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저성장 덫에 걸린 한국경제 ‘퍼펙트스톰’ 선제 대응을

2024-12-20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한국경제가 12·3 비상계엄선포와 탄핵 정국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만나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 위기와 맞물리면서 경기 하방 위험성이 커지고 소비심리 위축과 투자 감소로 경제가 송두리째 휘청거리는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우려가 현실로 닥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발(發) 금리 인하 충격까지 한꺼번에 겹치면서 ‘퍼펙트스톰((Perfect Storm │ 초대형 복합위기)’이 몰아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는 지난 12월 18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4.50~4.75%에 4.25~4.50%로 0.25%포인트 내리는 ‘스몰 컷(Smal cut │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면서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4회(1%포인트)에서 2회(0.5%포인트)로 제한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내년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겠다고 ‘속도 조절론’을 시사했다. 특히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은 “기존 인플레이션 전망치와 실제 결과가 동떨어졌다”라고 지적하며 “향후 추가 금리 인하에 보다 신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연준(Fed)의 이 같은 매파적 신호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당장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고, 달러 강세가 심화하면서 지난 12월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 중 한때 1453.2원까지 오르고, 오후 3시 30분 주간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16.4원 오른 1451.9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어제(19일) 종가보다 1.9원 내린 1450원으로 주간거래를 시작했다. 달러값이 심리적 저항선인 1450원을 넘은 것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Subprime mortgage)’ 부실의 발단으로 세계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3월 13일 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미국 FOMC의 ‘매파적 금리인하’ 여파로 급락했던 우리 증시가 이틀 연속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2월 19일 코스피(KOSPI) 지수는 이날 오전 9시 21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44.14포인트(1.78%) 내린 2440.29를 나타냈다.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57.88포인트(2.33%) 내린 2426.55로 출발한 뒤 낙폭을 다소 줄여 2440선을 중심으로 등락 중 2389.03으로 장을 마감했고, 20일 오전 9시 50분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23.45포인트(-0.96%) 하락한 2412.48로 오전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12월 19일 코스닥(KOSDAQ) 지수는 전장보다 1.98% 하락한 683.47을 나타내다 장 중 한때 679선까지 밀린 뒤 하락분을 약간 만회한 684.36으로 장을 마감했고, 20일 오전 9시 50분 코스닥 지수는 7.32포인트(-1.07%) 하락한 677.04로 오전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은 2021년부터 장기 상승 추세를 보여왔으나, 최근의 고환율과 환율 변동성 확대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는 국내 정치 상황이 끼친 영향이 크다. 정치권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신뢰도가 저하돼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날 환율 급등의 직접 원인은 미국 인플레이션 변수이지만,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원화의 내구성을 악화시키면서 발작 폭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1월 20일 전후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최악의 전망까지 나온다.

고환율은 한국경제에 부담만 지울 뿐이다.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을 압박해 서민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경기가 심각한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어 세수 펑크와 고환율 등으로 재정·통화 정책의 손발이 묶여 있는 상황인 데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소비심리 위축과 투자 감소로 이어져 내수 부진을 가일층 심화시켜서 가계는 더욱더 지갑을 닫아 소비 감소를 시키는 악순환의 반복으로 경기 침체를 더 압박하고 가중할 뿐이다. 외환 당국이 환율방어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것마저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한 우려의 소리들이 고개를 들고 있으며 힘들게 잡은 인플레이션이 다시 재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가 일렁이고 있다.

지난 11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3억 달러 감소했다. 지난 2021년 10월 4,692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이후 3년 동안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규모만 보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중국, 일본, 스위스, 인도, 러시아,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홍콩에 이어 세계 9위 수준이나 환율이 1500원을 넘는다면 당국이 외환보유고를 풀어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나아질 수 있다곤 하지만, 기업들도 외화 부채가 커지는 등 전체적으로 득보다 실이 더 크다. 강(强)달러로 금리 인하 카드도 쓰기가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한국경제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이 고환율에서 벗어나는 근본 해법이다. 무엇보다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비정상 상태를 원상회복하고 작금의 ‘탄핵 정국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정치권은 주요 민생경제 입법 논의를 당장 재개하고 헌법재판소와 사법당국은 심리와 수사라는 본연의 업무수행을 위해서도 위기의 국가 경제 특히 서민과 취약계층 일상과 안정을 위해서라도 조속한 수사와 결정으로 경제 불확실성을 줄이는 길임을 깊이 인식해야만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민주주의와 법치의 회복력을 보여주고 잔존하는 불확실성을 서둘러 잠재우고 환율 변동성이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실물경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만전을 기해야만 한다. 경기 추가 침체에 대비한 조속한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정상화 조치에 포함되어야 한다. 가라앉는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최우선 정부 재정을 통한 부양책이 필수적이다.

고환율과 저성장의 이중 덫에 갇힌 우리 경제가 ‘트럼프 쇼크(Trump shock)’와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이 몰고 오는 ‘퍼펙트스톰’ 쓰나미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민(民)·관(官)·정(政)이 모든 역량을 총 집주(集注)해 튼실한 방파제의 둑을 높이 쌓는 등 선제적 총력 대응에 나서야만 한다. 정부는 시장 변동성을 용의주도(用意周到)하고 면밀하게 예의주시(銳意注視)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방위 정책 대응에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 사실상 정상 외교가 막혀버린 현 상황에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선제 대응을 위한 전방위 외교 채널 가동도 화급하다. ‘관세 폭탄’을 장착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하면 우리 경제는 내수·수출 동반 악화로 1%대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취약해진 정부의 외교력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 여·야 정치권도 함께 뛰어야 할 때다. 정부는 지난 12월 17일 국무회의를 통해 내년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배정하여 신속 집행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에 탄핵 정국까지 겹쳐 나락으로 추락한 내수를 되살리려는 전략적 포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서민 생계 부담 완화, 취약계층 보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과 함께 첨단산업 육성에도 국가 역량을 결집해 나가야만 한다. 기업 투자와 직결되는 '반도체 특별법', '인공지능(AI) 기본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 개혁법안들의 처리도 서둘러야 할 당면한 현안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