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패닉’ 속 1%대 성장 IMF의 경고, 무겁게 새겨들어야
한국경제가 내우외환의 동시다발로 비상 경고등이 켜지며 위기의 살얼음판을 위태롭게 걷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1월 20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기존 전망보다 0.3%포인트 낮춘 2.2%로, 내년 성장률은 기존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2%로 발표했다.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성이 커졌다는 진단으로 내년엔 ‘트럼프 리스크’ 등으로 수출이 둔화하면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로 들린다. 한국 정부와의 연례협의를 마친 IMF 한국미션단은 “성장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고, 하방 리스크가 더 큰 편”이라며 내수 부진 장기화에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발(發) 악재로 수출까지 꺾이는 다중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어 스텝이 조금만 꼬여도 2% 달성의 어려움을 시사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11월 12일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하고 내년도 성장 전망치도 2.1%에서 2.0%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민간 기관들의 전망은 더 암울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역시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어서다. 지난 11월 1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영국의 바클레이스는 미 대선 이후 한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2026년 전망치는 1.5%로 내놨다. JP모건도 전날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보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전보다 0.1%P 하향 조정한 수치다. 특히 HSBC 1.9%, 노무라 1.9%, 씨티 1.8% 등도 1%대의 성장률을 내다봤다. 이는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제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방증(傍證)이다. 증시 부진과 원화값 역시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어렵게 버텨주던 수출마저 주력 업종 경쟁력 약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누적된 고금리·고물가 부담과 중국의 공세 심화로 인해 기업들의 사투는 이미 시작됐다.
이처럼 고율 관세 리스크와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우려 등 ‘트럼프 패닉’이 우리 경제의 회복력을 저해하는 중대 변수임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한국의 주식시장은 역주행하며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 11월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KOSPI)는 지난해 말부터 지난 19일까지 6.9% 하락했고 코스닥(KOSDAQ)은 같은 기간 20.82% 급락했다. 미국 S&P500과 일본 니케이225가 각각 23.56%와 14.79%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코스피가 포함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 지수조차 6.44% 올랐다. 이러한 코스피의 ‘역주행’ 원인 중 하나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거론된다.
이번 1%대 성장이라는 IMF의 경고는 대외 불확실성, 급속한 고령화,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라는 세 가지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 강력한 경제 정책을 주문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보다 더 강력한 통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큰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실은 이를 돌파할 정책 의지가 빈약하다는 우회적인 비판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경상수지와 통화 불균형까지 관세 부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걸 보면 내년 한국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칫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라는 IMF의 경고에 정부는 무겁게 새겨듣고 실질적이고 신속한 선제 대응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더구나 발등의 불이 된 도널드 트럼프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충격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관세인상에 빠르게 돌입할 경우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도널드 트럼프가 관세를 대폭 올리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까지 폐기하면 한국의 성장률이 1% 후반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 공약이 현실화하는 경우 수출은 150억∼191억 달러 줄고 성장률은 0.5∼0.6%포인트 떨어진다.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보조금 폐지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되면 국내 주력산업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것은 IMF가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 여성 경제활동 참여와 외국인 인재 유치, 고령화 대응을 주문한 대목이다. 더불어 부동산 관련 금융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건전성 조처(措處)를 실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작금의 경제위기가 단순히 대외적 요인만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모순이 쌓여 있는 현안에 대한 정책적 대응의 미비에도 원인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음을 각별 명찰해야만 한다.
지금은 정부가 민간과 함께 비상한 각오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총력 대응 체제를 가동해야 할 시점이다.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에 대비해 수출 품목·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재편 등 정교한 종합대책을 미리 세워 선제 대응해야만 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 폐지 또는 축소 등 주요 현안마다 기업 피해와 경제충격을 최소화할 정교한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 근본 해법은 규제 혁파와 구조개혁으로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것만이 첩경이다. 정부는 조속히 비상 체제를 갖춰 금융 변동성 확대가 실물경제 위기로 전이되고 확산하지 않도록 막으면서 전략산업에 대한 전방위 지원과 규제 개혁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당장 쓸 수 있는 거시정책 비책이 없을 때일수록 규제 개혁이 더 절실하다. 흔히들 규제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고 한다. 규제를 없애는 것 자체가 감세 정책이자 경기 부양 정책임을 각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IMF의 조언대로 고령화·저출산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되는 한계기업을 의미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전체 1,771개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20.4%인 363개)의 조속한 정리와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시장 유연화도 적극 서둘러야 한다. 능력 등과는 전혀 무관하게 대·중소기업, 정규·비정규직으로 갈라치고 보상을 차등화하고 이를 고착화시키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부터 최 우선해서 타파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부터 없애고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려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고 더 많이 늘리는 게 급선무다. 한편 물가 상승률은 2022년 6~7월 6%대를 찍은 뒤 지속적인 하락으로 지난달엔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목표치(2%) 아래인 1.3%까지 떨어졌지만, 높은 불확실성을 감안한다면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가 필요하다. 특히 향후 최대 리스크로 꼽히는 고령화에 대한 대응책도 긴요하다. 고령화에 대응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무역패턴 및 혁신 기술 변화, 기후 취약성 등에도 유연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기업을 옥죄는 규제법안 강행을 멈추고 초당적 자세로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힘을 더하는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