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지속, 연착륙 대책 고삐 당겨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것으로 보인다. 전국 집값이 고삐 풀린 듯 뛰고 있어서다.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9월 19일 발표한 ‘2024.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아파트·연립· 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달 대비 평균 0.24% 상승했다. 특히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달 대비 1.27% 올라 2018년 9월 기록한 1.84% 이후 71개월 만에 최대치의 상승률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서울의 상승 폭은 0.83%로 7월의 0.76%에 비해 0.07%포인트 커지면서 2019년 12월의 0.86% 이래 5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이 하루 뒤인 지난 9월 20일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 2024년 9월 3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에서도 추석 연휴가 낀 이번 주(9월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길었던 연휴와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 대출 규제 등 영향으로 상승 폭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주(9월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6% 오르면서 2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 폭은 전주(0.23%)보다 줄어들었다. 한국부동산원은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매물은 증가했으나 거래량은 감소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단기 급등한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관망 심리가 점차 확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우선 강북 14개 구는 0.15% 상승했다. 용산구(0.22%↑)는 이촌동·한강로 역세권 단지 위주로, 광진구(0.22%↑)는 광장·자양동 중소규모 단지 위주로, 마포구(0.21%↑)는 공덕·용강동 준신축 위주로, 성북구(0.16%↑)는 길음‧하월곡동 위주로, 성동구(0.15%↑)는 성수·응봉동 위주로 상승했고, 다음 강남 11개 구는 0.18% 상승했다. 서초구(0.32%↑)는 반포·잠원동 위주로, 송파구(0.28%↑)는 문정·잠실동 주요단지 위주로, 강남구(0.22%↑)는 개포·압구정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영등포구(0.19%↑)는 대림·양평동 대단지 위주로 상승했다. 상승률을 구별로 특징지어보면 서초구(0.32%), 송파구(0.28%), 강남구(0.22%) 등 강남 3구가 특히 강세를 보였고, 용산구(0.22%), 광진구(0.22%), 마포구(0.21%), 영등포구(0.19%) 등도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서초구와 함께 상승률 1위를 다투면서 오름세를 주도했던 성동구(0.15%)는 이번 주 서울 평균 상승률을 밑돌았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수도권인 인천(0.10%→0.06%)과 경기(0.13%→0.09%)도 상승 폭이 줄었다. 경기 지역에서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성남 분당구(0.37%↑)를 비롯해 광명시(0.22%↑), 과천시(0.21%↑), 수원 영통구(0.21%↑), 성남 수정구(0.20%↑) 등이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수도권과 달리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있는 지방은 하락 폭이 지난주 0.01%에서 이번 주 0.02%로 커졌다. 이에 따라 전국 기준 상승 폭은 0.07%에서 0.05%로 줄어들었다. 지방(-0.08%→-0.04%)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정부 정책의 약발이 먹혀들지 않다는 게 우려를 더 한다.
전세시장도 매매시장과 마찬가지로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전국 기준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주 0.08%에서 이번 주 0.06%로 줄었다. 수도권은 0.17%에서0.12%로 서울은 0.17%에서 0.12%로 상승 폭이 축소됐고, 지방(0.00%→0.00%)은 보합 국면을 유지했다. 특히 전셋값 상승세가 70주째 이어지고 있는 서울의 경우 선호하는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셋값 상승에 따른 부담감으로 일부 단지에서 가격이 조정되면서 전체 상승 폭은 축소됐다. 구별로 보면 영등포구(0.19%↑), 강남구(0.18%↑), 노원구(0.18%↑), 서초구(0.17%↑) 등이 강세를 보였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인천은 0.26%에서 0.19%로, 경기도는 0.15%에서 0.10%로 전셋값 상승 폭이 줄었다. 지방의 경우 부산(0.03%↑), 울산(0.03%↑) 등은 상승했고, 대구(-0.05%↓), 대전(-0.04%↓), 제주(-0.03%↓), 전북(-0.03%↓) 등은 하락했다.
