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경제충격 최소화하고 트럼프 리스크 대비에 국가 역량 집주해야

2024-12-16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한국경제가 백척간두(百尺竿頭)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에 위험신호가 가득한 상황에서 지난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충격까지 덮쳤기 때문이다. 이렇듯 탄핵 정국에 경기 침체, 고환율 기조까지 겹치면서 내수 시장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당장 내수한파가 더 혹독해져 성장률 저하로 이어지고 금융·외환 불안도 가중될 수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한다.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한 데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등 최소 3개월 이상 ‘리더십 공백’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고성장과 반도체 호황 덕분에 과거 탄핵 국면은 위기를 수월하게 넘겼지만, 이번 탄핵 정국에선 ‘1%대’ 성장 우려와 내수 부진 장기화에 더해 ‘트럼프 리스크’까지 닥쳐 안팎으로 위기론이 커지고 있어서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 때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신정부의 출범과 중국의 경기둔화 등 대외악재가 많아 그 파장이 크고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당시에는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단기적으로 확대가 있었지만, 한국경제 전체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한국은행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이 있었던 2004년에는 수출 호조에 따른 기업실적 개선을 배경으로 전년도에 이어 상승 추세가 이어지다가 중국의 긴축전환 등으로 상당폭 조정되었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이 있었던 2016년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로 장기간 상승 추세를 지속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고채금리(3년물)는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헌재 결정까지 대체로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라며 “신용스프레드는 2004년은 축소 추세를 이어갔으며, 2016년은 소폭 상승하다가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하락 전환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번 탄핵 국면은 과거 중국의 고성장(2004년), 반도체 경기 호조(2016년) 등 우호적인 대외여건과 다르다고 진단했다.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엔 도널드 트럼프가 예고한 관세 폭탄이 수출에 치명적 악재로 작용해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의 늪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6(2020년=100)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1.9% 감소했다. 여행과 외식 등 서비스 소비도 1.0% 증가에 불과했다. 2022년 2분기(-0.2%)부터 꺾이기 시작해 10개 분기째 줄었다. 이는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록이다. 소비 감소세는 내구재와 준내구재, 비내구재에서 고루 나타났다. 1년 이상 쓸 수 있고 주로 고가 상품인 내구재 판매액지수는 2022년 1분기(-2.4%)부터 올해 3분기(-0.4%)까지 작년 2분기(0.5%)를 제외하고 매 분기 줄었다. 특히 내수와 밀접한 업종에서 부진했다. 도소매업 생산은 작년 2분기(-1.1%)를 시작으로 올해 3분기(-2.1%)까지 6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이는 2003년 2분기(-2.3%)부터 2005년 1분기(-0.8%)까지의 ‘마이너스(-)’ 이후 가장 긴 감소세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탄핵 정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CCSI는 102.7에서 93.3까지 급락한 뒤 헌재의 파면 선고 후에야 회복세를 보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탄핵사태도 최소한 내년 1분기까지 소비 위축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환율 급등은 내수 경제를 짓누르는 또 다른 변수다.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440원을 돌파한 뒤 1,430원 선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내수 기업들의 부담을 높이고 있다. 앞서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2025년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닌 국가들과 함께 중국 경기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했다”라고 진단했다. 우선, 대내적으로는 부진했던 내수가 침체 국면으로 전환됐다. 애초 정부는 각종 송년회와 행사가 몰려 있는 ‘연말 특수’를 기대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소비심리는 가라앉았다. 한국은행이 경제뉴스를 통해 측정하는 ‘뉴스심리지수(NSI │ News Sentiment Index)’가 100 내외에서 등락하다 12월 들어 83.2로 크게 하락하며 2022년 12월(82.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기의 심리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에 회복 흐름을 보였던 카드 사용액은 12월 들어서 증가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일부 국가가 우리나라를 ‘여행 위험 국가’로 분류하며 주요 관광지의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도 크다.

대외적인 경제 환경도 녹록지 않다. 이번에는 과거 탄핵과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반도체 등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대외여건에서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어서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이 탄핵 충격 최소화와 금융·경제안정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정부는 어제 긴급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재정 조기집행과 통상불확실성 대응 등을 논의했다. 가용한 재정·통화·금융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책 현안에 여야가 조속히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경제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라며 “추경을 신속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성장동력을 키우는 산업정책과 통상외교전략을 전방위로 뒷받침하겠다”라고도 했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한국의 수출에서 비중이 큰 중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외국인 직접 투자 감소로 올해 성장률이 4%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대(對)미국 수출 여건도 녹록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1%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발등의 불은 대외신인도 하락을 막는 일이다. 무디스, S&P,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가진 화상회의에서 탄핵 정국에도 한국의 신용등급이 안정적이라고 했지만 아직은 안심하기는 이르다. 무디스가 수개월 간 진행된 프랑스의 정치분열을 이유로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2에서 Aa3로 낮췄다는 사실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 Aa3는 최고 등급에서 3단계 낮은 것이다. 우리도 정국 혼란이 장기화하면 신인도 위기가 덮칠 수밖에 없음을 각별유념해야 한다. 체감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은 데다 당분간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내년 성장률도 빨간불이 켜졌다. 비상계엄 선포 전까지 발표된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은 한국개발연구원(KDI) 2.0%, 한은 1.9%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서둘러 여·야·정이 협의체를 가동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다. 환율 불안 차단도 빼놓을 수 없는 화급한 사안이다. 급격한 외화유출로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선이 무너지는 경우 신용등급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정부는 금융회사의 외환 수급을 면밀히 점검하고 ‘통화스와프(Currency swap)’ 확대 등 환율 방어의 둑을 높이 쌓아야 할 것이다. 결국 탄핵 경제충격을 최소화하고 트럼프 리스크 대비에 국가 역량을 총 집주(集注)해 총력 대응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