기간 내내 밥상의 주된 핵심 화두는 줄곧 민생 살리기로 모아졌다. 자영업 위기와 가계부채 악화 및 일자리 감소 등 내수 침체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발(發) 수출 위기까지 온통 경제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장기 불황 속에 근로자 월급은 2.8% ‘찔금’ 인상되는 반면 소비자물가는 3.6% ‘껑충’ 뛰면서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지난 1월 30일 국세청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에 제출된 ‘연도별 근로소득 천분위 자료’에 따르면 2023년(귀속연도) 1인당 평균 근로소득(총급여 기준)은 4332만원으로, 1년 전(4213만원)보다 2.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23년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6% 상승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사업소득이 크게 줄면서 지갑이 얇아진 가운데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도 많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13.03%로 전 분기(11.92%) 대비 1.11%포인트나 상승해 이를 방증(傍證)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월 15일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12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5만 2000명 감소하며 경기침체가 가속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감소한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2월 이후 3년 10개월만으로 실업률은 3년 만에 최고치인 3.8%를 기록했다. 게다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12·14 탄핵소추 접수, 1·26 대통령 구속기소 정국으로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에 따른 국정 마비가 장기화하면서 정치에 대한 혐오만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민생을 살리기 위한 불쏘시개로 내수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환경상 내수 부양 선택지가 좁다는 게 문제다.

기준금리의 경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의 판단이 우리의 중요 기준점이다. 연준(Fed)은 지난 1월 28∼29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동결하고 향후 금리 인하 폭과 속도 조절을 분명히 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경기 호조로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불거지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세 번의 연속 금리 인하 이후 네 차례만의 동결이다. 연준(Fed)의 금리동결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선택폭이 줄어든다는 점을 의미한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11월 두 번 연속 인하 이후 지난 1월 16일 새해 첫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정치적 불확실성과 환율 변동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3.00%로 동결을 결정한 바 있다. 이로써 한국(3.0%)과 미국(4.25~4.50%) 간 금리 격차는 상단을 기준으로 1.50%포인트로 유지됐다.

문제는 미국 연준(Fed)이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건 가운데 최근 경기침체와 환율 상승이라는 겹악재를 맞은 한국은행의 셈법은 더 복잡해지게 됐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당연히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환율 등 여러 위험요소와 불확실성 탓에 한은은 불가피 동결을 결정한 것이다. 일단 2월까지 두 차례 연속 동결을 결정하기엔 내수 환경이 녹록지 않다. 실제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 전망치는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급격한 수출 둔화 등을 이유로 성장률 전망치를 6개월 만에 0.4%포인트 낮춘 1.8%로 제시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1월 20일 블로그에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두 달 전인 작년 11월 전망한 1.9%에서 1.6∼1.7%로 내려 잡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월 17일(현지 시각)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제시한 전망치 2.2%보다 0.2%포인트 하향한 2.0%로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가운데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지난 1월 23일 발표한 ‘최소한의 성장(Growing at Bare Minimum)’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가 전망한 성장률 1.5%는 앞서 국제금융센터가 글로벌 IB 8곳의 성장 전망치를 취합한 1.7% 전망을 밑돈다. 한편 씨티(CitiGroup)는 1.5%에서 1.4%로, JP모건(JPMorgan)이 1.3%에서 1.2%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모건스탠리보다 더 낮게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성장률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오는 2월에는 한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설령 그렇더라도 한미 금리 차 유지 차원에서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여력은 떨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내수 상황 등을 고려해 2월 금리를 내리더라도 이후 연속 인하를 결정하기엔 부담이 따른다. 이렇듯 연준(Fed)이 금리동결에 나서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은 한층 더 어려워진 셈이다. 최근 국내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하지만, 한미 금리 격차 확대로 인한 환율 상승과 금융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는 2월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 이유다. 추가적인 성장률 하락이 이어져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주게 될 경우는 외환·금융 시장의 위기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은에서 정치권에 조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요구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은 지난 1월 29일(현지 시각)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익일물 ‘레포(Repo │ 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하했고, 유럽 중앙은행(ECB)도 1월 30일에 열린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에서 예상대로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2.75%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도 오는 2월 중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미국의 보호무역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비해서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는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구나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경제에 효과를 나타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지난해 두 번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올해 하반기에나 나타날 수 있다. 당연히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방증(傍證)이다. 당장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과 소비침체로 허덕이는 자영업자에게 온기가 번지고 수혜가 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 금리 인하 압박에도 미국 연준(Fed)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앞으로도 금리 하락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우리 통화 당국의 선택 폭도 좁아졌다. 탄핵 정국과 대통령 구속기소 이후 내수가 크게 위축된 상황을 반영해 2월 기준금리를 내려도 그 이후엔 환율 상승 등의 부담으로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에 기준금리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보완정책으로 활용 가능한 게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다. 모건스탠리도 한국이 수출 감소와 소비 회복 지연이라는 대내외 역풍(Headwinds)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하고 한국 경제성장률 악화를 지적하면서 향후 경기 흐름에 추경과 기준금리 결정이 핵심 정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저성장의 배경으로 반도체 경기 하강 국면의 여파로 한국 수출도 꺾일 조짐이라는 점을 짚으며 소비 심리 침체, 경제 모든 부문에 걸친 활동 둔화로 인한 소비 회복 지연도 꼽았다. 그러면서 정부가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 지원을 골자로 하는 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집행한다면 0.2%포인트의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했다.

추가경정예산안이 편성되려면 현실적으로 정부와 국회 및 여야 대표가 중지를 모으는 여(與)·야(野)·정(政) 협의회부터 정상 가동돼야만 한다.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국정협의회 가동 얘기를 수도 없이 꺼냈지만 말 뿐이지 요지부동이다. 다행히 여(與)·야(野)가 국정협의회의 최대 난제인 의제 선정을 두고 공통분모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 개혁’과 ‘추경예산 편성’의 두 가지 안건이 국민적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은 장기적 관점에서 국정협의회를 통해 추진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아울러 추경예산은 현재 최악의 위기에 빠진 내수 침체를 하루빨리 살린다는 단기적 과제로 담긴 의미가 실로 크다. 두 가지 안건을 주저하거나 망설임 없이 즉각 국정협의회 핵심 안건으로 상정해 지체하지 말고 서둘러 실행에 옮겨야만 한다. 경제는 심리이고 정책은 타이밍이라 했다. 아무리 좋은 명약도 시기를 놓치면 백약이 무효라고 했다. 지금 당장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추경예산 편성을 단행해도 그 온기가 아래로 퍼지고 확산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금리 인하와 추경 편성으로 최적의 정책조합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실기(失期)하지 말고 적기(適期)에 즉각 시행해야만 한다. 결단코 기다려 주지 않고 쉼을 모르고 쏜살같이 흘러만 가고 있는‘골든타임(Golden-time)’을 절대로 놓치지 말고 각별 유념해 기필코 서둘러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