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 속에 수출만 ‘나 홀로’ 호조, 경기 양극화 해소 시급

2024-11-03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올해 10월 우리나라 수출이 13개월 연속 증가했다. 지난 11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024년 10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6% 증가한 575억 2,000만 달러(79조 900억 원)를 기록했다. 10월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올해 8월부터 3개월 연속 월별 최대실적을 경신하는 가운데 13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으로 ‘역대 최대’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10월 수입은 1.7% 증가한 543억 5,000만 달러(74조 7,312억 원)를 기록하였다. 따라서 무역수지는 16억 2,000만 달러 증가한 31억 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17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올해 1~10월 누적 무역수지도 2018년(+608억 달러) 이후 최대 흑자 규모인 399억 달러 흑자(+583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정부는 올해 10월 우리 수출이 보여준 성과는 수출기업과 정부 부처 및 수출지원기관이 함께 「수출 원팀 코리아」로서 힘써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 호조세가 연말까지 이어져 역대 최대 수출실적 달성으로 나갈 수 있도록 민·관 원팀으로 수출 확대에 모든 가용한 자원을 집중해 총력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없이 반갑고 듣기 좋은 소식이지만 마냥 기뻐할 일만은 결코 아니다. 문제는 수출의 온기가 내수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은 역대 10월 중 최대 실적인 125억 달러(+40.3%)를 기록하며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 컴퓨터(+54.1%), 무선통신기기(+19.7%) 등 IT 품목 수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일부 업종과 기업이 주도하는 수출 호조에 따른 착시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 당장 올해만 놓고 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을 기록한 이후 2분기엔 -0.2% 역성장으로 뒷걸음쳤고, 3분기에도 전기 대비 0.1%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두 달 전 내놓은 3분기 전망치 0.5%에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가 ‘상저하고(上底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저하저(上底下低)’로 귀결되어가는 모습이다. 당초 정부는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6%를 예상했고 한국은행은 2.4% 성장을 내다봤지만, 올해가 두 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2.6%)는커녕 한국은행 전망치(2.4%) 달성도 버거워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금명간(今明間)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더군다나 통계청이 지난 10월 31일 발표한 ‘2024년 9월 산업활동동향’ 지표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생산과 소비는 각각 0.3%, 0.4%씩 동반 감소했다. 우선 전산업 생산은 공공행정에서 생산이 늘었으나, 서비스업, 광공업, 건설업에서 생산이 줄어 전월대비 0.3% 감소했고, 소매판매액지수는 승용차 등 내구재(6.3%)에서 판매가 늘었으나,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5%), 의복 등 준내구재(-3.2%)에서 판매가 줄어 전월 대비 0.4% 감소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설기성은 전달보다 0.1% 줄면서 5개월째 감소세다.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1포인트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극심한 내수 침체 속에서 ‘나 홀로’ 호조를 보이는 수출만으로 우리 경제가 지탱하기는 힘들다. 제2의 교역국인 중국 경제의 부진으로 언제까지 수출이 견고하게 버텨줄 지도 의문이다. 대(對)중국 수출은 2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대미 수출도 역대 10월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났다. 대중국 수출은 1∼2위 대중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석유화학 수출이 크게 늘면서 작년보다 10.9% 증가한 12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9월(133억 달러)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연이은 부양책에도 경기 침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과 임박한 미국 대선 이후 미·중 분쟁이 다시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란 분석이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잿빛 일색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 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 11월 BSI 전망치가 91.8(기준선 100)을 기록해 전월 대비 4.4포인트 하락했다. 그만큼 국내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얘기다. BSI가 100을 넘어서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 수가 부정적으로 응답한 업체 수보다 많음을 나타낸다. 무엇보다 전달 대비 4.4포인트 하락하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기업경기심리 부진이 굳어지고 고착화(固着化)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우선해서 설익은 경제 낙관론부터 과감히 접어야만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9월 8일 발표한 ‘내수 회복 모멘텀의 실종 속 수출 경기 회복력의 약화 -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이라는 보고서에서 수출 호조, 내수 부진의 경기 양극화를 우리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9월 9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내수 회복 지연’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우리 경제가 내수가 회복되지 못해 경기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라고 진단하고,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라고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최근 “설비투자가 2개월 연속 개선되고 가계 실질소득도 2분기에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내수가 살아나는 조짐이 있다”라고 한 것과 사뭇 비교된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도 여전히 싸늘하다. 고금리, 고물가 속에 소득 정체 등 구매력 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의 주체는 당연히 기업이다.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이 이뤄지려면 기업의 성장동력 확보와 고용 창출이 맞물려 정방향의 궤적으로 바르게 돌아가야 한다. 정부부터 듣기 좋은 사탕발림 립서비스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이고 정확한 경기 진단을 토대로 내수진작에 국가역량을 총동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