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개막,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지혜 모아 파고 넘어야

2025-01-21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넘어 ‘미국 유일주의(America Only)’ 정책을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제47대 대통령이 1월 20일 정오(현지 시각)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 원형홀(Capitol Rotunda)’에서 취임하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 Make America Great Again)’로 대변되는 ‘트럼프 2.0’ 시대의 역사적 닻을 올렸다. 그는 이미 취임 전날 “미국의 쇠락은 막을 내릴 것이며 미국의 힘과 번영을 영원히 다시 가져오는 새날을 시작하고 역사적인 속도와 힘으로 행동하겠다”라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대관식’ 취임사에서 “저는 미국을 최우선에 둘 것이다.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된다”라며 “트럼프 정부에서는 단 하루도 우리가 (다른 나라에) 이용당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곧 더 위대하고(Greater) 강하며(Stronger) 이전보다 훨씬 더 탁월한(Exceptional) 국가가 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다시 한번 스스로를 성장하는 나라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부(富)를 늘리고 영토를 확장(expand)하고 도시를 건설하고 새롭고 아름다운 지평선으로 성조기를 들 것”이며 “화성에 성조기를 꽂기 위해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보내는 등 별을 향해 우리의 ‘매니페스트 데스티니(Manifest destiny │ 명백한 운명을 의미하는 미국의 영토확장 관련 표현)’를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부 개척 등을 비롯한 미국 역사를 설명하면서 “프런티어 정신은 우리 마음속에 새겨져 있으며 다음 모험에 대한 부름이 우리 영혼 속에서 울리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부터 미국은 자유롭고 주권적이며 독립적인 국가가 될 것”이라면서 “그 어떤 것도 우리를 가로막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외 정책과 관련해서도 가자지구 휴전에 따른 인질 석방을 언급하면서 “우리의 승리는, 전투에서 이기는 것만 아니라 전쟁을 끝내는 것에서, 더 중요하게는 아예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측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유산은 피스 메이커(Peace maker)와 통합자(Unifier)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변경할 것이란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파나마 운하에 대한 반환 추진 방침도 재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부 국경에 대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대를 국경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불법 입국은 즉시 중단될 것이며 우리는 수백만 명의 외국 범죄자들을 그들이 왔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면서 “1798년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을 발동해, 모든 외국 갱단과 범죄 네트워크를 제거하기 위해 연방과 법 집행 기관의 전폭적이고 막대한 권한을 사용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 문제와 관련해서는 “내각 구성원에게 기록적이었던 인플레이션을 물리치고 물가를 낮추기 위해 방대한 권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 바이든(Joe Biden)’ 정부의 친환경 정책 종료와 함께 “전기차 의무화를 철회해 자동차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 정부효율부(DOGE) 설립 ▲ 군(軍)내 급진적 정치이론 금지 ▲ 남성과 여성 두 개의 성(性)만 연방 정부의 정책으로 인정 ▲ 피부색이 아닌 능력 기반 사회 건설 등의 방침도 재차 확인했다.

4년 전 백악관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어떤 식으로든 돌아오겠다”라는 말을 남긴 채 “조만간 다시 보자(We will see you soon)”라며 워싱턴을 떠났던 트럼프 대통령이 화려하게 귀환한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역사적인 속도와 힘으로 행동하겠다”라고 선언했다. 미국 우선주의는 4년 전보다 더 강해졌고, 더 노련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세계 각국은 트럼프발(發) 청구서를 예측하면서 생존전략 마련에 이미 돌입한 상황이다. 지금 트럼프의 공화당은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고, 대법원도 보수 우위다. 임기 초 세계 정치·경제·안보 지형을 뒤흔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8년 전보다 더 거리낌 없이 강력히 밀어붙일 태세다.

‘트럼프 시대 2.0’의 개막은 한국으로서도 큰 위기이자 도전 과제다. 특히 경제와 외교·안보 정책으로 자칫 한국이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어서다. 트럼프 경제 정책은 고율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주의, 대중국 견제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모든 수입품에 10% 이상 보편관세가 도입되면 대(對)미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중국과 남미에 고율 관세가 적용되면 대중국 수출이나 현지 한국 기업들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전 정부 정책 뒤집기로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방장관 지명자인 ‘피터 브라이언 헤그세스(Peter Brian Hegseth)’는 지난 1월 14일(현지 시각)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했다. ‘마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 지명자는 “어떤 제재도 김정은이 (핵) 능력 개발에 필요한 자원 확보를 막지 못했다”라고 했다. “대북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했다. 이들 발언은 북한 핵 현실을 인정하고 비핵화가 아닌 핵 동결에 초점을 맞춘 정책 변화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 7년 전인 2018년 역사적인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북미 회담’을 열고 트럼프와 김정은은 북한 핵무기는 놔둔 채 고철 수준의 영변 핵 시설과 핵심 대북 제재를 맞바꾸는 거래를 할 수도 있었다. 당시엔 그 거래를 막은 참모들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예 없는 듯 보인다.

