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정치참여 확대한다더니···전국 고교 73곳 '퇴학' 규정 그대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을호 민주당 의원 전수조사

2025-01-19     박두식 기자
▲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가 지난해 12월 9일 오후 울산 남구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윤 대통령 탄핵 부결! 국민의힘 규탄! 투쟁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2022년 정치관계법 개정에 따른 교육부의 규정 점검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정치 행위를 제한하는 고등학교가 전국 73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고등학교 정치 행위 관련 학칙(규정) 전수조사'에 따르면 전국 고등학교 2452곳 가운데 자체 점검이 진행 중인 서울 지역 고등학교를 제외한 73곳에서 학생의 정치 행위를 금지하는 학칙과 생활 규정이 존재했다.

앞서 정치관계법 개정에 따라 2022년 1월부터 피선거권과 정당 가입 연령이 각각 18세와 16세로 하향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같은 해 '학생의 정당 및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학칙 또는 생활 규정에 대해 단위 학교 및 시도교육청과 정비'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교육부의 규정 점검 이후에도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정치 행위에 대해 퇴학 처분, 금지 활동으로 명시한 규정이 남아있는 학교들이 있는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북 지역 내 고교 183개 중 28개(15.3%) 고교에서 정치 행위 금지 규정이 남아 있었다. 이어 인천(20개·14.2%), 충북(11개·13.1%), 대구(8개·7.1%), 전남(5개·3.4%), 광주(1개·1.5%) 등이 뒤따랐다. 학칙 개정이 미비한 73개 고등학교 중 국립고등학교가 2곳, 공립고등학교 42곳, 사립고등학교 29곳이었다.

학생의 정치 행위 금지 사례를 보면 경북 지역의 무산고등학교는 학칙에 '학생이 정치에 관여하는 행위 시 퇴학 조치'를 규정하고 있었다. 같은 지역의 경북기계금속고등학교에서는 '학생회 회원은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 관여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었다.

이 외에도 만 18세 이상 학생만 정당 가입을 규정하는 등 73개 고등학교에서 현행법과 어긋나는 학칙과 생활 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각 교육청과 학교는 교육청 차원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컨설팅 및 관련 학칙, 생활 규정을 개정·삭제 조치한다고 밝혔다.

정을호 의원은 "정치관계법 개정으로 미래세대인 학생들의 정치참여 활성화를 통한 건강한 민주시민 양성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정치참여가 극도로 제한되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라며 "각 교육청과 학교는 조속히 관련 규정을 개정해, 학생들이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치 행위를 보장받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