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7년 만에 초고령사회 진입, 정년 연장 진지하게 검토할 때

2024-12-25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우리나라 주민등록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지난 12월 23일 사상 처음 20%를 기록하며 한국도 국제 기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2월 24일 전날인 23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 5122만1286명 중 65세 이상이 1024만4550명으로 전체에서 20.0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당초 2025년으로 예상했지만, 저출생 문제와 맞물려 고령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1956년에 제정한 국제연합(UN)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65살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간주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뒤, 2017년 고령 비율이 14.02%로 두 배 늘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는데, 지난 12월 23일로 ‘초고령사회’가 열렸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가 되기까지 오스트리아는 53년, 영국은 50년, 프랑스는 39년, 독일은 36년, 일본도 10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구조가 매우 빠른 속도로 역피라미드 모양으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3년이나 빠른 2014년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나 활발한 이민 정책 등으로 초고령사회 진입은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근간의 저출생·고령화 추세는 주요국의 공통된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난히 빠르다. 2000년대 초반 5%대였던 잠재성장률은 현재 2%로 낮아졌고 2040년대엔 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 투입 증가 둔화, 경제 성숙기 진입에 따른 투자 둔화, 혁신 부족 등에 기인한 총요소생산성 기여도 저하 등이 원인이다. 일할 사람이 빠르게 줄어드는 급격한 인구 구조의 변동은 생산인구는 줄고 부양인구만 늘어나는 데 따른 부담이 그만큼 당연히 커질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미치는 파장도 덩달아 커지는 만큼, 그에 따른 대응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한다. 인구 고령화는 사회구조뿐 아니라 경제, 복지, 노동시장 등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노동력 부족, 세대 간 갈등, 사회적 부양 부담 증가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인구 동향 조사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꾸준히 감소해 2023년엔 0.72명을 기록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출산율이 1.0명 미만인 유일한 국가다. 심각한 저출생 여파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는 가운데 고령층에 대한 사회적 부양 비용을 줄이려면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고령자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인구 전문가들은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초고속 고령화를 달리고 있는데 구체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생산인구는 줄고 부양인구만 늘어나는 이런 상황에 견주면 정부의 대응은 걸음마 수준이란 것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2022년 기준 14.8%로 OECD 회원국 평균인 21.1%에 크게 못 미친다. 노인이 많아질수록 의료와 돌봄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복지지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로 2027년에는 생산연령인구 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심지어 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줄곧 세수 기반을 약화하고 긴축재정 기조를 이어왔다. 적극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서 오히려 심각한 정책 퇴보만 보인 셈이다.

게다가 한국은 65살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노인빈곤율)은 2023년 기준 40.4%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고령자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넉넉한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제도 정비에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또 법적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일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소득절벽이 대표적인 난제로 꼽힌다. 뒤늦게나마 최근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정년 연장 등의 과제가 논의되고 있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그마저도 중단됐다. 혼란스러운 불확실성 정국이 안정되는 대로 인구 구조 변동에 대비한 정책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우선 70여 년 전인 1956년 UN에 제정한 현재 65살인 ‘노인 기준 연령’과 ‘고령자에 대한 법적 재정의’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고령자 및 준고령자의 정의)에서는 ‘고령자’는 55세 이상인 사람으로 ‘준고령자’는 50세 이상 55세 미만인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또한 현시대 상황을 반영하여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에서 임금체계 개편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나이에 따른 연공서열이 아닌, 직무·성과 기반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각 직무의 가치와 요구되는 역량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임금체계를 설계함으로써 공정성을 제고시켜 나가야만 한다. 젊은 세대는 창의성, 혁신 능력, 개념 설계 역량 등을 활용하는 직무에, 고령 인구는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하는 직무에 활용하는 ‘세대별 강점을 고려한 일자리 정책’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1974년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A. Easterlin)’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발표한‘이스털린 패러독스(Easterlin paradox)’에 의하면 소득이 적을 때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행복이 증가하지만,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에 이르면 행복이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 또한 국내총생산(GDP)이 낮은 가난한 나라에서는 GDP가 늘어날수록 국민 행복도가 증가한다. 그런데 GDP가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국민 행복도가 잘 증가하지 않았다. 이스털린 상대소득이론에 따르면 자신들의 청소년기보다 경제적으로 잘살게 된 부부는 출산율이 높고, 못살게 된 부부는 출산율이 낮다고 한다. 합계출산율 저조는 젊은 사람들이 더 이상 밝은 미래를 물려줄 수 없다고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정년 연장 이슈, 연금개혁 등 초고령사회의 시대적 화두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급해졌다.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추가 고용 비용이 30조원을 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12월 2일 발표한 ‘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정년 연장이 도입된 1년 차에 추가되는 고용 규모(정규직 근로자 기준)는 5만8000명에 달하며 이에 따른 추가 비용(예상 임금+4대 보험료)은 3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60~64세 모든 연령대 근로자가 정년 연장 대상이 되는 도입 5년 차에는 추가 고용 규모는 59만명에 이르고 추가 비용은 연간 30조2000억원에 달했다. 일률적으로 정년을 늘리면 우리 기업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심각한 저출생 여파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는 가운데 고령층에 대한 사회적 부양 비용을 줄이려면 일할 능력과 일할 의지가 있는 고령자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확충할 사회 안전망 논의가 급부상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 60살인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고령층의 경험과 지식을 사장(死藏)시키지 않고 활용하는 정년 연장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하지만 일률적 정년 연장은 인건비 부담 증가로 이어져 기업 경쟁력은 저하되고 청년들의 신규 일자리 감소에 따른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무엇보다 5년 차에 발생하는 추가 비용 30조2000억원을 일자리 창출에 쓴다면 25~29세 청년층 근로자(2023년 월평균 임금 279만원 기준)를 무려 90만2000명가량이나 고용할 수 있다. 따라서 ‘계속 고용’ 방식은 기업 경영, 신규 채용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 결정해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일본에서는 기업들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 여건에 따라 정년 후 재고용, 정년제 폐지, 정년 연장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해 65세 정년을 순조롭게 정착시키고 있음을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나라도 당해 기업의 사정에 맞게 노·사간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무조건 획일적으로 정년을 늘리면 대기업·공공 부문의 정규직 근로자에게만 혜택이 쏠려 고용시장 양극화를 더욱 키울 소지가 다분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의 층위가 명확하게 나뉘어 시장 내 ‘이동 사다리’가 사라진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청년들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소홀함이 없도록 정책적 조합과 융합 그리고 조화를 전제로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엇박자)’해소와 함께 청년 일자리를 빼앗지 않도록 하되, 정년 연장은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과감히 개편하고, 탄력 근무제 시행으로 근로시간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과 연계하여 동시 병행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