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과 준공으로 이어지지 못한 공공분양 아파트공급, 문제 있다

2024-10-19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향후 5년간 감소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온 가운데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이날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5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이 2024년 2.2%에서 2025~2027년 2.1%로 내려간 뒤 2028년에는 2.0%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급등이나 경기 과열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뜻한다. 잠재성장률 하락 원인으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 투입량의 급격한 둔화가 거론되지만, 고질적인 기업 규제 사슬과 노동생산성 저하, 기술 경쟁력 약화 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 유발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시작된 긴축 기조에서 3년 2개월 만의 금리 ‘피벗(Pivot │ 통화정책 기조전환)’을 단행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로 떨어지는 등 고물가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만큼 위축된 경기 부양 쪽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 증가 부담은 더 커질 수 있고, 싼 금리로 돈을 빌려 집을 사려는 이들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그만큼 우리 경제는 가계부채 뇌관과 집값 상승 부담이 크다는 방증(傍證)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피벗(Pivot)의 성패 여부는 투자와 소비를 촉진해 내수 회복의 속도를 높이는 데 있다. 따라서 대출 규제와 주택 공급, 금리 인하 속도를 정교하게 조절해 내수 견인 효과를 극대화함은 물론 동시에 가계부채 불안을 잠재우고 부동산 연착륙(Soft landing)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최적의 정책 조합을 마련해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 당연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가이드라인을 더욱 촘촘하게 챙겨야 함은 물론 더욱 꼼꼼한 대출 관리와 지속적인 주택 공급으로 부동산시장에 계속해서 안정 신호를 보내야만 한다.

지난 10월 1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첫째 주(10월 7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10% 오르며 29주 연속 상승하는 등 금리 인하가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집값에 다시 불을 붙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부동산정책은 투기를 막고 가격을 안정시켜야만 한다. 특히 예측이 가능한 안정적인 주택 공급으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불안심리부터 없애야만 한다. 고금리, 공사비 상승 등으로 민간 주택 공급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무주택자, 신혼부부 등에게 주로 공급되는 공공주택마저 공급이 지연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2020년 이후 인허가를 받은 공공분양 아파트 10곳 중 6곳 이상이 아예 착공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국민의 실망과 충격을 주고 있다. 사업 승인 이후 수년씩 지나도록 첫 삽조차 뜨지 못해 허허벌판인 곳이 수두룩하다는 의미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사업장들도 인허가를 기준으로 통계를 관리하는 정부 실적에는 이미 ‘공급’된 것으로 잡히고 있어 더욱 놀랍기 짝이 없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불붙으며 실수요자와 집 없는 서민들의 불안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을 감안(勘案)하면, 실망스럽다 못해 한심스럽다. 수요자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뜬구름 잣대에 의한 희망 고문만으로는 공공분양 아파트의 공급 불안 해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공공분양 아파트 인허가 절차를 거친 전국 210개 단지(블록) 가운데 62.4%인 131곳이 미착공 상태라고 동아일보(2024. 10. 13. 사설)는 전한다. 주택 공급 규모로 따지면 13만 3,864채 가운데 60.82%인 8만 1,421채가 아직도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이 중 86곳은 언제 착공될지 계획조차 없다고 한다. 정부는 주택 공급 수치가 많아 보이도록 인허가 물량을 늘리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는 의혹이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

종전에는 착공을 기준으로 공공분양의 공급 실적을 집계했는데 인허가 기준으로 시기를 앞당겼다. 이러한 통계치로는 예측이 가능한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바라고 기대하는 국민의 신뢰를 결코 얻을 수 없다. 국민이 생각하는 상식 선상의 공급과는 괴리(乖離)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실적 관리에만 급급해하다 보니 연말에 인허가 물량이 집중되고 있다. 동아일보(단독)에 의하면 미착공 단지 131곳 중 87.78%인 115곳이 연말인 12월에야 사업승인이 이뤄졌다. 더구나 사업이 취소됐다가 재승인된 곳도 공급 실적에 중복해서 잡혔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분양 실적 4만 9,200채 가운데 32.72%인 1만 6,100채가 이런 식으로 부풀려졌다. 2020년과 2021년 인허가를 받아 이미 3, 4년이 지났는데도 착공하지 못한 단지는 104곳 중 43.26%인 45곳, 주택 수로는 6만 476채 중 39.69%인 2만 4,006채로 집계됐다. 인허가 이후 4년 7개월간 착공되지 않은 131곳 중 65.64%인 86곳은 착공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한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손명수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제출받은 ‘건설형 공공임대주택 미착공 물량 현황’에 따르면, 2024년 9월 기준 그전 사업 승인을 받고도 착공에 이르지 못한 건설형 공공임대주택 물량은 6만 8,329가구(호)에 이른다. 이를 위해 지원된 재정만도 1조 6,000억을 웃돈다. 건설형 공공임대주택이란 LH가 직접 재원을 조달해 건설한 후 개인에게 임대하는 주택으로 모두 6만 8,329호의 미착공 물량 중 국민임대는 9,456호, 영구임대는 3,558호, 행복주택은 2만 2,938호, 통합공공임대는 3만 1,698호, 공공임대는 679호였다. 사업 승인 이후 착공까지 걸리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여 사업 승인 3년 경과 미착공 물량을 살펴보면 3만 9,245호로 전체 미착공 물량 6만 8,329호의 57.43%를 차지한다.

또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LH의 사업 승인 후 미착공 물량은 10만 3,629가구다. 같은 기간 전체 공공주택 사업 승인 물량은 28만 9,851가구로, 이 가운데 35.8%가 미착공 상태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사업 승인 후 미착공 물량은 공공분양이 5만 799가구, 공공임대가 5만 2,830가구다. 또 사업계획 주요 내용 변경 등의 이유로 사업 승인을 취소한 물량은 2005년부터 총 11만 5,578가구 규모로 집계됐다. 취소 물량 가운데는 사업 승인을 받은 지 10년이 경과한 물량도 적지 않았다

이렇듯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 물량을 사업 승인 기준으로 관리하며, 보여주기식 실적 위주의 통계관리에 그치다가 인허가 이후에는 아예 나 몰라라 하니 사업은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단독)에 의하면 2020년 12월 인허가를 받은 경기 과천시 주암지구 C1·2블록은 2021년 사전청약까지 했지만, 3년 10개월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공공하수처리장 시설 설치 장소를 놓고 서울 서초구와 경기 과천시가 갈등을 빚던 지역인데도 무턱대고 인허가부터 했다. 2021년 12월 인허가를 받은 경기 성남시 성남복정2지구 A1블록 신혼희망타운(666채)도 착공 계획조차 짜지 못했다. 주변 단지 반대 민원, 시유지 보상 등 문제로 입주 예정일이 내년 10월에서 무기한 연기됐다.

이런 식이라면 정부가 8월 내놓은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8만 채 공급’ 등의 처방도 언제 현실화할지 기약할 수 없다는 의구심이 자연스레 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유려(流麗)한 장밋빛 공급 계획을 내놓아도 인허가에 그치고 착공과 준공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으면 결단코 공급 부족의 난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수요자들이 미래 공급 물량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인허가에서 착공과 준공 그리고 입주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철저히 확인하고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정책의 신뢰가 담보되고 국정의 지지도를 높일 수 있다.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는 실적 부풀리기만으로는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고 국민의 불만만 심화시켜 오히려 몇 곱절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임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