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치 코인 해외투자' 미끼 1만명에 5000억 가로챈 일당 검거

가짜 가상자산 예치 사이트 활용 사기

2024-10-29     류효나 기자
▲ 가짜 가상자산 예치 사이트.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뉴시스

가짜 가상자산 예치 사이트를 만들어 투자자 1만671명으로부터 5062억원을 가로챈 투자 사기 업체 대표와 간부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유사수신행위규제법 등 혐의로 업체 대표 A씨 등 2명을 구속 송치하고, 업체의 국장·지사장·센터장급 간부 4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일당은 지난 2022년 1월 15일부터 지난해 7월 3일까지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해외카지노 사업 등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 40일의 약정 기간이 지난 뒤 원금을 그대로 돌려주고 20% 상당의 이자를 지급해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1만671명으로부터 5062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전형적인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로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설명한 수익사업은 거의 하지 않았고, 피해금 대부분은 일당의 수당과 명품소비, 요트, 토지구입 비용 등으로 사용됐다. 기존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수당과 소개비는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충당됐다.

일당은 실제 예치 사이트인 것처럼 꾸민 가짜 예치 사이트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투자금이 안전하게 예치되고 약정 이자도 정상적으로 지급되는 것처럼 보였던 해당 사이트는 단순 전산 담당이 입력한 숫자만 나타나게 설정된 것일 뿐, 실제 투자금과 가상자산은 모두 총책 A씨의 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조사됐다.

비전문가들은 알기 어려운 '가상자산' 투자라는 점도 피해를 키웠다.

경찰은 지난 3월부터 전국의 경찰서에 접수된 사건 490건을 병합해 수사에 착수했다. A씨가 설립·운영한 서울 본사와 전국 지사 및 일당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고, 피의자 42명을 포함해 프로그램 개발자·직원 등 관련자 50여 명을 조사했다.

이들 검거 과정에서 일당의 자택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시계 등을 압수했고, 추가 자금 추적 등을 통해 전체 101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결정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가상자산 예치 사이트를 이용해 피해자들의 신뢰를 얻은 후 투자금을 받는 사기 범행이 늘어나고 있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지식 없이 원금이 보장된다는 말만 듣고 투자한다면 위험할 수 있으니, 투자 방식, 실제 수익금 발생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