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넘긴 이상민, 계엄엔 못버텨

탄핵 피했지만 수사 본격화…최장수 불명예 퇴진

2024-12-09     이광수 기자
▲ 행안위 비상계엄 현안질의 앞서 몸수색 당하는 이상민 장관.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동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탄핵 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두고 자진 사퇴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으로 퇴진 압박이 거셌을 때에도 사퇴를 거부했던 그였지만, 이번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은 어느 때보다 정치적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이번 계엄을 사전에 모의하고 동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비상 계엄이 선포되기 4시간 전인 지난 3일 오후 6시께 KTX 안에서 이번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30초 가량 전화를 수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울산에서 외부 일정 도중 서울로 급하게 올라오던 중이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3일 오후 5시40분께 울산에서 서울행 KTX를 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전 장관은 “그 때는 몰랐다, 점심 무렵에 ‘대통령님과의 일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은 아울러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당시 우려를 표명했다고 하면서도, 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통치행위”, “헌법상 권한 행사”라고 발언하는 등 사실상 두둔하기도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계엄 사태 직후 이 전 장관에 대한 탄핵 추진을 예고했으며, 지난 7일 탄핵 소추안 발의 및 본회의 보고를 거쳐 오는 10일 본회의에서 표결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탄핵안 표결을 이틀 앞두고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이태원 참사’ 당시 대응 부실 책임을 묻는 야당의 사퇴 요구에도 자진 사퇴를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경우 후폭풍이 워낙 거센 만큼 이 전 장관도 더는 장관직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전 장관의 사의 표명과 윤 대통령의 수용이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한 일종의 ‘면책 행위’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전 장관이 자진 사퇴로 탄핵은 피하게 됐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수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2022년 5월 취임 이후 2년7개월 간 ‘최장수’ 장관으로 일해왔지만, 각종 논란과 비판에 휩싸이며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