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방 위험’ 확대, 하루빨리 ‘불확실성’ 걷어내길

2025-01-09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정치 위기가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연이은 탄핵정국의 충격파에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내수 침체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잿빛 전망이 잇따르며 암울한 새해를 맞고 있어서다. 게다가 난국 풀어나갈 리더십마저 보이질 않아 경제의 혹한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시장의 상황에 민감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일제히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리며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1.3%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지난 1월 7일 국제금융센터가 발표한 바클레이즈, 시티,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평균 전망치를 당초 1.8%에서 한 달 새 1.7%로 11월 말보다 0.1%포인트 낮췄다. 일부 IB는 1.3%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 글로벌 주요 IB들의 전망치는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1.9%는 물론 정부의 1.8%,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의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1% 등 주요 국내외 기관의 전망치보다 매우 낮아 걱정스럽다. 특히 지속가능 금융을 선도하는 네덜란드의 ING(Internationale Nederlanden Groep)의 전망치는 최악이다.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표가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라며 “올해 성장률을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한다”라고 밝혔다. 금융회사별로는 JP모건이 지난 한 달 새 1.7%에서 1.3%로, HSBC가 1.9%에서 1.7%로, 씨티그룹이 1.6%에서 1.5%로 전망치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JP모건과 HSBC는 올해 소비자물가지수 예상치는 각각 1.7%에서 2%로, 1.9%에서 2%로 오히려 높였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년 만에 우리 경제에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라는 진단을 내렸다. KDI는 지난 1월 8일 내놓은 ‘1월 경제동향’을 통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경제 심리가 위축됐다”라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고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시공능력 58위인 신동아건설이 인천 서구 마전동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 입주자모집공고를 취소하며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내수한파로 기업들이 줄도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수출을 지탱해온 반도체 산업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을 크게 밑도는 6조 5,000억 원에 그쳤다고 공시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범용 메모리 시황이 악화하며 2분기 연속 ‘어닝쇼크(Earning Shock │ 실적 충격)’를 기록한 것이다. 이렇듯 나라 안팎의 악재들과 정치 불안이 겹쳐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KDI는 “반도체를 제외한 생산과 수출은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상품소비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 재고율이 전달에 이어 높은 수준을 보인 가운데 평균 가동률이 하락하는 등 제조업 생산의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도 점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수 침체와 경제 심리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실질적인 조처에 조속히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에 선 우리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불확실성’의 제거다. 이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경제와 민생을 살피기는커녕 ‘옳고 그름’을 떠나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극한 대치로 소비자·기업 심리를 더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쌍특검법(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8개 법안이 부결됐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한덕수·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등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놓고 여야가 표결·폐기를 반복하며 ‘정치 소모전’만 벌이고 있는 모양새가 아닐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통상 환경이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데다 내수는 얼어붙었고 많은 기업이 흔들리는 등 경제 현실은 전례 없이 엄혹하다. 당연히 기업들은 하루빨리 불확실성을 해소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제 정부가 응답해야 한다. 그러나 최상목 권한대행은 지난 1월 8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 1분야 주요 현안 해법회의’를 주재하며 “지금 우리나라는 중대기로에 놓여있다”라며 “높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대외환경 변화 속에서도 최선의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해결해야 할 ‘최선의 해법’을 회피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그뿐만 아니라 소비와 함께 내수를 구성하는 핵심축인 건설 경기도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걷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의 공사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은 지난해 11월 기준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작년 5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다.

정치권에 정국 수습의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그야말로 난망하기 짝이 없다. 정쟁의 늪에 빠져 민생과 경제를 내팽개치고 있어서다. 자본과 노동 투입에 한계가 있는 상태에서 경제를 키울 수 있는 추동력은 생산성이다. 제도, 기술, 기업가정신, 근로 의욕 등의 총합인 생산성을 추동하는 원동력은 바로 개혁과 혁신이다. 이러한 개혁과 혁신은 정치적 산물이다. 그러나 작금의 리더십 부재의 위기 상황에서는 하루빨리 ‘불확실성’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왜냐면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선 이유가 정치적 불확실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심리마저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약 열흘 뒤면 동맹국도 관세와 무력 등으로 위협하려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해 글로벌 통상 질서 재편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불확실성의 파고에 대응해 방파제를 높이 쌓고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경주해 본격적으로 나서야만 할 때다. 여야는 국력 낭비를 초래하는 극한 대립 정치를 접고 '반도체특별법'·'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등 경제 살리기 민생법안 처리에 가일층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또 ‘여·야·정 국정협의체’도 조속히 가동해 정국 안정과 경제 회생의 계기를 서둘러 마련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