대통령 당선 후 트럼프는 “나는 김정은과 매우 잘 지낸다”라고 말했다. 대선 중에는 “김정은도 나를 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도 했다. 대북 특사에는 “트럼프가 김정은의 손을 잡고 미국을 보호해야 한다”라고 했던 ‘리처드 그레넬(Richard Grenell)’ 전 독일 대사를 임명했다. 그는‘주한 미군 철수’를 언급한 적이 있고, 11억 달러 수준인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9배나 되는 100억 달러로 올려야 한다고 말하는 등 동맹 안보와 안전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탄핵 정국으로 한국 리더십이 붕괴한 상황에서 김정은과 위험한 ‘핵 거래’를 재추진한다면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 미국 ‘마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 지명자는 대북 정책 리뷰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통해 우리 입장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과 최상목 권한대행 간의 통화는 물론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 장관의 방미, 트럼프 정부 주요 인사의 조기 방한 추진 등 대(對)미국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사서 선제 대응해야만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20%의 보편관세, 중국 수입품 60% 관세 폭탄, 반도체·전기차·배터리 공장 짓는 외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폐지 등을 공언했다. 대(對)미국 무역 흑자도 문제 삼을 수 있다. 현실화하면 한국 수출이 급감하고 미국에 투자한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수출 둔화와 내수 침체 등으로 1%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스톰(Trump Storm)’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총체적‘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 초대형 복합위기)’이를 맞을 수 있다. 그는 한국에 대해 대놓고 “미국 산업을 빼앗아 가는 경쟁 상대”라며 반감을 드러내 왔다. 보편관세가 현실화하면 우리 통상정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이 보편관세 20%와 대중국 관세 60%를 부과할 때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약 65조 원) 감소한다. 산업연구원도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관세 10%, 중국에 관세 60%를 부과하는 때에는 우리나라 수출이 9.3%까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관세 10%를 부과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나라에 관세 20%를 부과하는 때에도 수출이 13.1%나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 상대가 ‘강자’일 땐 존중하지만 ‘약자’일 경우엔 매우 가혹한 모습을 보여왔다. ‘스트롱 맨’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 1월 17일 통화에선 미국에서 사용 금지된 ‘틱톡’ 등 주요 현안에서 타협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상대적 약자인 캐나다·덴마크·파나마 등엔 상대를 무시하는 일방적인 말을 쏟아냈다. 지금 이대로면 우리도 같은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비상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조 바이든(Joe Biden)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공언한 만큼 대(對)미국 투자에 나선 국내 기업의 피해도 매우 우려된다. 1500원 선을 위협하는 원·달러 환율도 추가 상승하면 우리 경제에 치명적 악재가 될 것은 너무도 자명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가 가져올 변화 가운데는 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하나같이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는 사안이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대통령 리더십 부재 속에 이런 격변기를 맞게 됐다. 그러나 대통령 자리가 언제 다시 채워질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정부는 그때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부터 민간을 포함한 대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높기만 한 트럼프 파고를 넘을 채비를 해야 한다. 70년 넘은 동맹이라는 특수성도 강조하고,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도 구해 경제든, 안보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미국과 조선업 협력을 비롯해 트럼프 시대 개막이 위기만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역발상의 지혜도 짜내야만 한다. 트럼프가 해군력을 강화하겠다면서 한국 조선업에 손을 내민 것도 바로 이러한 전략과 통하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중국 견제를 활용해야 한다. 이른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법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조선업 등 한국이 우위를 지닌 산업 역량을 협상 카드로 삼아 한미 양국이 이익을 얻는 ‘윈윈 전략’으로 미국을 설득한다면 우리 경제가 트럼프 시대에도 새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미국은 반도체·인공지능(AI) 같은 주요 산업에서 ‘중국 굴기’를 막으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는 한국에 있어서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정책이 구체화하기까지 앞으로 수개월이 마지막 골든타임이 아닐 수 없다. ‘여(與)·야(野)·정(政)’은 초당적으로 ‘트럼프 스톰(Trump Storm)’의 파고를 넘기 위해 협력해야만 한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구심점으로 힘을 합치면 대통령 부재를 상쇄하고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대전환의 시대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역시 중국을 빼면 한국 외에는 대안이 없다. 반도체도 한국산이 필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 제조업이 필요한 것이 분명하다. 한국은 미국과 협력하면서, 대신 미국이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밀어낼 때마다 그 빈자리를 차지해야만 한다. 대한민국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98.6%에 이를 정도로 우리 경제에 수출 기여도는 절대적이다. 이 가운데 중국이 20%, 미국이 18%로서 중국·미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이런 현실이기에 ‘트럼프 파고’는 더욱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제조업 강점을 내세워 철저하게 준비하면 위기가 기회로 바뀔 수 있다.

정부는 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트럼프 2기에 더욱 거세질 안보·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국익을 제고할 정책 역량에 총 집중해야만 한다. 대외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 현실은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 탓만 하고 정쟁을 할 게 아니라 엄중한 현실을 인식하고 정부와 여야가 합심해 도널드 트럼프발(發) 경제 충격을 최소화해야만 한다. 따라서 불확실성 제거와 정국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은 극한 정쟁에 서둘러 종지부를 찍고 한마음으로 뭉쳐야 한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정치권이 힘을 보태면 기회는 다가온다. 변화의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 달려 있다. 우리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적 안목을 키워 ‘트럼프 리스크’를 넘어서야만 한다. 수출 지역 다변화와 수출 품목 다양화를 통해 활로를 찾고,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수출 부진이 내수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제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도 적극적으로 강화해 나가야만 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철저한 준비와 빠른 실행력뿐이다. 한국은행과 정부의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한 유연한 통화·재정 정책과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규제 완화도 시급하기 이를 데 없다. 북한을 대놓고 핵보유국으로 지칭하는 상황에서 미국발(發)‘코리아패싱(Koreapassing)’에도 선제 대비해야만 한다. 미국이 북한과 핵 동결이나 군축 협상 등 ‘스몰 딜(Small deal)’에 나서는 최악의 상황만은 반드시 막아내고 대한민국 중심의 안보·외교·통상·경제역량을 선제 실행해 나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