한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는 지난 9월 18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5.25%~5.50%에서 0.5%포인트 낮춰 4.75%~5.00%로 ‘빅컷(Big cut │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전격 단행한 상황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9월 12일 2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캐나다도 올해 들어 3번 금리를 내렸다. 지난 8월에 금리를 낮춘 영국도 조만간 또 낮출 가능성을 보이고 있으며, 스위스·스웨덴·뉴질랜드 등도 이에 가세하는 등 주요국이 금리 인하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주요국들이 다시 방향을 ‘돈 풀기’로 글로벌 ‘피벗(Pivot │ 통화정책 기조전환)’에 나선만큼 국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이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 대통령실과 정책당국이 ‘내수 회복’을 위한 금리 인하 시그널을 강력하게 보내고 있지만 오는 10월 11일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연착륙과 가계부채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자칫 어설픈 정책으로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하면서 정책 효과만 반감시킬지도 모른다.
금융 당국이 전방위로 은행을 압박해 대출 증가 속도가 이달 들어 다소 떨어졌지만 “나만 낙오될 순 없다”라는 주택 실수요자들의 ‘소외 공포증’과 ‘주택 구매 열망’은 여전히 최고조에 달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여전히 위태위태하기는 마찬가지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지난 9월 11일 발표한 ‘2024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한 달 전보다 9조 3,000억 원 늘어난 1,130조 원으로, 기업 대출은 7조 2,000억 원 늘어난 1,311조 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과 기업 대출을 합한 예금은행의 민간대출은 무려 2,441조 9,000억 원에 달한다.
이달 12일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70조 8,000억 원으로 집계돼 8월 말보다 2조 1,700억 원 넘게 늘었다. 보름이 채 지나기 전 수치지만, 9조 원에 육박했던 8월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다소 둔화한 것인데, 상승세 둔화는 금융당국이 연일 은행 옥죄기에 나선 데 이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한 영향이 크다. 자칫 ‘반짝 효과’에 그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아파트 공급물량이 불안 요인이 문제다. 지난 9월 1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4만 6,768가구로 추산된다. 내년 전체 입주 물량 22만 4,965가구의 20.79%에 불과하다. 7만 5,414가구가 입주하는 올해와 비교해 38%가 감소한 수치다. 2014년 4만 6,519가구 공급 이후 11년 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다. 1인 가구 급증 등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에 못지않게 소형 아파트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안이한 낙관론부터 걷어내야만 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월 19일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 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중심으로 ‘전고점(前高點 │ 앞선 가격의 고점)’ 거래가 속출하고,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안이한 인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유연한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 디딤돌·버팀목 등 1~3%대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각종 정책 대출부터 철저히 관리해야만 한다. 올해 1∼7월 전체 주택담보대출 32조 원의 80%인 25조 원이나 정책 대출로 풀리면서 집값 폭등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70대 이상 고령층에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제공할 정도로 구멍이 뚫려있다.
무작정 기준금리 인하만 외쳐댈 게 아니라 여건부터 조성하는 게 급선무다. 미국 연준(Fed)의 ‘빅컷’ 단행에도 불구하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9월 20일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5년물 LPR를 3.85%로, 일반 대출 기준 역할을 하는 1년물 LPR를 3.35%로 각각 유지한다고 동결 결정했다. 한편 세계적인 금리 인하 흐름과 달리 기준금리를 인상 중인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도 지난 9월 20일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로 동결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17년 만에 올린 데 이어 7월 회의에서도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했다. 작금의 우리 경제는 집값 연착륙과 가계부채 관리 없이 섣불리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부작용만 초래할 게 불을 보듯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정책 대출을 과감히 줄이고 신용대출·카드론 등의 풍선효과를 차단하는 등 시장에 단호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강력히 보내야 한다. 긴밀한 정책 공조로 가계 빚과 집값부터 안정시켜야만 금리 인하를 통해 서민 고통을 줄이고 내수도 살릴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하고 금융 안정 대책과 부동산 연착륙 대책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한다. 당연히 정부와 금융·통화 당국은 긴밀한 공조를 통해 세계적 금리 인하 국면에서 최적의 통화·재정·금융·부동산 정책 조합을 찾아내야 할 것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경제를 침체의 늪에 빠뜨리지 않도록 금리 인하의 최적 타이밍을 포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