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수수료 개미지옥, 탈퇴 원하지만 대안 없어 자영업자만 죽어난다
사실상 독과점 지위를 누리고 있는 거대 배달플랫폼들이 수수료를 높이고 광고비 등을 과도하게 요구하면서 고통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배달앱 지옥’에서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3월 코로나 19 팬데믹(Pandemic)으로 매출이 줄지 않을지 많은 걱정을 했지만, 되레 전체 매출이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정부 정책에 따라 외출을 줄이고 배달 음식을 많이 소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3년 5월 정부가 코로나 19 엔데믹(Endemic)을 선언하자, 배달 주문이 급감했다. 그러자 ‘배달의민족(배민)’이나 ‘쿠팡이츠’와 같은 거대 배달플랫폼들이 수익 유지를 위해 배달 수수료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를테면 한 프랜차이즈 가게를 운영한다고 할 때 ‘배달의민족(배민)’의 경우 월정액 8만 8,000원의‘울트라콜’에 가입하면 주문만 전달해주는 ‘가게배달(배달비는 대행사에 지급하는 구조)’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였는데, 2023년 8월 이후로는 플랫폼 소속 라이더가 직접 배달하고 주문 금액의 6.8%를 중개 수수료로 떼가는 ‘배민1(현재 배민배달 │ 배달비 별도 청구)’ 비중을 80%로 늘려버렸다. 이렇듯 배달 수수료가 너무 비싸져서 불가피하게‘배민1(현재 배민배달)’ 계약을 해지하려 해도 “본사 차원에서 계약이 돼 가맹점이 개별적으로 해지하면 안 된다”라는 강경한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 어쩔 수 없이 운영하던 프랜차이즈 가게는 지불 해야만 하는 재료비와 물류비 등 물건비가 50%였는데, 결제 수수료 3.3%에다 배달플랫폼 수수료 6.8%, 배달비 3,500원까지 따로 지급하고, 임대료·인건비를 주고 나면 점주에게는 남는 돈이 없는 최악수준인 셈이다. 게다가 폐업을 하면 정부에서 3.3㎡당 13만 원, 최대 250만 원까지의 철거비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복구 비용은 지원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폐업한다고 해도 가게 안에 쌓인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도 쉽게 팔리지 않아 긴 시간이 소요되는 등 만만치 않은 실정이라 이래저래 자영업자만 죽어난다.
통계청이 지난 10월 16일 발표한 ‘2024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75만 명으로 지난해 9월 572만 9,000명보다 1년 새 2만 1,000명이나 늘어났다. 대표적 자영업인 소매·음식업 폐업률은 4년 만에 처음으로 20%를 넘겼다. 국세청이 공개한 ‘최근 10년간 개인사업자 현황’을 살펴보면 음식업은 79만 곳 사업장 가운데 15만 곳이 문을 닫아 폐업률은 19.4%였다. 음식업 폐업률은 지난해 2.4% 포인트 상승해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은 10.8%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대표적인 자영업인 소매업·음식업의 폐업률은 20%에 달한다. 소매업 폐업률(20.8%)은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고 음식업 폐업률(19.4%)도 코로나19 발발 직전인 2019년 22.0% 이후 최고치다. 과세유형별 폐업률을 살펴보면 공급가액 8,000만 원 미만의 영세한 간이사업자의 폐업률이 15.2%로 일반사업자 폐업률 9.9%보다 5.3%포인트나 높았다.
최근 경향신문이 전국 외식 점주 11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점주의 80%는 비싼 수수료 문제 등으로 배달앱 탈퇴를 고민하고 있지만 정작 앱 탈퇴를 실행한 점주는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한다. 배달앱을 탈퇴하는 즉시 매출이 급감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토로다. 배달앱으로 2만 원 이하 메뉴를 파는 것은 무조건 밑지는 장사라는 얘기도 전한다. 과거엔 자영업자가 배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기도 했고, 지역마다 배달을 대행하는 업체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비자도 점주도 모두 배달앱을 벗어날 수 없다. 배달앱을 거치지 않고서는 음식이나 고객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형 플랫폼 기업이 막대한 자본력으로 자체 배달망을 강화하면서 중소 배달대행 업체 역시 사라졌다.
