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진작 효과 없는 임시공휴일, 매출 격감 소상공인 한숨도 살펴야

2025-01-10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정부와 여당이 지난 1월 8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오는 1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이번 설 연휴 기간은 전주 주말과 설 연휴가 이어지면서 1월 25일부터 30일까지 6일로 늘어나고, 1월 31일 금요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최장 9일을 쉴 수 있게 되는 ‘황금연휴’가 아닐 수 없다. 당정은 소비 진작과 교통량 분산에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나가고, 매출은 오히려 감소하는 자영업자·중소기업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당정의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12·3 비상계엄 사태와 연이은 탄핵 정국에서 설상가상 무안 국제공항 항공기 참사 등 악재가 겹치며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군불을 때겠다는 의도로 임시공휴일을 지정했고 한다. 정부는 최대 900억 원을 투입해 명절 성수품 할인을 지원하고,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설 명절 자금 39조 원을 공급하는 등의 소비 활성화 대책도 내놓았다. 문제는 소비 확대 효과가 나타나길 막연히 기대하며 장기 연휴를 즐겨도 될 만큼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임시공휴일 확대 지정으로 “더 따뜻하고 여유로운 을사년 설 연휴가 되길 기원한다”라며 연휴 기간 내수경기 진작과 국내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를 하지만 과연 그렇게 될 것인지 의문이다. 당연히 긴 연휴를 쉴 수 있게 되자 대기업 직장인과 공무원 등은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원 대상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손사래를 친다. 의도대로 연휴 기간 소비가 늘어나려면 관련 예약 등 사전 지출 계획과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 불과 2주 남짓을 앞두고 결정돼 충분한 효과를 거둘지 의문과 함께 오히려 우려가 앞선다. 통상적으로 임시공휴일 지정은 한 달 전에 결정되는데, 정국 불안과 대형 사고로 발표 시기를 놓친 것이다.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보면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진 지난 몇 년 새 임시공휴일에는 관광지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상권에서 자영업 매출이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연휴가 길어지면서 단기 국내 여행을 생각하던 사람도 오히려 장기 해외여행으로 바꿀 가능성도 커져, 공연히 외화 유출만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기업이 몰려 있는 도심 지역 등의 자영업자들은 연휴 기간 격감할 매출로 걱정과 한숨만 크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생산일 단축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타격을 피하기 힘들다.

게다가 올해는 최저임금까지 시간당 1만30원으로 1만 원 선을 넘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평일의 1.5배인 휴일근로수당을 직원에게 주고도 매출은 오히려 감소한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공휴일 지정으로 장사 망쳤다”라는 불평이 나온다. 일손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휴일이 늘 때마다 생산 차질이 빚어진다. 게다가 청년층에선 경제적으로 쪼들리더라도 연휴 때 무리해서라도 해외여행을 떠나는 소비 패턴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자칫 씀씀이가 해외에서만 늘고, 국내 소비는 ‘공동화(空洞化)’할 가능성마저 적지 않다.

실제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를 들여다보면 원성과 불만이 자자하다. “빨간 날 매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착각”이다. “임시공휴일 지정은 오히려 자영업자를 죽이는 정책”이다 등 임시공휴일 지정을 반대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의견이 담긴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연휴가 길어지면 업종별로 희비가 극명하게 나뉘기 마련인데, 그 총합이 국가 전체 내수 활성화에 과연 긍정적인지도 불투명하다. 당연히 겉으로 보이는 소비 지표뿐 아니라 현장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목소리도 아우를 수 있는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과거 자료를 통해 간접 비교해보면, 현대경제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보고서는 임시공휴일 당일 하루 경제 전체에 미치는 생산 유발액이 4조 2,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액이 1조 6,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 2013년 조사에 따르면 대체 공휴일 하루당 생산 감소액이 8조 5,000억 원에 달했다. 이렇듯 임시공휴일 지정이 정부의 바람대로 내수 진작 효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2023년과 2024년에도 임시공휴일이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2023년 정부는 10월 2일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추석 연휴 시작일인 9월 28일부터 개천절인 10월 3일까지 ‘6일 연휴’를 만들었지만 정작 2023년 10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오히려 0.8% 감소했다.

지난해 국군의 날이었던 10월 1일 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을 당시에도 내수경기 부양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해외소비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내수가 위축되고 여행수지의 적자 규모가 커질 수 있다. 해외여행이 부담스러울 수준까지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라 선뜻 해외여행만을 고집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상위 10%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2억 1,051만 원인 반면에 하위 10%의 소득은 1,019만 원에 불과해 그 차이가 무려 2억 32만 원에 이를 만큼 초(超)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부유층으로부터 해외여행은 언제든 떠날 수 있음도 유념해야 할 지점이다.

무엇보다 약 열흘 뒤면 동맹국도 관세와 무력 등으로 위협하려는 ‘트럼프 리스크’로 인한 수출 감소 우려, 정국 불안 탓에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가 1%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지난 1월 7일 국제금융센터가 발표한 바클레이즈, 시티,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평균 전망치를 당초 1.8%에서 한 달 새 1.7%로 11월 말보다 0.1%포인트 낮췄다. 일부 IB는 1.3%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 글로벌 주요 IB들의 전망치는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1.9%는 물론 정부의 1.8%,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의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1% 등 주요 국내외 기관의 전망치보다 매우 낮아 걱정스럽다.

게다가 2023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3.3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바닥권인 33위로 평가됐다. 노동생산성은 노동자가 일정 시간 내에 창출하는 물품과 서비스 가치를 뜻한다. 2023년 시간당 노동생산성 1위 국가는 아일랜드(154.9달러)였다. 이어 노르웨이(136.7달러), 룩셈부르크(128.8달러), 벨기에(112.8달러), 덴마크(103.9달러)가 2∼5위에 올랐다. 더구나 작금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임시공휴일을 늘렸다가 기대한 만큼 내수 진작 효과는 보지 못하고 오히려 소비 여력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물론 한국인 노동시간은 연간 평균 약 1,900시간으로 선진 외국들에 비교해 여전히 길다. 연휴 이후 생산성 향상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긍정 효과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성과 측정도 없이, 관행적으로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명분용으로 내수 진작을 내세우기에 앞서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부터 내놓아야만 한다. 경영학의 구루(Guru)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라고 했다. 명확한 성과 측정이나 정교한 효고하 분석도 없이 선심성 행정으로 일관한다면 당연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생산성이 낮은 나라에서 때마다 임시공휴일을 지정한다면 더 쉬고 더 많이 받겠다는 목소리만 커지는 것 아닌가 우려만 키운다. 거의 매년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지금과 같은 행태는 국민 휴식권을 빙자한 선심성 정책으로 의당 비판받아 마땅하다. 설 연휴 기간 확대가 실질적인 경제효과로 이어지려면 국민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꽉 닫힌 지갑을 열어야만 한다. 백척간두(百尺竿頭)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 경제를 살리고 울먹이는 소상공인들과 상생하는 차원에서라도 소비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정부도 설 연휴 기간 수요가 급증하는 관광, 숙박, 쇼핑 등의 분야에서 소비가 촉진될 수 있도록 이벤트와 할인행사 등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