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3개월 연속 1%대…석유류 하락세·채소류 급등세 지속

통계청 ‘11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김장철 무 62.5%↑…채소류 10.4%↑ 석유류 5.3%↓…3개월 연속 하락세

2024-12-03     박두식 기자
▲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에서 시민들이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1%대를 이어갔지만 8월부터 감소세를 이어가던 증가폭이 넉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신선식품지수가 32개월 만에 최저 상승폭을 기록했지만 무가 1년 전보다 62.5% 오르는 등 채소류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다만 국제유가 영향으로 석유류 물가는 3개월 연속 하락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40(2020=100)로 1년 전보다 1.5% 올랐다.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3.4%), 9월(3.7%), 10월(3.8%), 11월(3.3%),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1월(2.8%) 2%대로 상승폭이 줄었다가 2월(3.1%)부터 3월(3.1%)까지 다시 3%대로 확대됐다. 4월(2.9%) 다시 2%대로 내려선 후 5월(2.7%)과 6월(2.4%), 7월(2.6%), 8월(2.0%)에도 2%대를 유지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1월 소비자물가동향의 경우 채소는 하락률이 줄었고 과실은 더 떨어졌다”며 “서비스, 전기·가스 그대로고 석유류 감소폭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1.6%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올랐다. 이는 2022년 3월 2.1% 하락한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저 상승폭이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0.9%, 2.1% 상승했다.

아몬드를 제외한 과일류인 신선과실은 전년보다 8.6% 내렸다. 그간 과일 물가를 끌어올렸던 사과는 8.9% 하락했다. 다만 올해 병해충 피해와 기온 상승 영향이 있었던 귤이 23.2% 올랐다.

반면 농축수산물은 전년보다 1.0% 올랐고 채소가 10.4%로 크게 뛰었다. 특히 김장철 대표 채소류인 무가 1년 전보다 62.5% 오르며 채소류 물가를 끌어올렸다. 호박은 42.9%, 오이는 27.6%, 토마토가 15.3% 오른 반면 파는 20.7% 떨어졌고 양파와 감자도 각각 7.9%, 11.8% 하락했다.

기후 변화로 생산량이 줄었지만 수출이 크게 늘어난 김은 35.0% 오르며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고, 돼지고기도 6.5% 올랐다.

반면 쌀(-6.1%), 국산쇠고기(-1.8%), 닭고기(-6.4%)는 떨어졌다.

농산물이 전체 물가 상승에 기여한 정도는 0.01%p로 나타났다. 수산물은 2.3%, 축산물은 1.7% 올랐다.

공미숙 심의관은 “신선과실의 경우 전년에 워낙 높아 기저효과가 있고 상반기에 사과, 배가 계속 높았다가 내려오는 추세”라며 “채소류의 경우 기상여건이 양호해지면서 상승폭은 축소했지만 (이상기후) 영향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공업제품은 0.6% 올랐다. 라면 등 가공식품 물가는 1.3% 상승했다.

국제유가 영향으로 석유류는 5.3% 하락해 특히 지난 9월 7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후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공 심의관은 “석유류의 경우 작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며 “하락폭이 지난달보다 줄어든 이유는 유류세 할인폭이 줄었고 작년보다 유가가 오른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도시가스(7.0%), 지역 난방비(9.8%) 상수도료(3.1%) 등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3.0%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0.9% 올랐다. 개인 서비스 물가는 2.9% 상승했다. 이 중 외식 물가는 2.9% 올랐고 외식 제외 물가 상승률도 2.9%였다. 집세는 월세가 1.0%, 전세가 0.1% 오르는 등 전년보다 0.5%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1.8%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9% 상승했다.

공 심의관은 “10월에 3년 만에 최저 상승폭을 기록한 근원물가가 11월에는 약간 높다”며 “큰 차이는 없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근원물가가 안정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며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소비자물가는 2% 이내의 안정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한편 일각에서는 소비 부진에 따른 ‘불황형 물가 둔화세’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경제 전반의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개인서비스가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물가 상승을) 주도한 농축수산물, 석유류가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며 “그간 물가상승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둔화세에 있어 고물가 정상화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