식당·외식업만이 아니다. 의류를 구매하는 패션앱, 여행 숙소를 예약하는 숙박앱 등의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초창기 자영업자들은 앱 덕을 봤지만, 어느 순간 대형 플랫폼 기업에 종속돼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로 전락(轉落)한 것이다. 매출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게 검색 순위인데 앱이 사실상 이러한 순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장을 교란하고 공정 거래를 짓밟는 악덕 행위임에도, 현 정부는 ‘자율규제’를 외치며 수수방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플랫폼 기업에 대해 이렇듯 ‘자율규제’ 원칙만을 고수하다 뒤늦게 ‘수수료 상한제 검토’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해당 부처와 엇박자를 보이면서 자영업자들의 원성은 극에 달하고 급기야는 한계 상황에 봉착(逢着)했다.
지난해 말부터 폐업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처럼 폐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반대로 창업은 줄어드는 형국이다.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가 역대 최대인 98만 6,487명으로 100만 명에 육박했다. 재작년보다 11만 9,195명이 늘어나 2006년 통계 집계 후 가장 많았다. 코로나 위기가 한창이던 2020∼2021년에도 80만 명대를 유지하던 폐업자가 100만 명 턱 밑까지 수직 급상승한 것이다. 반면 새로 창업한 개인사업자는 115만 개로 전년도 121만 개보다 6만 개나 감소했다. 코로나 19 팬데믹 땐 일부 업종만 타격이 있었는데, 요즘엔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소비 자체가 줄고 소상공인 전체 업종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서다. 이렇게 자영업자들이 전격적으로 폐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거대 배달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책정과 광고비 요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자영업자 100만 명 폐업 사태’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창업에 나선 사회초년생인 20~30대가 불황과 경쟁 속에서 갈 길을 잃고 있어서다. 드라마 ‘미생’에서 창업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회사 안이 정글이면 밖은 지옥’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배달앱 플랫폼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출범시킨 ‘배달플랫폼 - 입점 업체 상생협의체’의 8차 회의가 지난 10월 23일 열렸다. 이날 쿠팡이츠는 배달수수료를 현행 9.8%에서 5.0%로 낮추는 안을, 배달의민족은 기존 9.8~2.0% 수수료 가운데 고액 수수료 적용 범위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 기업은 메뉴 가격과 할인 설정 등을 자사 앱에 가장 유리하게 하는 ‘최혜 대우’ 요구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14일 제7차 회의를 열어 소상공인 측이 제안한 수수료 등 입점 업체 부담 완화 방안과 입점 업체 부담 항목의 공개, 배달앱 회사의 ‘최혜 대우’ 요구 중단, 배달기사 위치정보 공유 등을 논의하면서 소상공인 측에서 요구한 수수료 인하 등에 배달앱 회사가 입장의 차이를 표시하며 무위로 끝난 이전 회의와 비교하면 다소 진일보했지만, 업주에게 배달비나 광고비를 떠넘기는 문제 등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협의체는 오는 10월 30일 9차 회의를 열어 상생안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는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개인사업자 4명 중 3명꼴로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버는 것으로 나타나 최저생계비(4인 기준 약 183만 원)에도 못 미치는 상태라는 것이다. 지난 9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개인사업자 종합소득세 신고분 1,146만 4,368건 가운데 무려 75.1%인 860만 9,018건이 월 소득 100만 원(연 1,200만 원) 미만이었다. 이 중 소득이 전혀 없다는 ‘소득 0원’ 신고분도 8.2%인 94만 4,250건으로, 무려 100만 건에 육박하는 규모다. 올해 1∼8월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19.7%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63년 이후 처음으로 20% 선 아래로 떨어졌다. 내수 위축으로 자영업이 심각한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서민들이 이용하는 카드론과 현금 서비스가 지난 8월 말 기준 역대 최대인 44조 6,650억 원으로 급격히 늘었고 연체율은 3.1%로 가파르게 수직상승을 했다. 자영업자들이 망하면 배달앱 존립 기반도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배달앱의 갑질은 당연히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자에게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轉嫁)된다. 자영업자들이 살아야 경제도 살아난다. 플랫폼 기업은 진정으로 자영업자들과의 상생을 고민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적극적으로 개입해 배달앱의 전횡(專橫)과 독단(獨斷)을 막고 자영업자들을 착취하고 갑질하는 불공정 행위가 없는지 전반을 촘촘히 살펴서 바로잡아 윈윈(Win-win)의 상생 방안에 지혜를 모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