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수본 '내란 사전모의' 시점 집중 수사
尹, 지난해 말부터 '비상조치' 언급 정황 '11월 APEC 앞두고 계엄 밝혀' 진술도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다수 관계인 조사를 통해 내란을 사전 모의한 정황과 증거를 확보하면서 계엄이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계획됐는지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김현태 707특임단장 등 주요 군 관계자를 상대로 계엄 공모 시기와 그 내용 등을 확인하고 있다.
여 전 사령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12월께부터 윤 대통령이 '어려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상대권 조처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라는 취지의 말을 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 사령관은 계엄 선포 가능성이 논의되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여러 차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안 된다고 했으나, 윤 대통령 등은 여 사령관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상계엄이 본격 논의된 시점도 최소 한 달 전인 것으로 보인다. 곽 전 사령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올해 11월 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주재로 군 수뇌부들이 모인 자리에 윤 대통령이 중간에 참석해 비상조치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 전 사령관 또한 윤 대통령이 지난 11월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비상계엄을 선포할 의지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밝힌 것으로 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문상호 정보사령관 및 정보사 소속 대령 2명과 경기 안산에 있는 롯데리아에서 만나 계엄을 사전 모의한 정황이 알려졌다.
특수본은 또 지난 15일 김 전 장관을 불러 '오물 풍선이 날아오면 경고 사격 후 원점을 타격하라'는 지시를 합참에 한 적이 있는지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전부터 의도적 군사 충돌을 유발해 계엄 상황을 만들려 한 것인지, 이를 검토하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김 전 장관이 지난주부터 김명수 합참의장에게 '북에서 오물풍선이 날아오면 경고 사격 후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태 '핵심'으로 꼽히는 주요 군 장성들을 대부분 조사한 특수본은 국방부와 정보사 관계자 등을 추가 소환해 계엄 '타임라인'을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