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등판 초읽기…절차와 내용은?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이르면 이번 주 중 당 운영의 전면에 나설 전망이다.
박 전 대표가 당 대표직을 그만둔 2006년 이후 5년 반만에 당 운영의 전면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박 전 대표가 언제 등판해 어떤 구당(救黨)책을 내놓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행 한나라당 당헌·당규는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상임고문 이 외의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두고 있다.
한나라당의 당권·대권 분리 규정은 2005년 당시 홍준표 혁신위원장이 만든 것으로, 당시 당 대표였던 박 전 대표는 이 규정 때문에 2007년 12월 대선 1년 6개월 전인 2006년 6월 당 대표직을 그만 뒀다.
때문에 박 전 대표가 당 운영의 전면에 나서기 위해서는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국위는 최고위 의결 또는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전국위원장이 소집하며, 개최 3일전까지 개최 공고가 이뤄져야 한다.
한나라당은 12일 오전 3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이 모이는 조찬간담회와 전체의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의원총회를 열어 홍 대표 사퇴 이후의 지도부 공백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총의를 모은다. 이 과정을 거치면 박 전 대표의 등판 방법과 시기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모든 절차가 끝나고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빨라야 이번주 중반 이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진 조찬간담회를 제의한 친박(박근혜)계 6선의 홍사덕 의원은 11일 뉴시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당이 어려운데 지금 황우여 원내대표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지 않느냐"며 "정몽준 안상수 전 대표와 이야기해 3선 이상인 중진 40여명이 각자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자리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또 "중진들의 의견들을 들어보면 저절로 줄거리가 잡히고, 그러면 당에도 좀 힘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대표 대행을 맡고 있는 황우여 원내대표는 11일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기 위해서는 의원총회 등을 열어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 이후에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제 정확하게 언제쯤 나설 것이라고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황우여 원내대표가 당을 좀 이끌면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당 운영을 비대위원장에게 넘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비대위 구성에 앞서 당헌·당규를 고치기 위해 전국위를 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현재는 비대위의 권한이 60일로 돼 있어, (박 전 대표가) 당을 총선까지 맡으려면 이 부분도 개정해야 한다"며 "(대권주자로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등과도 의견 조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할 것을, 김 지사는 비상국민회의를 소집할 것을 각각 요구해왔다.
이달 초부터 장고에 돌입했던 박 전 대표가 어떤 구당책을 들고나올 지도 관심사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총선과 대선이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국민의 마음을 돌이킬 수 있는 구당책을 구상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은 박 전 대표가 단순한 당내 혼란 수습 수준이 아니라 정당정치 전반의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중도층을 흡수하는데 초점을 맞췄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비한 강도높은 인적 쇄신, 20~40세대·수도권·중도층과 교감할 수 있는 정책 쇄신책도 예상된다.
공천의 경우에는 자신을 포함, 당의 힘있는 몇 명이 공천에 관여해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모두가 납득할 공천 기준을 만드는 '시스템공천'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내의 친박(박근혜)-친이(이명박)계간의 갈등이 국민들의 마음을 멀어지게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박 전 대표가 '계파 해체'를 선언할 가능성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